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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쎄프타 급여,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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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쎄프타 급여,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4.02.2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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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다제내성 항생제...“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사용해야”

[의약뉴스] 신규 다제내성 항생제 ‘자비쎄프타(성분명 세프타지딤/아비박탐, 화이자)가 최근 건강보헙 급여 목록에 등재돼 이목을 끌고 있다.

페니실린 이전 시대로의 회귀가 현실화되며 감염병 대란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가운데 자비쎄프타가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다.

다만, 자비쎄프타 역시 내성 발생의 위험을 피할 수는 없는 만큼, 자비쎄프타를 포함한 항생제를 ▲적절한 환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사용해 효과는 극대화하면서도 내성은 최대한 억제해야 할 수 있도록 범(凡)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자비쎄프타는 항녹농균 효과를 보이는 ‘세프타지딤’과 베타락탐 분해 효소의 기능을 억제해 항균력을 유지하는 ‘아비박탐’의 복합제로, 지난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 감염에 활성이 있는 유일한 항생제다.

이전까지 CRE 감염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항생제가 마땅치 않았던 터라 자비쎄프타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항생제 접근성에 한계가 있는 국내 상황으로 인해 도입이 늦어졌다.

도입 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논란을 겪은 후에야 지난 2월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자비쎄프타에 대한 요양급여 적용기준을 신설해 2월 1일부터 ▲복잡성 복강 내 감염(Complicated intra-abdominal infections), ▲복잡성 요로감염(Complicated urinary tract infections), ▲원내 감염 폐렴(Hospital-acquired and ventilator-acquired pneumonia)에서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실패한 경우 또는 ▲다제내성 녹농균이나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이 증명된 경우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한국화이자제약(대표 오동욱)은 21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와 대한감염학회 보험부이사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윤영경 교수를 초청,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다제내성균 치료의 미충족 수요와 자비쎄프타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 한국화이자제약은 21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와 대한감염학회 보험부이사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윤영경 교수를 초청,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다제내성균 치료의 미충족 수요와 자비쎄프타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 한국화이자제약은 21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와 대한감염학회 보험부이사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윤영경 교수를 초청,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다제내성균 치료의 미충족 수요와 자비쎄프타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최후의 보루 카바페넴도 뚫렸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해 1942년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다양한 항생제가 등장해 수많은 감염 환자들의 생명을 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감염병 전문가들은 항생제의 역사가 다시 페니실린 이전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거침없이 진화하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내성으로 조만간 아무런 항생제도 듣지 않는, ‘항생제 무용(無用)’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경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본에 비해 내성이 워낙 빠르게 발생하기 때문에, 민간 제약사들에게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내성은 증가하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는 악순환 속에서 광범위 항생제 사용이 증가했고, 이는 다시 광범위 항생제에도 내성이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감염병 전문가들이 경고한 ‘페니실린 이전 시대로의 회귀’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

실제로 최근 항생제 중 최후의 보루라 여겨지던 카바페넴 내성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급감염병인 CRE 감염 환자가 2018년 1만 1954명에서 2022년 3만 548명으로 5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CRE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도 2018년 226명에서 2022년 581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 중 상당수가 다른 질환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만큼, 실제 CRE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가운데 지난 3년여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감염병 전문가들이 코로나19 대응에 투입되면서 항생제 관리가 느슨해졌고, 더욱이 전국에서 살포된 소독약에도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어 항상제 내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동건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에서 항생제의 내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최후의 보루라 여겨졌던 카바페넴에도 내성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성이 있으면 단순히 치료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망률도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윤영경 교수 역시 CRE 감염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현장에서 두렵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밝혔다.

 

쓰지 말라는 약은 쓰지 말아야

 

CRE 감염과 이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CRE 감염시 1960년대에 개발된 콜리스틴이라는 약제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콜리스틴은 심각한 신독성으로 인해 해외에서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동건 교수는 “CRE가 확인되면 환자나 보호자에게 미리 콜리스틴이라는 약의 부작용과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쓸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윤영경 교수는 “콜리스틴은 일주일 정도 사용하면 신기능이 악화되며, 환자에 따라서는 인공호흡기 치료까지 필요하게 된다”면서 “남들이 쓰지 말라는 약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꼭 필요한 약은 가지고 있어야”

이처럼 CRE 극복이 전세계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자비쎄프타는 다수의 3상 임상 연구를 통해 표준 치료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으며, 세프타지딤 단일제제와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고,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CRE 감염 환자와 면역저하자가 포함된 다수의 리얼 월드((Real-World) 연구에서는 기존의 표준치료법보다 우월한 치료 효과를 보고했다.

이에 미국 감염내과학회(IDSA)는 2022년 가이드라인에서 자비쎄프타를 CRE 또는 치료가 어려운 녹농균(DTR-PAE)으로 인한 신우신염을 포함, 복잡성 요로 감염에 선호하는 치료 옵션으로 권고했다.

유럽 임상미생물학ㆍ감염질환학회(ESCMID) 역시 2022년 가이드라인에서 시험관실험(In-vitro)에서 활성이 있는 경우 CRE로 인한 중증 감염 환자에 대한 치료법으로 자비쎄프타를 권고했다.

이동건 교수는 “미국에서는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학회와 함께 항생제 개발을 지원해왔으며, 덕분에 최근 10년 사이 다수의 항생제가 개발됐다”면서 “이 가운데 하나가 자비쎄프타”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항생제 하나에 급여가 적용돼 그나마 다행”이라며 “앞으로 이 약이 끝이 아니라 더 들어와야 하며,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약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윤영경 교수는 “자비쎄프타는 카바페넴 내성균을 상당히 광범위하게 억제한다”며 “자비쎄프타 급여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제2, 제3의 자비세프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생제, 최적화해 사용해야

 

지난 2022년 저박사(성분명 세프톨로잔/타조박탐, MSD)에 이어 자비쎄프타가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되면서 임상 현장의 갈증을 조금씩 풀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신규 항생제 도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이후 미국에서는 15개, 유럽에서는 9개의 신규 항생제가 허가됐으나, 우리나라에서는 4개에 그치고 있다.

이 가운데 어렵게 도입한 신규 항생제들도 머지않아 내성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내성을 오래 억제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관리하에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제를 투약할 수 있도록 하되, 지나치지 않게 관리해 내성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

이동건 교수는 “새로운 항생제를 들여와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병원과 학회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면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전문가가 관여해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끊을 것인지 결정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경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자비쎄프타에 급여가 적용돼 쓰기 시작했지만, 해외에서는 많이 썼던 약”이라며 “사용 후 약 10% 내외에서 내성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에 “이 약의 수명을 길게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시점에 최적화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생제 관리 시스템 아래에서 사용하도록 해야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윤 교수는 환자의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약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감수성 평가에 대한 급여를 인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항생제 내성은 범국가적 아젠다

 

한편, 이동건 교수는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흔히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이 흔한 원인을 의사들의 과도한 항생제 처방으로 꼽고 있지만, 훨씬 더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일례로 그는 “축산업이나 수산업, 농업 등에서도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보건복지부 소관이 아니다”라며 “특히 먹고 사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내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항생제를 도입해야 하지만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적절한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전문가들이 적절한 약제와 적절한 투약시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감염 관리 시스템과 함께 항생제 관리 시스템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감염 관리는 정부에서 감염관리료를 마련하고 병원 역시 위원회를 만드는 등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같은 축으로 학회에서는 항생제 내성을 관리하기 위한 관리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에서도 지지난 정부부터 항생제 내성 극복으로 만들기위한 TF를 구성하고, 2021년 시작한 2기에서 항생제 관리를 위한 스튜어드십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학회와 준비 중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조율하고 있어 조만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항생제와 감염 관리 두 축이 시스템이 잘 정착하면, 새로 개발된 항생제들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내성이 발생하는 시간을 최대한 지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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