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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과립세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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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과립세포증
  • 의약뉴스
  • 승인 2006.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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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주사를 맞는 아이가 있다.

이제 겨우 4살난 사내아이 현준이는 백혈구의 호중구 수치가 ‘0’이다. ( 참고로 정상인은 1,000 이상이다) 따라서 사소한 접촉에도 쉽게 감염된다. 감염은 생명을 위협한다. 그래서 현준이 어머니 김서운씨는 외부인이 집에 오는 것을 꺼린다.

심지어 시부모들의 방문까지 걱정할 정도다.

현준이는 태어나면서 부터 질병을 달고 나왔다. 산전 검사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첫 임신이어서 기쁨은 더욱 컸다. 멀리 뉴욕의 낯설은 병원에서 였지만 김씨는 태어날 아이와 함께 밝은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태어 난지 10일 정도 지난 어느 날 현준이가 고열에 시달렸다. 급히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 병원은 간염을 의심했다. 그에 따른 처방도 했다. 하지만 열은 내려가지 않았다. 병원은 혈액질환 검사 등을 실시했고 현준이는 곧 엠블란스에 실려 근처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어머니 김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태어 난지 겨우 10일 만에 치료할 수 없는 질병에 걸린 아이 앞에서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김씨는 우울증 증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필 우리에게 이런 일이 닥친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이왕 시련이 온 것이라면 이겨보자고 심지를 굳혔다. 현준이는 호중구 수치를 올리는 주사를 맞았다. 다행히 주사 효과가 있어 제로의 호중구가 좋을 때는 정상인에 근접하게 나왔다. 피하주사를 맞으면서 현준이는 크고 있다.

김씨는 1년에 한 두차례 미국 출장을 간다. 다름 아닌 주사약(G-CSF)을 처방받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매일 주사 처방을 해주지 않고 보험관계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가져온 약은 넉넉한 유효기간을 확인한 후 바로 냉장보관 한다.

“ 국내 의료진은 안 맞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하루라도 빠지면 수치가 제로가 돼 감염위험에 노출되지요. 또 종기가 나면 고름이 생기고 딱지가 난후 아무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번지니 위험해요.”

김씨는 이런 상황을 너무나 잘 알기에 주사를 하루라도 빼놓을 수 가 없다고 했다. 주사를 매일 맞다 보니 처음 주사 당시에는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 다가 계속 떨어져 지금은 주사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근육통이나 뼈의 통증, 심신무기력증 등 부작용도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없다. 골수 이식의 방법이 있기는 있다. 말초혈액을 이용하거나 제대혈을 사용할 수도 있다. 다행이 현준이는 제대혈도 보관돼 있고 이제 5개월된 동생의 골수와도 일치해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하다.

“ 병원에서는 6개월이 지나면 이식이 가능하다고 해요. 마지막 까지 주사요법에 의존하고 그 다음에 이식을 할 생각입니다.”

김씨는 이미 현준이를 위한 플랜을 짜놓고 있다. 강한 모성 본능이 느껴졌다. 지능은 정상이고 신체발달도 비교적 순조롭고 외모는 정상이어서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자신 때문에 온 질병이라고 생각하니 더 애틋할 수 밖에 없다. 유전질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임신 중에 약물은 물론 커피 등 각성제나 아이에게 해로운 것은 하나도 안했어요. 아기에게 좋은 것만 했는데...”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현준이 아버지는 엠파스에 카페를 만들어 다른 환우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동병상린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 아버지는 “ 외국의 경우 주사를 맞아도 수치가 안 나오는 경우도 맞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며 “ 국내도 보험 등의 문제를 이유로 처방을 기피해서는 안된다” 고 말했다.


4살인 지선이도 백혈구 호중구 수치가 0이다. 두 살 위의 언니는 건강상 아무런 이상이 없다. 아버지 임호익씨는 지선이가 태어나서 3일 만에 증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엉덩이에 종기가 생기더니 하루 만에 엄청나게 많은 종기가 났다”고 당시를 기억해 냈다.

시립보라매병원에 가니 백혈병이 의심된다며 서울대병원을 추천했다. 소아암 전문의인 안효섭 교수는 처음에는 호중구감소증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몇 번 더 검사를 통해 호중구 수치가 제로임을 확인하고 무과립세포증을 확진했다.

지금 지선이는 겉으로는 멀쩡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순감기만 걸려도 뇌수막염이나 뇌염으로 진행돼 중환자실에 실려가야 한다. 보름동안 의식불명인 상태도 있었다. 의사는 뇌성마비를 우려 했으나 다행히 뇌의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 걷는 게 조금 불안하지만 지장은 없어요. 말은 알아듣지만 혀가 짧아 제대로 발음 하지 못합니다. 지능은 괜찮다고 해요.”

임씨는 지선이의 골수이식에 대해 조금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질환에 대한 골수이식 자체가 없고 이식 과정에서 사망하는 등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식해 성공한다 해도 이식 후 나타나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골수이식과 임호준 교수는 “ 이 질환은 유전자 이상에 오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말초혈액이나 태반 제대혈, 그리고 골수를 이용한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환자의 삶의 질과 생명을 연장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식을 통해 감염이나 다른 백혈병으로 이어져 사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골수이식의 역사가 세계적으로는 30년이 넘었고 우리나라도 80년대 후반에 성공했으며 이식 후 지금껏 생존자가 있다며 이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과립세포증-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라는 세포가 형성되지 않는 혈액질환으로 국내에는 약 20여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혈액내에 세균 침입을 방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중구가 없어 쉽게 감염된다. G-CST 주사 , 조혈모세포 이식 등의 치료법이 있으나 근본적이지는 않다. 2004년 복지부는 질병코드 (D70)을 만들고 일부 보험적용을 하고 있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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