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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겟아웃(2017)- 빵집에서 빵을 고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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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겟아웃(2017)- 빵집에서 빵을 고르듯이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3.07.05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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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 더군다나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대니얼 칼루유야)는 신이 났다. 면도를 위해 거울 앞에 선다. 흰 거품이 검은 얼굴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흑백을 강조한다. 준비는 끝났다. 그래도 조금 불안하다. 그래서 여자 친구 로즈(앨리스 월리엄스)에게 이렇게 묻는다. 내가 흑인이라고 얘기했어? 아니. 우리 부모님은 인종 차별주의가 아냐.

좋다. 이렇게 나오는데 더 물어볼 필요 있나. 둘은 부모님이 사는 한적한 곳으로 차를 몰고 떠난다. 신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소개하러 가는데 음악이 빠지면 안 된다. 어깨춤이 절로난다.

크리스는 담배가 당긴다. 상쾌한 기분을 이어가고 싶다. 그러나 로즈는 적극 막는다. 건강에 나빠. 이런 여친이라면 사랑하지 말래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자, 드라이브는 계속된다. 녹음을 뚫고 차는 달린다.

그때 퍽 소리가 난다. 다행이다. 다행이라고 한 것은 사람이 아닌 사슴을 치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숨어 있다 나타났는지 경찰이 온다. 면허증. 운전한 사람은 나요. 로즈가 크리스에게 면허증을 요구하는 백인 경찰에게 따진다.

누구든 내 남자를 건드리지 마. 실랑이 끝에 경찰은 물러난다. 대단한 여친이다. 이 정도만 본다면 로즈는 크리스를 정말로 사랑하는 게 맞다. 빵을 고를 때는 신중해야 하듯이 남자 친구를 로즈는 제대로 골랐다.

차가 달리다 멈춘 곳은 사생활이 보장되는 멋진 삼층집이다. 거대한 성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저택에 로즈의 부모님이 나와 두 사람을 반갑게 맞는다. 집이 크다 보니 하인이 없을 수 없다.

남자 하인, 여자 하인은 모두 흑인이다. 로즈의 부모 말에 따르면 아버지 때부터 도왔으니 그만두게 할 수 없어 데리고 있다. 이 정도면 부모님 마인드도 나쁘지 않다.

거기다 아버지는 뇌 수술을 하는 의사이고 어머니는 최면술사다. 이런 집안에 크리스가 로즈의 여자 친구로 초대된 것이다. 그렇다면 크리스의 집안은 로즈의 가족을 상대할 만큼 괜찮은지 살펴보자.

아버지는 일단 기억에 없다.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어릴 적에 사망했다. 말하자면 크리스는 고아다.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그런 의문 대신 영화 속으로 더 들어가 보자. 지금 시대가 어느 때 인데, 사랑이면 그만이지! 부모 재력을 따지나. 꼰데 스럽게.

한편 로즈의 집은 조부 때부터 파티를 열어왔다. 할아버지는 뛰어난 육상 선수였지만 흑인에게 져 올릭픽 미국 대표로 출전하지 못했다.그러나 이를 극복한 것으로 나온다.(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디테일을 봐야 한다.)

손님들이 차를 타고 들이 닥친다. 모두 백인이다. 그 가운데 흑인 한 명이 끼어 있다. 백인 여자가 부인인데 나이 차가 심할 정도로 늙었다. 크리스는 손님 가운데 유일한 흑인을 만나니 반가워서 흑인들만의 인사법인 주먹을 쥔다.

그러나 흑인은 백인식으로 악수하려고 손을 내민다. 이상하다. 그래도 뭐 이 정도는 넘어갈 만하다. 한편 로즈 엄마는 딸의 남자 친구가 흡연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최면으로 끊게 해 주겠다고 최면을 건다.

예쁜 커피잔이 있고 뜨거운 커피가 담겨 있다. 스푼으로 그걸 젖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걸 보는 크리스는 최면에 걸린다. 몸이 마비돼 움직일 수 없다. 그래도 잘 견뎌낸다.

크리스는 이런 사실을 로즈에게 말하고 로즈는 별 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어쨌든 로즈의 부모는 물론 남동생도 크리스에게 간혹 인종차별을 하는 듯한 발언을 하지만 위험 수위를 넘지는 않는다.

▲ 이때만 해도 로즈는 남자 친구 크리스를 완전히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소 뒤에 숨은 악마의 얼굴은 아름답다.
▲ 이때만 해도 로즈는 남자 친구 크리스를 완전히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소 뒤에 숨은 악마의 얼굴은 아름답다.

농담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에서 그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크리스는 이 집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낀다. 초대 손님 앞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손님들은 자신을 상품처럼 이리저리 훑어본다.

가격을 매기고 얼마면 사겠다는 표정이 얼굴에 나타난다. 체격 좋고 머리 좋고 운동 잘하는 흑인을 값을 주고 사고 싶어 하는 눈치다. 불안은 고조된다. 크리스는 그런 마음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경찰 비슷한 일을 하는 친구는 백인이 신체적으로 우월한 흑인을 성노예로 만든다는 말을 하면서 그곳에서 빠져나오라고 한다. 그러나 크리스는 문제없다며 거절한다.

그러다 우연히 묶여 있는 사진 더미를 본다. 로즈와 흑인 남자들이 자신처럼 애인 관계로 엮여 있는데 한두 명이 아니다. 크리스의 의심은 커진다. 친구의 말이 맞나.

그 무렵 크리스는 또 한 번 최면에 걸린다. 이제는 아예 의자에 묶여 있다. 그러나 완전히 최면에 걸린 상태는 아니다. 벗어나고 싶다. 위험을 감지한 크리스는 몸부림 치지만 어림없다.

앞에 있는 텔레비전 화면은 그를 혼란하게 만든다. 화면은 바뀌어 다른 쪽 방에는 백인의 두개골이 열려 있다. 크리스가 들어오면 뇌를 이식하는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흑인의 몸에 백인의 뇌를 옮긴다. 친구의 말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는 발버둥 쳐보지만 어림없다. 빠져 나올 수 없다. 꿈인줄은 알겠는데 가위눌림은 여전하다.

자기 몸의 통제권이 사라지는 절대 절명의 순간이다. 그러나 위기에는 언제나 구원의 손길이 있다. 완전 최면에 들기 일보 직전, 크리스는 자신을 옮기려는 자를 죽인다.

그리고 시간이 됐는데도 오지 않는 것이 궁금해 수술실 방을 열고 나오는 로즈의 아버지를 저세상으로 보낸다. 차에 치여 죽은 사슴뿔로. 

이제 남은 것은 사랑하는 로즈와 함께 여기를 빠져 나가는 것. 그러나 차 열쇠가 없다. 어디 있지? 열쇠를 찾는 과정은 공포와 긴장의 연속이다. 로즈는 순순히 키를 크리스에게 줄까.

국가: 미국

감독: 조던 필

출연: 대니얼 칼류야, 앨리슨 월리엄스

평점:

: 짐작했겠지만 크리스의 여자친구 로즈는 가족과 한패였다. 몸 좋고 운동 잘하는 흑인 남자를 애인으로 삼아 부모 집으로 유인하는 유인책이다. 그러니 범죄자 가운데 가장 악질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면 이 여자, 로즈의 최후가 궁금하지 않는가. 그녀는 총을 들고 있다. 크리스는 로즈의 손에 죽을 운명이다. 내가 죽여주지. 그때 누군가 나타나 총을 달라고 한다.

이미 최면에 걸려 몸은 흑인이지만 뇌는 백인인 그는 순간 나갔던 자신의 존재가 돌아온 것을 느낀다. 그래서 총구를 크리스가 아닌 로즈에게 돌린다. 그리고 자신도 그 총으로 자살한다.

크리스는 아직 살아있는 로즈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달려든다. 그때 경찰이 들이닥친다. 살려 주세요. 로즈가 외친다. 영락없는 살인자 신세가 된 크리스. 그런데 차에서 내린 경찰은 경찰이 아닌 크리스의 친구다.

친구의 차를 타고 떠나는 크리스를 보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로즈. 저택은 불타고 있다. 관객들은 잘 죽었다고 박수보다는 섬뜩한 공포가 여전히 가시지 않아 몸을 오들오들 떨고만 있다.

조던 필 감독의 <겟아웃>에는 수많은 복선이 깔려 있다. 크리스가 고아인 것은 실종자라도 신고할 가족이 없다는 것,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저택은 완전범죄를 만들만한 최적의 장소라는 것. 금연을 강조한 것은 건강한 신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등.

그러니 혹여 커피를 마실 일이 있다면 커피잔을 유심히 보지 말자. 최면에 걸려 뇌가 절단될 수도 있다. 한 번 보면 알기 어려워 두어 번 보는 관객들이 많다고 한다. 보면서 아, 이 장면은 이래서 이렇구나 확인하는 과정이 무척 재밌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각본상(흑인 감독이 직접썼다.)을 받을 만큼 짜임새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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