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외·보령 ‘부활’, 제일·LG ‘주춤’
12월결산 제약사들의 1분기 영업성적표가 공개된 가운데, 상위 제약업체들의 순위경쟁이 벌써부터 점입가경이다. 이는 중외제약, 보령제약 등 최근 2~3년간 부진한 실적을 보이던 업체들이 부활의 조짐을 보인 반면, 제일약품, 한독약품, LG생명과학, 광동제약 등 그동안 업계 성장세를 주도하던 업체들의 급성장세가 잦아드는 등 큰 대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올 제약업계 순위가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과 한미 FTA 협상 등 변수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대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이어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녹십자의 합병 등으로 업계 매출 순위(12월결산기준) 5위까지 추락했던 중외제약이 지난 1분기 15% 이상 매출이 급등하며 847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 상위권 순위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같은 매출증가율은 지난 2002년 이후 중외제약의 연간 매출성장률 3~7%의 2~5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 이에 따라 지난해 녹십자에 내줬던 업계 4위 자리도 다시 탈환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다.
녹십자도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4%의 꾸준한 매출증가율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분기 실적에서 중외제약에 약 3억여원 정도 뒤처지며 5위로 한계단 내려앉았다.
이와 함께 지난해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급기야 업계 10위권 밖까지 급추락했던 보령제약의 1분기 선전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연간 6% 가까운 매출 하락세에서 지난 1분기 30% 이상의 높은 매출증가율로 급반전한 것.
이에 따라 매출액도 지난해 1분기 359억원에서 469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늘며, 1분기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광동제약을 제치고 업계 10위권으로 다시 복귀했다.
반면, 최근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신약을 앞세워 의약분업 이후 20%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던 업계 6위 제일약품은 1분기 4.87% 매출성장에 그치며 주춤했다.
이에 지난해 업계 7위로 턱밑까지 추격한 종근당(14.98%)과의 격차는 지난해 1분기 70억여원에서 25억원 안팎으로 크게 줄어들어 연내 역전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또한 LG생명과학은 1분기 상위권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하락(-11.39%)하며, 지난해의 하락세를 이어간 것은 물론, 업계 10위권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6~7위권까지 급성장했던 업계 순위도 1분기 현재 9위까지 떨어진 상태. 연간 400~600억원 이상 격차를 보이던 보령제약과 광동제약과도 1분기 현재 20억원 안팎으로 차이가 줄었다. LG생명과학은 지난해 1분기 광동제약과 보령제약에 100~200억원 가량 매출이 많았다.
또한 비타500을 앞세워 최근 5년간 20%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광동제약도 주력제품인 비타500의 계절적 요인에 벤젠음료 사태라는 직격탄이 겹치면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86%의 소폭 상승에 그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분기 이후 비타500의 성수기가 도래하고 벤젠사태가 잦아들면, 올해도 두자리수 이상의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1분기 실적으로 향후 업계 순위 등을 단정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업체별 영업전략과 실적 등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지난 1분기에는 약가재평가, 벤젠음료 사태 등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 등으로 예년과는 달리 업체별로 부침 현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며 “향후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 도입과 한미 FTA 협상 등 업계 사활이 걸린 대형 변수와 그에 따른 업체간 대응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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