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정부가 올해 초 B형간염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확대하며 조기 치료에 힘을 실은 가운데, 베믈리디(성분명 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 길리어드)가 8년에 이르는 장기 데이터를 확보, 눈길을 끌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B형간염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진행성 간 손상으로 시작해 만성 간질환과 간경변, 나아가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만성 B형간염은 간암의 가장 주요 발생 원인으로, 국내 간암 환자 중 약 66%가 만성 B형간염으로 인해 간암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국내외 학회에서는 B형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지속적으로 억제해 질병 진행과 간암의 발생 및 이로 인한 사망률을 낮춰 생존율을 향상하는 것을 만성 B형간염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B형간염의 유병률이 4%에 이르는 ‘만성 B형간염 유병지역’으로, 예방백신 도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평균 3.6%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경구용 만성 B형간염 치료제에 대한 요양급여 세부 인정기준을 개정, ▲간효소 수치 AST(Aspartate Transaminase) 또는 ALT(Alanine Transaminase)가 40~80U/L이면서 간생검에서 중등도 이상의 염증 괴사(A2 이상) 혹은 문맥주변부 섬유화 이상(F2 이상)의 단계를 보이거나 ▲간경변, 간세포암종을 동반한 만성활동성 B형간염 환자 중 HBV-DNA가 양성인 초치료 환자에서도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AST 또는 ALT가 80U/L 이상 또는 대상성 간경변을 동반한 환자에서 HBV-DNA가 2000IU/mL 이상이거나 비대상성 간경변을 동반한 HBV-DNA 양성 환자에만 급여를 인정했다.
급여 확대로 이전에는 급여 기준에서 소외됐던 초기 환자들이 새롭게 보험 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대한간학회에서는 지난해 가이드라인 개정, ALT가 정상 상한치의 1~2배 로 지속되면서 간섬유화를 보이거나, HBV 양성이 확인되는 간경변 및 간암 환자에게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면역활동기 환자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가 간경변증 및 비대상성 변화의 위험, 간암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근치적 치료를 받은 간암 환자에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간암의 재발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실례로 국내 연구진은 한국인 환자를 포함한 총 9143명의 만성 B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B형간염 표면항원(Hepatitis B surface Antigen, HBeAg) 양성 또는 음성 단계에서 테노포비르 또는 엔테카비르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 각 환자군의 간세포암종 발생률을 추적 관찰한 결과, 만성 B형간염의 초기 단계인 HBeAg 양성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한 환자군의 간세포암종 발생률이 유의하게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은 HBeAg 양성 만성 B형간염 면역관용기 환자를 대상으로 간세포암 발생률 및 사망률을 비교 분석, 만성 B형간염 면역관용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에서 간세포암 발생률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환자군보다 2.54배 높았으며, 간세포암으로 인한 사망 및 이식률은 3.38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23일, 유럽간학회 연례학술회의(EASL 2023)에서는 베믈리디가 HBeAg 양성 및 음성 환자 모두에서 8년 차까지 90%를 크게 상회하는 바이러스 억제율을 유지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조기 치료의 중요성에 힘을 보탰다.
이 연구는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DNA가 2만 IU/ml 이상인 B형 간염환자 1298명으로 대상으로 기존의 테노포비르 제제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디소푸록실, 길리어드)와 비리어드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비교한 3상 임상 108(HBeAg 음성), 110(HBeAg 양성) 연구의 통합분석이다.
이전에 항바이러스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들이 60% 이상을 차지했으며, HBeAg 양성 환자가 54%, 간경변 이력이 확인된 환자는 15%였다.
환자들은 베믈리디 1일 1회 25mg 투약군과 비리어드 300mg 1일 1회 투약군에 2대 1로 배정됐으며, 비리어드 투약군 환자의 일부는 2년차에, 나머지 환자들은 3년차에 모두 베믈리디로 약제를 변경했다.
23일 발표된 8년차 분석 결과에 따르면, HBeAg 음성 환자들의 B형간염 바이러스 억제율(HBV DNA 29IU/mL 미만)은 세 그룹(테노포비르군, 2년차 전환군, 3년차 전환군) 모두 95%를 상회했다.(97%, 98%, 98%)
HBeAg 양성 환자들 역시 8년차 바이러스 억제율이 모두 90%를 웃돌았다.(94%, 91%, 96%)
간질환 지표인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ALT) 정상화율(Normalization) 역시 모든 그룹이 80%를 상회했으며(중앙 실험실 평가 기준), HBeAg 음성 환자와 양성 환자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HBeAg 양성 환자에서 HBeAg 소실률과 음전률은 모두 지속적으로 상승, 8년차에는 약 45%와 30%로 보고됐으며, 세 그룹간 큰 차이는 없었다.
나아가 치료 8년차까지도 베믈리디 투약군에서는 단 한명의 내성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베믈리디가 높은 바이러스 억제율과 초기부터 나타난 ALT 정상화율을 장기간 유지했다면서, 베믈리디가 만성 B형간염 환자에 상당히 효과적이며, 이 결과가 만성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환자에 선호하는 치료제로 베믈리디를 지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는 경구용 B형 간염치료제에 대한 급여 확대에 대해 “대한간학회의 권고 사항이 반영됨으로써 초치료 환자군이 더욱 확대된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만성 B형간염은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간암 발생 위험이 더 낮아지기 때문에, 이번 급여 확대로 새롭게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빠르게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여했다.
특히 그는 “만성 B형간염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간경변증과 간암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으로, 항바이러스제 급여가 가능한 적응증에 해당되는 경우 신속하게 치료를 개시하고,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하게 복용하면서 장기적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하면 치료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와 급여 기준에 대해 환자들도 잘 알고 적절하게 치료를 시작함으로써, 건강한 간을 유지하고 간암 위험을 낮출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