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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ㆍ구인두암 등 HPV 질환은 “전염성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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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ㆍ구인두암 등 HPV 질환은 “전염성 질환”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3.03.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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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백신 통해 예방 가능...남ㆍ녀 모두에서 접종하면 더 효과적

[의약뉴스] 정부가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 백신에 대한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NIP) 확대를 검토하고 나선 가운데 HPV 질환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부담과 예방 백신의 가치를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MSD는 국제 HPV 인식의 날(3월 4일)을 기념, 3일 서울스퀘어에서 ‘국내 HPV 질환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를 주제로 다국적제약사 출입기자 모임과 함께 미디어 세션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현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회장인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이승주 교수가 참석, HPV의 특징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들을 조명했다.


◇성별 가리지 않는 전염성 질환

▲ 이승주 교수는 HPV 질환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으로, 남녀 모두에서 접종해야 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 이승주 교수는 HPV 질환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으로, 남녀 모두에서 접종해야 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HPV 예방백신은 국내 도입 당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으로 소개되면서 자궁경부암에만 효과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도입 당시 ‘백신을 통해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이라는 메시지가 워낙 강력하게 전달된 터라, 여성에게만 효과적인 백신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점차 HPV로 인해 발생하는 다른 질환에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이 아니라 HPV 예방백신으로 불리우고 있다.

특히 여성에서 발생하는 질암이나 외음부암, 남성에서 발생하는 음경암은 물론 성별을 가리지 않는 구인두암, 항문암 등에도 예방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승주 교수는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HPV 질환은 전염성 질환”이라고 역설했다. 

피부 표면에서 가볍게 나타났다가 1, 2년 후 사라지는 사마귀뿐 아니라 HPV가 자궁이나 구강 안쪽 깊은 곳에 자리해 오랜 기간 생존하면서 유발하는 자궁경부암과 구인두암도 성관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이라는 것. 

HPV 질환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자, 백신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HPV는 진피층까지 침투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어 진피층에서 발생하는 면역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이로 인해 자궁이나 구강 등 깊은 곳에 자리하면 잘 제거되지 않고 오랜 기간 머무르면서 암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두경부암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나마 자궁은 조기 검진이 가능하지만, 구인두암은 조기 검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구인두암 조발생률(입술 포함)은 1999년 인구 10만명 당 3.7명에서 가파르게 상승, 2020년에는 7.9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남성에서의 조발생률은 같은 기간 5.5명에서 11.3명으로 치솟았으며, 여성 역시 같은 기간 1.8명에서 4.6명으로 확대됐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 역시 HPV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HPV 백신 접종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HPV에 대한 면역원성이 여성은 32.5%, 남성은 12.2%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백신을 통해 HPV 예방하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암을 거의 100%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녀 모두에서 접종해야 효과적
자궁경부암이나 구인두암, 항문암 등 치명적인 질환이 HPV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이라는 의미는 충분한 인구가 백신을 접종하면 퇴치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HPV 백신 접종 사업을 펼치고 있는 호주에서는 오는 2028년 HPV로 인한 암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호주에서는 가장 앞장서서 남성들도 HPV 백신을 접종하도록 NIP 대상을 변경했다. 여성만 접종해서는 집단 면역을 형성하기 여럽다는 이유다.

이승주 교수는 “자궁경부암이나 두경부암은 성매개 감염 질환”이라며 “여성만 백신을 접종하는 것 보다 남녀 모두가 접종하는 것이 예방에 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16년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백신에 대한 국가 필수 예방접종사업이 시작되면서 대상자들의 접종률은 80%에 이르고 있지만, 그 이외의 인구에서는 접종률이 미미하다”면서 “남성들도 접종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부연했다.

실례로, HPV 감염은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전염되는 비율보다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전염되는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한국 포함한 동양에서는 4가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아형으로 인한 발병률 더 높아
이처럼 HPV가 남녀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을 남성을 확대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연구 결과 여성에게만 접종하는 경우보다 남녀 모두에서 접종할 때 예방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미디어 세션을 주최한 한국MSD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HPV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을 시행 중인 국가는 110개 국으로, 이 가운데 52개국이 남성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OECD에 가입한 36개 국가 중에서는 28개 국가가 HPV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에 남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GDP 기준 상위 10개 국가 중에서는 7개 국가가 남성을 포함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HPV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 확대의 비용효과성을 분석하는 연구에 돌입, 상반기 중 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한국MSD 의학부 양경선 이사는 “HPV 백신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질환 자체가 진행이 느리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면서 “실례로 2016년 Lancet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여성의 40% 혹은 80%에서 HPV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때 70년 후 HPV 유병률이 남성과 여성에서 모두 감소하며, 여성의 80%가 접종을 완료했을 경우에는 남녀 모두에서 HPV 유병률이 80~100% 감소될 것으로 보고됐다”고 소개했다.

단기적인 예방효과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HPV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 경제적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벨기에 및 전유럽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남녀 모두에 HPV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여성에게만 접종하는 것보다 비용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이승주 교수는 HPV 백신이 난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아직까지 확립된 이론은 아니지만, HPV가 정자의 운동성이나 모양 등 난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승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HPV 관련 질환의 특징을 고려하면 현재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된 4가 백신(가다실)보다 9가 백신(가다실9)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서양의 경우 4가 백신에도 포함된 16이나 18형으로 인해 HPV 관련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1형 등 다른 변이가 우세하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에서 4가 백신을 9가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양에서는 4가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아형의 HPV가 더 흔해 9가로 진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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