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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 저박사, 신규 항생제 도입 물꼬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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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 저박사, 신규 항생제 도입 물꼬틀까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2.10.28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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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산고 끝 이달부터 급여 적용...내성 부담ㆍ콜리스틴 의존도 완화 기대

[의약뉴스]

페니실린 이전의 시대가 임박했다.

거침없이 진화하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내성으로 ‘항생제 무용(無用)’의 시대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다제내성녹농균 항생제 저박사(성분명 세프톨로잔/타조박탐, MSD)가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내성균의 증가 속도를 늦추는 한편,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여기에 더해 저박사의 급여 등재가 국내 진입을 주저하고 있는 다른 항생제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한국MSD는 2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저박사의 급여등재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한국MSD는 2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저박사의 급여등재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최근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항생제 개발 속도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새로운 내성 변이의 등장 간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조만간 아무런 항생제도 듣지 않는, 결과적으로 최초의 항생제인 페네실린이 등장하기 전과 같은 상태가 도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새로운 내성을 막기 위해 항생제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한편, 현재의 내성균에 대응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ㆍ도입하는 투 트랙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 새롭게 등장한 항생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항생제 투약 대상인 감염 환자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임상 연구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월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약제이다 보니,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하더라도 약가를 통해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직된 약가 제도로 인해 신규 항생제 도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접근성 개선을 촉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거셌다.

이 가운데 신규 항생제 중 유일하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저박사가 허가 후 5년 여의 산고 끝에 이달 초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돼 막힌 혈을 뚫었다.

저박사는 주요 임상 중 원내감염폐렴 및 복잡성 복강내 감염에서 메로페넴과 비열등성을, 복잡성 요로감염에서 레보플록사신과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저박사는 지난 2018년 건강보험 등재를 신청한 후 관련 절차를 밟아왔지만, 경제성평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기존 항생제 대비 비열등성 연구를 바탕으로 경제성평가를 통해 신규 항생제가 가진 가치를 인정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

이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신규 항생제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에서도 날로 심각해지는 항생제 내성의 위험을 고려,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에 항생제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접근성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약가협상 과정을 거쳐 급여 기준을 신설하고, 이달 1일부터 복잡성 복강 내 감염, 복잡성 요로감염, 원내 감염 폐렴 치료에 있어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실패한 경우 또는 다제내성 녹농균이 증명된 경우에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MSD는 2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저박사의 급여등재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감염내과 추은주 교수는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보건문제로,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면서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이 OECD 국가에서도 최상단”이라고 지적했다. 

실례로 추 교수는 “아시네토박터균의 경우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항생제인 카바페넴에 80% 이상이 내성을 보인다”면서 “2000대 초반만 하더라도 카바페넴 내성은 거의 고민하지 않았었지만, 불과 8년여 만에 80%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추 교수는 항생제 내성에 있어 우리나라의 문제를 크게 두 가지로 지적했다.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과, 사용 가능한 항생제가 거의 없다는 것.

그는 “항생제의 내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조금이라도 적게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서 “그러나 환자를 보다 보면 항생제의 필요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항생제를 조금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내성균에 감염됐을 때 치료 가능한 약제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까지도 카바페넴 내성에 쓸 수 있는 약이 거의 없었다”면서 “이로 인해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추천하지 않는 콜리스틴을 주로 쓰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콜리스틴은 1980년에 개발된 약제로 신독성을 유발, 거의 쓰지 않았던 약제이지만, 오히려 잘 쓰지 않았던 덕분에 감수성이 있는 환자들이 적지 않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추 교수는 “콜리스틴을 사용하면 30% 이상에서 신독성입 발생하며, 신독성이 생기면 환자의 사망률이 급증한다”면서 “이로 인해 미국 등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추천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약 밖에 없어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치료 성적이 외국에 비해 낮지는 않지만, 가지고 있는 무기 자체에 한계가 있다”면서 “이로 인해 내성균에 대한 치료 성적은 외국보다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적절한 무기가 있어야 하는데, (가이드라인에서) 추천하는 약은 없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약이 빨리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새로운 항생제 도입이 시급했던 상황에서 저박사의 급여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저박사가 한 편으로는 내성의 증가를 막고 다른 한 편으로는 콜리스틴에 의존해야 했던 내성균 감염 환자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평가다.

추 교수는 “저박사는 하기도 감염으로 입원한 우리나라 중환자 대상 녹농균에 대해 97.1%의 높은 감수성을 나타냈다면서 ”뿐만 아니라 카바페넴계 항생제인 메로페넴, 피페라실린-타조박탐에  내성이 있는 녹농균에서도 모두 90% 이상의 높은 감수성을 나타내 다제내성 녹농균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어 “녹농균 등 보통의 그람음성균은 카바페넴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내성균이 생기게 된다”면서 “카바페넴보다 저박사를 사용하는 것이 내성균의 발현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다제내성 녹농균에서는 카바페넴의 효과가 떨어지는데 원내 폐렴 환자의 19% 정도에서 발견된다”면서 “그동안은 약이 없어 콜리스틴을 사용했지만, 저박사는 신장의 기능이 나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으며, 임상 효과도 좋아서 기대가 된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추 교수는 “저박사 이외의 신무기도 도입하면 좋겠다”면서 “저박사가 새로운 옵션 가운데 시작이 아닐까 한다”고 저박사의 급여 등재가 다른 신규 항생제의 도입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다만, 추 교수는 저박사 역시 광범위 항생제처럼 과도하게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좋은 항생제를 오래 쓰기 위해서는 아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추 교수는 “과거에는 중환자에서  환자에 맞는 항생제를 찾는 동안 악화될 것을 우려해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하도록 했지만, 최근에는 되도록 광범위 항생제를 쓰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판단이 되지 않는 경우에 광범위 항생제를 쓰더라도 최대한 짧게 쓰고 적절한 항생제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생제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내성균을 적게 생기게 하고, 다음 치료제를 아낄 수 있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한국MSD는 세계2차대전 기간 최초의 항생제인 페네실린을 공급했던 역사를 내세우며 저박사로 이어지는 항생제 분야의 유산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국MSD 의학부 김요한 상무는 “MSD는 1942년 페니실린을 상용화하여 2차 대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린 이후 수 십년 동안 항생제 연구개발에 집중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생제 내성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항생제 신약 개발에 대한 요구는 높아져 가고 있지만, 새로운 항생제 개발과 도입을 위해서는 한 회사를 넘어 의료진과 보건당국의 협력이 필요한 현실”이라며 “저박사의 보험급여 등재는 이러한 항생제 신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주시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주신 의료진 여러분과 보건당국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그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항생제 신약 부재를 해소하고, 필수 의약품인 항생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국MSD 호스피탈 스페셜티 사업부 김현 전무는 “감염병에 맞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선도해온 MSD의 역사에 저박사의 국내 급여 등재라는 새로운 한 획을 그어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MSD는 감염질환 관리를 위한 보건의료계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항생제 내성 퇴치에 기여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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