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5 12:14 (목)
401. 콘스탄트 가드너(2006)-선량함 속에 감춰진 검은 욕망
상태바
401. 콘스탄트 가드너(2006)-선량함 속에 감춰진 검은 욕망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2.10.14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약뉴스]

열정이나 정의, 인권 등은 흔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좋은 것이 때로는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옳은 것과 좋은 것이 때로는 선악의 경계를 허물 때도 있다.

그래서 그런 것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심신이 쏠리면 마치 언제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외줄 타기 신세가 된다. 테사(레이첼 와이즈)가 이런 인물이 되겠다.

당차고 저돌적이고 비타협인 그녀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였다. 저스틴( 랄프 파인즈)은 그와 반대는 아니더라도 조금 떨어져 있다. 꽃을 보고 정원을 가꾸는 그는 섬세하고 고요하고 세심한 남자다.

그 남자가 누군가 대신해 강의하고 있다. 청중은 따분하다.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서둘러 강의를 끝낸다. 그때 테사는 질문을 한다.

유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을 했다. 오일이 그렇게 중요하냐. 저스틴은 뜨끔했다. 원래 강연자였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거라며 얼렁뚱땅 넘어간다.

분에 겨워 아직도 식식대는 그녀에게 그는 커피를 사겠다고 제의한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그녀에 대한 최선의 호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자는 커피숍 대신 집으로 남자를 이끈다.

둘은 그렇게 너무나 빨리 아프리카 사막의 달궈진 모래보다 더 뜨거운 시간을 보낸다. 테사는 말한다. 날 아프리카로 보내줘. 당신의 정부로 연인으로, 아내로라도 괜찮아.

저스틴은 고민하지만 관객들은 안다. 그가 그녀와 결혼해 둘이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사실을. 케냐 주재 영국 대사관이 그들 부부의 안식처다. 그러나 그들에게 찾아온 것은 안식 대신 위험이다.

테사는 대사관이 원하는 일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아프리카에서 둘은 행복했을까. 심성 좋고 내향적이며 속으로 단단한 저스틴은 가위를 들고 정원을 관리하면서 이국의 풍경을 테사와 즐겼을까.

당돌했던 활동가 테사는 아프리카에서는 성질 죽이며 저스틴의 내조에 집중했을까. 너무 빨리 뜨겁게 사랑했던 둘은 너무나 빨리 차갑게 식었다. 애정 전선에 이상이 생겨서가 아니다. 테사의 그 정의에 대한 갈망이 그렇게 하고 있다.

임신으로 행복했던 한때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사산했다. 사산한 아이는 테사 뿐만이 아니었다. 병원의 아이들은 숱하게 죽어 나갔다. 에이즈 창궐, 결핵약을 둘러싼 복마전이 아프리카 거대 시장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무기상과 같다는 거대 제약사는 이익 추구가 우선이다. 부작용은 나중 일이다. 경쟁사가 약을 개발하기 전에 빨리 임상을 끝내야 한다.

테사는 현지 의사와 그런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어떤 사람의 눈에는 그것이 매우 못마땅하다. 그런 정도를 넘어선다. 돈 앞에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생명은 시시각각 위태롭다. 그러거나 말거나 테사의 활동은 뒤로 가기보다는 계속 전진이다. 보고서는 작성됐다. 본국에 알려야 한다.

그러나 저스틴의 친구 샌디( 대니스 휴스톤)는 테사를 돕는척 하면서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녀의 노골적인 유혹에 넘어가는 듯 보이지만 노련한 외교관이 풋내기에 당한 이유 없다.

▲ 영국 외교관 부인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와 추격이 장쾌한 아프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 영국 외교관 부인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와 추격이 장쾌한 아프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보고서를 미끼로 둘은 끔찍한 거래를 한다. 비대한 몸뚱이가 무섭게 반응한다. 저스틴 모르게 은밀하게 이 일은 진행된다.

그런 어느 날 테사는 현지 의사와 로키로 떠난다. 그리고 사막 한가운데서 테러를 당해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아프리카에서 테러는 흔한 일이고 대사관은 단순 강도사건으로 발표한다. 

그러나 저스틴은 그녀의 죽음에 어떤 흑막이 있음을 감지한다. 슬픈 눈으로 아내의 죽음을 고지한 외교관 친구와 거대 제약사가 연관된 검은 음모. 얌전한 가드너는 더 이상 가드닝에 관심없다. 그가 아내를 위해 진실을 찾아 나선다.

죽은 아내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여권을 위조하고 외교관다운 행동을 멀리한다. 아내의 길을 따라 가고 싶지 않으면 멈추라면 협박이 날아든다. 이제 그는 영국을 위해 일하는 외교관이 아니라 처리돼야 할 골칫거리다.

거대한 범인을 쫓는 저스틴과 그 와중에서 아내와의 달콤함을 회상하는 저스틴의 사랑이 교차 편집되면서 집념과 추적의 파노라마가 장쾌한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저 대자연 앞에서 왜소한 인간이 벌이는 원초적 힘의 대결은 진실이 지더라도 절반의 성공을 했다는 위안을 준다.

국가: 독일, 영국

감독: 페르란도 메이렐레스

출연: 레이첼 와이즈, 랄프 파인즈

평점:

: 테사의 죽음은 예견된 것이었다.

수차례 경고가 있었고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가던 길을 멈추기만 했어도, 하던 일을 뒤로 미루기만 했어도 테사는 처참한 몰골로 죽지 않고 여전히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살아 있을 것이다.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알면서도 그 길을 가는 신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는 모른 척 눈감으면서 진실을 외면하면 마음 편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야 한다고 느끼고 그래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배운다. 하지만 테사는 달랐다. 누가 뭐래도 원하던 것을 끝까지 추구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결과는 어땠을까.

보이지 않아도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게 보여줬을까. 적어도 영화로는 보여주고 있다. 실존이든 허구든 무모한 것에 도전하는 정신이야말로 인간이 가야할 할 원초적 본능의 길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음모와 배신과 타락과 돈과 욕망 사이에서 잠깐이라도 멈춰서서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영화는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아프리카 대자연은 그러기에 알맞은 공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