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사 단순판매상 전락

이는 세계 최대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가 국내 진출 다국적 제약사 가운데 차지하는 위상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최근 잇따르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공장매각 또는 철수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이자제약이 오는 7월 이후 서울 광진구 소재 생산공장의 의약품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고혈압치료제인 노바스크 등 국내 공급 일부 의약품이 생산돼 왔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의약품 시장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단순 판매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한국로슈는 최근 안성공장을 내년 상반기까지 폐쇄키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백신전문 업체인 한국와이어스는 지난해 3월 인건비 등을 이유로 군포공장을 폐쇄했으며, 한국릴리도 같은 달 화성공장을 대웅화학에 넘겼고,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도 3달 후인 지난해 6월 안산 항생제 공장을 화일약품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진출 다국적 제약사 가운데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곳은 한독약품, 한국얀센, 한국오츠카제약, 한국MSD,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국쉐링, 한국애보트 등 채 10곳도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국내에 생산설비를 갖춘 다국적 제약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일부 생산설비를 갖춘 곳도 국내에 공급하는 의약품의 극히 일부만을 생산하고 있고, 최근에는 생산 규모를 줄이거나 생산시설을 철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생산공장에 대한 재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최근 신공장 건설을 잇따라 추진 중인 국내 제약사들과는 상반된 모습.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상당수 다국적 제약사들의 공장매각 또는 공장폐쇄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공장철수를 결정한 한국화이자 외에도 일부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공장폐쇄 또는 매각 등을 놓고 어느 정도 내부 논의가 진행된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공장시설 재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다국적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이에 소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다국적 제약사 한 관계자는 “솔직히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인건비, 세제지원, 노사갈등 등 국내 시장에서의 생산 매력은 이미 오래 전에 상실된 상황”이라며 “그동안 눈치만 보던 일부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한국화이자의 이번 결정 이후 생산량 감축, 공장철수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내부논의를 구체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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