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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스포트라이트(2015)- 진실은 드러 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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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스포트라이트(2015)- 진실은 드러 났지만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2.08.22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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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자만이 왕관을 쓸 수 있다. 그래야 한다. 전투에 임하는 사령관도 그렇고 조직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신문사로 치면 편집국장 정도가 되겠다. 보스톤 글로브지에 새로 국장이 부임했고 그 국장은 지시를 내렸다. 오래 전 묵혀둔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사건이다.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 스포트라이트>는 화려한 옷 속에 감춰진 근엄한 가톨릭 성직자들의 추악한 진실을 파헤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네 명으로 구성된 스포트라이팀은 국장의 지시에 따라 그날부터 피해자를 만나고 가해자와 접촉하고 그들 사이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로 두둑한 수임료를 챙긴 변호사를 만난다. 

가해자가 교회고 그것도 성직자이니 만큼 아무리 큰 신문사라고 해도 이 사건은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다. 

그러나 편집국장과 팀장 로비( 마이클 키튼)와 팀원 마이크( 마크 러팔로), 사샤(레이첼 맥아담스)는 왕관의 무게를 기꺼이 감당하기로 작정했다. 쓸만한 자가 왕관을 썼을 때 세상은 이전보다 좋아진다는 이치가 자명해지는 순간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교회와 추기경과 성직자들의 저항은 대단하다. 위협과 그에 따른 압박이 기자들을 점점 조여 오고 이에 굴하지 않는 마이크와 사샤는 정의의 이름으로 맞선다.

취재가 진행될수록 진실은 드러나고 보스턴 교구 신부의 6%에 해당하는 무려 90명이 성추행자로 밝혀진다. 이것은 일부 신부의 일탈이 아니다. 어떤 현상이다. 

막지 않으면 흐름은 이어지고 더 큰 현상으로 굳어진다. 여기서 끊어내야 한다. 그러나 성직자와 교회는 알다시피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더구나 그들은 추행 대상자를 약자로 선정했다. 부모가 이혼했거나 가정형편이 나쁘거나 또다른 이유로 그렇게 해도 들통나지 않고 들통나더라도 쉽게 무마할 수 있는 약자 중의 약자를 대상으로 삼는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약자라고 해도 용기있는 자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들 가운데 일부가 그것을 교회 밖으로 끄집어 낸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수완좋은 변호사가 나서서 피해자와 합의를 하고 사건은 그대로 묻힌다. 

교구의 성직자는 다른 곳으로 전보를 간다. 파면 되거나 성직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잠시 병가를 핑계로 휴가를 가고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강단에 서서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을 설교한다.

▲ 가시밭길을 걸으며 자신보다 센 자들과의 대결에 나서는 기자들의 열성이  돋보인다. 바른 기자 정신은 세상을 좀 더 좋은 쪽으로 바꾼다.
▲ 가시밭길을 걸으며 자신보다 센 자들과의 대결에 나서는 기자들의 열성이  돋보인다. 바른 기자 정신은 세상을 좀 더 좋은 쪽으로 바꾼다.

그들에게 아동 성추행은 범죄가 아니다. 취재팀은 문제가 있는 신부들이 유독 교구 이동이 잦고 이유는 한결같인 병가라는데 의문을 품는다. 

이는 교회의 윗선 다시말해 추기경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더 나아가 로마 교황청도 알면서 은폐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보스턴 글로브는 이제 두 꼭지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마지막 단계에 접어 들었다. 성직자의 타락과 아동 성추행의 조직적 은폐다. 

증거 확보까지 마친 마이크는 팀장인 로비에게 이제 기사를 쓰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동안 열성적으로 지원했던 팀장은 만류한다. 성직자 하나를 잡는데 그치지 말고 아흔 명 전부를 잡기 위해서는 좀 더 취재가 필요하다고 한다.

마이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그러면 자신이 직접 국장에게 보고하겠다고 반기를 든다. 하지만 군대 조직 만큼이나 위계 질서가 강한 신문사 조직을 마이크는 배반하지 않는다.

더 많은 자료와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한다. 기사를 막기 위한 조건으로 신문사에 도움을 주겠다는 교회와 추기경의 제의는 먹혀들 공간이 없다. 무려 600백 꼭지의 기사가 쏟아진다. 취재는 성공했다. 

그러면 교회는, 성직자는 어떻게 됐을까. 교회는 참회의 기도를 올리고 가해 성직자는 옷을 벗고 법의 심판을 받았을까. 아니면 이전처럼 병가를 내고 더 큰 교구로 영전했을까. 은폐에 앞장섰던 추기경은.

취재는 성공했으나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건은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또다른 후속기사가 필요하듯이 <스포트라이트>의 속편이 필요해 보인다. 세상은, 교회와 성직자는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미국

감독: 토마스 맥카시

출연: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마이클 키튼

평점:

: 서두에 왕관의 무게를 언급했다. 그 무게를 감당하는 자가 그 자리에 있을 때 세상은 좀더 좋은 쪽으로 변한다. 

그러나 왕관의 무게보다는 왕관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면 세상은 거꾸로 돌아간다. 역사는 늘 진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뒷걸음질 치고 나락으로 빠져 들기도 한다. 왕관을 쓰고 있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저널 무비는 여러 번 나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좋은 영화는 드물었다. 연출이나 연기가 나물랄데 없다. 기자들을 영웅시하지 않았다. 성직자의 반발과 교회의 집요한 압박도 겉으로는 크게 그리지 않았다. 

그러함에도 거악과 거선의 대결은 흥미 진진했다. 더위에 지치고 홍수에 피해를 입은 마음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었다면 이 영화는 값어치를 하고도 남는다.

'기레기'가 넘치는 세상에서 스포트라이트 팀의 기자 정신은 잘 닦은 왕관처럼 반짝 반짝 빛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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