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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장례식장 불허, 사유는 ‘주거환경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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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장례식장 불허, 사유는 ‘주거환경 악영향’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6.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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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장례식장’ 혐오ㆍ기피시설로 봐선 안 돼...보건소 敗
▲ 주민 거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요양병원 장례식장 개설 신청을 불허한 보건소에 대해 법원이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 주민 거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요양병원 장례식장 개설 신청을 불허한 보건소에 대해 법원이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의약뉴스] 주민 거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요양병원 장례식장 개설 신청을 불허한 보건소에 대해 법원이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방법원은 최근 A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B씨가 관할 보건소를 상대로 제기한 ‘의료기관 개설 허가사항 변경 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지난 2021년 2월경 관할 보건소로부터 지하1층 지상 10층 건물의 지하 1층, 지상 3층 내지 10층에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아 A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던 중 B씨는 2021년 8월경 관할 보건소에 건물의 지상 2층에 B요양병원의 시설로 장례식장을 설치하기 위해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했다.

그러나 관할 보건소는 인접 지역 주민들의 거주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을 저해하는 등 공익적 피해가 심대하다는 등의 사유로 위 신청을 불허가했다.

보건소가 불허가한 사유를 살펴보면 ▲신청지는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장례식장으로 허가 시 신청인의 영업권을 보호해주는 이익보다 인접 지역 주민들의 거주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을 저해하는 등 공익적 피해가 심대함 ▲장례식장 개설 주변은 인구밀집 지역이고, 학교, 어린이집, 구립도서관, 아동복지시설 등이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장례식장 허가 시 교육환경을 해칠 것으로 예상돼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137조(장사시설의 결정기준)에 저촉됨 ▲건물 구조상 장례버스의 출입이 불가능해 도로변에 불법주차가 빈번해 교통 흐름 방해,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상존한다 등이다.

또 ▲건물주는 건물 2층을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 하려다 주민들의 반발로 운동치료실로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원고가 장례식장으로 변경 신청하는 등 인근 주민과 허가청을 기만하고 있음 ▲당초 요양병원 허가 신청 시 인근 주민들에게 장례식장을 절대로 개설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한 점 ▲현재 격렬한 집단 민원이 발생하는 등 인근 주민들이 받게 될 공익적 침해가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해 허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B씨는 대구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위원회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B씨는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B씨는 “일반장례식장 허가신청이 아니라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허가를 받은 사항 중 중요사항을 변경하는 신청에 해당한다”며 “의료법에 의하면 허가권자는 요건을 갖춘 변경허가 신청이 있는 경우 변경허가를 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의료법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처분사유로 불허가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보건소 측은 “장례식장 신청을 허가할 경우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저촉되고, 인근 주민의 평온한 주거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며, 인근 대중교통 흐름에 방해가 발생하는 등 중대한 공익상 피해가 발생한다”며 “B씨는 장례식장을 개설하지 않기로 약속했음에도 이러한 약속을 저버리는 등 행정청을 기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관계 법령에 의하면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는 기본적으로 일반적 금지의 해제라는 허가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관할 행정청은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신청이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부합하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설치하려는 장례식장의 연면적이 요양병원 연면적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않고 B씨가 설치하려는 장례식장이 의료법령이 정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관할 보건소는 원칙적으로 개설허가 변경사항 신청을 허가해야 한다”며 “보건소에게 허가 여부에 관한 폭넓은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도시계획시설 규칙 제137조 제5호(장례식장은 인근의 토지이용계획을 고려해 설치하되, 인구밀집지역이나 학교ㆍ연구소ㆍ청소년시설 또는 도서관 등과 가까운 곳에는 설치하지 않을 것으로 규정)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2항에 의해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장례식장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할 경우 그 결정기준을 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의료법에 기한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에 대한 허가기준 등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중대한 공익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징표에 그칠 뿐이어서 도시계획시설 규칙 제137호 제5호에 저촉된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장례식장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사후 명복을 기원하는 등 장례문화와 관련된 필수시설로, 인간의 숙명인 죽음과 관련있다고 해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로 봐선 안 된다’고 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요양병원 건물은 최신식 대형 건물로서 조문객들은 지하주차장에 연결된 장례식장 전용 승강기를 이용하고, 장례식장이 설치되는 2층 창문유리에 코팅처리가 되어 있어 장례식장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며 “사체 운구도 2층 장례식장에서 건물 내부 승강기를 통해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 운구차에 싣도록 동선이 설계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택을 향한 건물의 후면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건물 2층에 장례식장이 설치되더라도 거주 안녕을 해치거나 인근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정서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소는 장례버스와 운구차로 인해 교통흐름 방해와 교통사고 위험이 발생할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나 가능성만을 주장할 뿐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분석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B씨가 장례식장을 개설하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사정은 개설허가 변경사항 신청 불허 처분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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