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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한 의사, ‘면허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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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한 의사, ‘면허정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5.2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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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의료인 지위 남용...의협 징계 없어도 행정처분 가능
▲ 주거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ㆍ교부한 의사에게 내려진 면허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 주거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ㆍ교부한 의사에게 내려진 면허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의약뉴스] 주거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ㆍ교부한 의사에게 내려진 면허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2월경 자신의 주거지에서 처남이 사업 준비로 피곤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2017년 12월경 자신이 처방받아 보관하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 7정을 처남에게 줬다.

이외에 자살한 부인에 대한 상해혐의로 기소됐던 A씨는 지난 2019년 6월경 범죄사실이 인정돼 벌금 1000만원 및 몰수형을 선고 받았고, 해당 판결은 A씨의 항소취하로 이대로 확정됐다.

현행 약사법에서 의사를 비롯한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처방전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거나 투약하기 위해 제공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부는 A씨 처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제공한 것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처남의 증상을 적극적으로 살피면서 병명을 진단하는 등 ‘진찰’에 이른다고 볼 수준의 행위를 하지 않았고, 병원이 아닌 주거지에서 가족 중 일방 당사자에게 보관하고 있던 약을 나눠준 행위만으로 ‘진료행위’ 또는 ‘의료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비도덕적’ 진료행위란 사회통념에 근거한 ‘도덕적 비난가능성’의 존재가 전제돼야 하는데, 가족 간 일방 당사자에게 이미 처방받아 복용 중인 약을 일부 나눠준 것에 불과하다”며 “사회통념상 비난가능성이 있는 '비도덕적'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고 항변했다.

특히 “의료법상 규정 체계와 대한의사협회 정관 및 중앙윤리위원회 규정상 징계권한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품위가 심하게 손상돼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복지부 장관에 의해 자격정지 처분이 이뤄지는 경우와 달리, 품위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의협 내부 징계대상 행위가 될 것”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의사로서 품위가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심의ㆍ의결을 거치지 않고 처분을 했다”고 위법함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행위 특성상 의료인에게 높은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요구되고, 의료인이 이를 결여하면 적절한 의료행위가 불가능하게 돼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게 된다”며 “의료법은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행위를 한 의료인에 대해 면허자격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취지에서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비도덕적 진료행위’란 ‘사회통념상 의료인에게 기대되는 고도의 도덕성과 직업윤리에 크게 반하는 행위를 해 전문직 종사자로서 의료인에게 부여된 의무를 훼손하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는 것으로 평가되는 진료행위’를 의미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할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이면 의료행위에 해당하고, 영리의 목적으로 행하거나 계속, 반복의 의사로 행해 질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며 “비록 주거지에서 가족을 상대로 1회적으로 문진을 행했거나 약물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이는 진찰 및 처방으로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어 “A씨의 주장과 같이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진료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채,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남에게 위험성을 가진 향정신성의약품을 별다른 복약방법이나 투약용량, 부작용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한 지도ㆍ설명조차 없이 교부했다는 사정 자체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선량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의료인으로서의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비난받아 마땅한 비도덕적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의협 중앙윤리위원회가 심의ㆍ의결을 거쳐 복지부 장관에게 의료법 제66조의2 규정에 근거한 자격정지를 비롯한 행정처분을 의뢰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의료법 제66조에 따른 복지부 장관 고유의 의료인에 대한 면허 자격정지 권한에 제한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A씨의 품위 손상 정도가 심한 것인지 여부에 관해 의협 정관 등 규정에 의한 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치지 않거나, 자체 징계대상인지 여부를 먼저 검토하지 않았더라도, 복지부의 처분에 어떠한 절차적 하자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행정처분과 의협의 징계를 중복해 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A씨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졸피뎀은 그 특성상 오남용의 우려가 있고,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질서를 훼손하므로 이를 임의로 반출하는 등의 행위는 의사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해 엄격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복지부가 A씨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서 정한 처분기준에 부합해 다른 비위행위에 대한 제재처분과 비교해서도 가장 가벼운 제재에 해당한다”며 “의료법 제66조 등 규정에 위반되거나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지 않아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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