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19 07:46 (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무죄 판단 근거는?
상태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무죄 판단 근거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2.17 0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 피고측 주장 1심보다 폭 넓게 인정..."검사, 불리한 가능성만 조합"
▲ 지난 2017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둘러싼 재판이 1, 2심 모두 의료진 전원 ‘무죄’로 마무리됐다.
▲ 지난 2017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둘러싼 재판이 1, 2심 모두 의료진 전원 ‘무죄’로 마무리됐다.

지난 2017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둘러싼 재판이 1, 2심 모두 의료진 전원 ‘무죄’로 마무리됐다.

전공의를 제외한 모든 의료진들의 스모프리피드 분주와 관련된 감염관리를 소홀히 했다면서 주의의무를 인정했지만, 2017년 12월 15일자로 피해자들에게 투여된 스모프리피드가 오염됐고, 이로 인해 패혈증이 발생,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1심과 달리 2심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판결 배경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한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에게 심정지가 발생, 80여분 만에 전원 사망한 국내에 전례가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의 사회적 여파는 매우 컸다.

당시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환아 4명에게 연이어 심정지가 발생했는데, 오후 5시 44분에 첫 심정지, 오후 7시 23분에 두 번째 심정지, 오후 9시 세 번째 심정지, 오후 9시 8분 네 번째 심정지가 발생했고, 의료진이 응급조치를 했지만 21시 31분, 22시 10분, 22시 31분, 22시 53분까지 약 81분 만에 모두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 부검을 실시해 신생아들의 사망원인을 찾기 시작했고,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역학조사를 실시한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사망한 신생아 3명이 사망하기 전에 채취한 검체(혈액)로 배양검사를 해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정상 성인의 장내에 존재하는 세균이지만 드물게 면역저하자에서 병원 감염으로 발생한다. 호흡기ㆍ비뇨기ㆍ혈액 등에 감염을 유발하며,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 토양, 음식, 동물이나 사람의 대장과 소장에서 흔히 발견될 수 있지만 사람 간 전파는 주로 환자, 의료진, 의료기구 등의 의료 관련 감염으로 이뤄진다.

또한 12월 26일 질병관리본부는 사망한 신생아들의 혈액에서 검출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이들에게 지방산 및 열향을 공급하기 위해 투여된 지질영양주사제에도 검출됐다고 밝혔다. 해당 주사제는 전체 입원 환아 16명 중 5명에게 투여됐고, 이중 4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환아는 모두 중심정맥을 통해 지질영양주사제를 투여받았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질병관리본부는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신생아 사망 초기부터 제기된 의료과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게 된 상황에서 올해 1월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에 대한 최종 부검결과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통보했다.

국과수는 사인과 관련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패혈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숨진 신생아 4명의 사망 후 채취 혈액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고, 이는 사망 전 신생아 3인에게서 채취한 혈액에서 확인된 세균 및 이들에게 투여된 지질영양주사제에서 확인된 세균과 동일한 세균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주사제 오염이나 주사제 취급 과정 중 오염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이 고려된다’는 판단인 셈.

이에 경찰은 담당 간호사 및 수간호사, 전공의, 주치의 3명 등 총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기로 했고, 검찰 역시 의료진을 기소, 재판으로 넘겨졌다.

◆2019년 2월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을 인정하기 위해선 2017년 12월 15일자로 피해자들에게 투여된 스모프리피드가 오염됐고, 오염된 스모프리피드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해 패혈증이 발생, 이로 인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2017년 12월 15일 사망한 피해자 중 한 명에게 투여됐던 주사기는 수거 당시 신생아중환자실 의료물폐기물함에 있었고, 병원에서 통상 오후 5시쯤 스모프리피드를 교체하기 때문에 16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3시 10분 수집될 때까지 기저귀 등 오염원과 혼재돼 있었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1.5미터의 수액세트에 연결됐고 쓰리웨이가 잠겨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수액라인을 타고 잔량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적다고 진술했지만 쓰리웨이가 잠긴 다른 피해자의 스모프리피드 주사기에서 바실리우스 균이 검출됐기 때문에 쓰리웨이가 잠긴 것만으로 오염이 불가능하다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에 재판부는 “2017년 12월 15일 투여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주사제가 시트로균에 오염됐고, 피해자들에게 균에 의한 패혈증이 발생해서 사망에 이르렀다는 공소사실의 인과관계 역시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은 과실 입증을 생략한 채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을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022년 2월 16일 서울고등법원

1심 판결 이후, 검사가 항소를 제기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2심이 진행,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가 이뤄졌다.

2심 재판부는 2017년 12월 15일 피해자들에게 투여된 스모프리피드가 오염됐는지 여부, 사망한 피해자 중 쌍둥이 형제가 사망하지 않고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되지 않았는지 여부, 중심정맥관을 통해 15일자 스모프리피드 투여, 또 다른 오염 가능성 등으로 나눠 사건을 살펴봤다.

재판부는 “피해자 중 1명에 대해 15일자 스모프리피드 주사기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지만, 해당 주사기는 수거 당시 신생아중환자실 의료폐기물함에 10시간 이상 버려져 있었다”며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당시 질병관리본부 직원은 외부오염 가능성이 낮다고 했지만, 원심의 감정 회신, 당심의 감정 회신 등에 비춰보면 외부오염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주사 준비실 싱크대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되고, 피해자 중 한 명에게서 검출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과 유전자 결과가 동일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감정 결과 회신뿐만 아니라 이 사건 역학조사 자체 결과도 싱크대 오염과 스모프리피드 오염 사이에 선후 관계 입증할 수 없다고 기재돼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사실 종합해보면, 싱크대 오염과 스모프리피드 오염사이 관련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특히 싱크대가 15일자 주사제 소분 이전에 오염되거나 소분 당시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됐다면 그 이후에 준비된 16일자 주사기에는 왜 시트로 균 오염되지 않았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심정맥관을 통한 15일자 스모프리피드 투여 역시 사망한 피해자 중 1명의 중심정맥관 팁에서 균이 검출됐지만 나머지 피해자들에게선 검출되지 않았기에 이 또한 15일자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특히 재판부는 피해자 중 한 명과 쌍둥이가 생존한 것과 그에게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되지 않은 것은 15일자 스모프리피드가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해당 환아가 피해자보다 면역력 강해서 스스로 이겨냈을 가능성 있고, 주사기에 균이 적게 들어갔다는 비균질 가능성을 주장하지만 해당 환아는 다른 피해자보다 어린 생후 8일차라는 걸 고려했을 때 더 강한 면역력 가졌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분주지연으로 인한 감염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주사제의 분할 사용이 금지된 것은 아니므로 적절한 감염관리가 한 분주 자체를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짚었다.

이어 “적극적으로 권장할 것은 아니지만 분주 그 자체를 잘못했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관련된 위법은 분주가 아닌 분주에 의한 약가 청구와 관련해서 발생한다”며 “분주 이후 약가 청구의 위법성과 분주 자체의 위법성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기 때문에 전자가 인정된다고 해서 당연히 후자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오랫동안 분주가 이뤄졌지만 이 사건 분주와 과거의 분주가 무엇이 달랐기에 주사제 오염이 발생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라며 “공소사실 기제만으로는 간호사 중 누구의 행위로 오염이 발생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지질영양제 약병의 천공이라는 것인지, 개별 주사기의 소분이라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른 감염원, 오염원의 가능성에 대해 “모든 피해자의 장 조직 내지 장 내용물, 분변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고 그 유전자형이 피해자의 혈액에서 확인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유전자형과 일치하는 바 피해자들의 장에 있던 균이 장점막을 뚫고 혈류로 들어가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의 사용된 수액세트나 쓰리웨이, 캡 등 의료기기가 처음부터 오염내지 불량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른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배제되지 않는 이상 15일자 스모프리피드를 유일한 감염원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 사건은 같은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피해자 4명이 거의 동시에 동일한 원인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유사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관련자들을 단죄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칫 법리와 증거가 아닌 감정과 직관에 호소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사정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공소 사실은 기본적으로 추론에 근거하고 여러 부분에서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가능성을 배제한 채 불리한 가능성만 채택 조합하고 있다”며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고가 아닌 예고된 인재로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형사재판의 원칙에 따른 엄격한 증거판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즉 15일자 스모프리피드의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 오염 외에 다른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하고 설령 15일자 스모프리피드가 균에 오염됐더라도 분주지연으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유죄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모두 동일한 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동시에 사망했더라도 검사가 주장하는 감염원인 15일자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고, 그것이 분주 지연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들의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서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담헌 장성환 변호사는 “자세한 이야기는 판결문을 받아봐야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재판을 하면서 변호인들끼리 소통을 많이 했다”며 “재판장이 의문을 표한 부분에 대해 전부 답변을 했고, 재판장도 이를 많이 반영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큰 흐름이 바뀐 게, 분주에 관한 것으로, 현재 코로나19 백신도 분주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내용을 참고해서 의견을 제출했다”며 “항소심 재판장은 분주 자체가 잘못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고, 분주 지연행위로 인해 감염됐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1심부터 주장을 해왔고, 이에 대한 논문도 제출했는데 1심에선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며 “하지만 2심에선 이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