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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에린 브로코비치(2000)-착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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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에린 브로코비치(2000)-착한 사람이고 싶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2.02.13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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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이 분주한 도로에 한 여자가 벽을 등지고 기대서 있다. 한눈에도 육감적인 모습이다. 손에는 담배가 들려있다.

손님을 기다리는 거리의 여자로 착각하기 쉽다. 그런 모습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도 몰려온다. 맞다. 이 연재물에서도 소개한 <귀여운 여인>의 바로 줄리아 로버츠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그녀는 여전히 활력 넘친다. 그런데 이번에는 창녀역이 아니다. 그러면?

조바심낼 필요 없다. 결론부터 알고 나면 맥이 빠지는 영화가 될 십상이 크다. 그러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가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따라가 보자.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에린 브로코비치가 바로 여자의 이름이 되겠다.

에린은 돈이 없다. 통장의 잔고가 바닥났다는 말이다. 딸린 애는 셋이다. 두 번의 이혼 경험이 있다. 경력도 학력도 시원치 않다. 하류 인생의 여자가 바로 에린이다.

다만 미인대회 출신답게 한 미모한다. 육체도 아직은 탄력이 식지 않았고 거칠고 당당한 입심도 살아 있다. 그녀의 무기는 바로 이 육체와 웃음이 되겠다.

그러나 일자리는 없다. 왜 일자리가 없느냐고 에린 편에 서서 사회를 비판할 필요없다. 그것이 세상 이치다.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지만 믿는 구석도 없으면서 주눅 들기는커녕 되레 큰 소리다.

▲ 변호사의 눈에 즐기는 타입으로 낙인찍힌 에린역의 줄리아 로버츠가 소송에 필요한 관련 서류를 들여다 보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변호사의 눈에 즐기는 타입으로 낙인찍힌 에린역의 줄리아 로버츠가 소송에 필요한 관련 서류를 들여다 보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접촉사고로 알게 된 늙은 변호사가 먹잇감이다. 우격다짐, 천방지축을 무기로 그곳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그러나 겉으로는 엄숙한 변호사들에게 그녀는 칭찬세례보다는 구설수에 오른다. 차림새는 헐렁하고 말은 천박하고 행동은 거칠기 때문이다.

그를 고용한 변호사( 알버트 피니)의 입에서 즐기는 여자 타입이라는 말이 나와도 할 말 없겠다. 변호사들이 겉과 속이 다른 것과는 달리 그녀는 속도 겉처럼 거침없다.

일을 미친 듯이 한다. 어린애 셋을 보모에게 맡기고 그야말로 불철주야 일에 매달린다.

그러던 중 부동산 관련 사이에 낀 이상한 서류를 발견한다. 한 마을 주민에게 나타나는 건강 이상에 대해 주변 재벌 회사가 의료비용을 전액 대주고 있다. 왜 그럴까. 사건의 발단은 이런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그 기업은 인체에 해로운 6가 크롬을 수 년간 지하로 무단 방류하면서 되레 몸에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에린은 내 일처럼 뛰어다닌다. 수도국에서 정보를 복사하고 마을주민을 상대로 소송에 필요한 동의를 얻는다.

대학교수를 만나고 나름대로 공부를 통해 크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다. 코피 호흡곤란 불임 면역체계 파괴 암 유발 등 무시무시한 연관성을 찾아낸다.

변호사도 이제는 에린을 신뢰한다. 잠시 그녀를 해고하기도 했으나 그녀 없이는 이 소송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을 상대로 작은 법률회사가 승소하기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협박성 전화도 걸려온다. 회사에 고용된 의사는 병과 기업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대충 타협안도 들어오고 이쯤에서 변호사는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그즈음 보모는 아이를 남겨두고 에린의 집을 떠났다. 대신 이웃집 오토바이 맨 조지가 돌봐주고 있다. 하지만 에린은 늘 불안하다. 다행히 그 남자는 아이들에게 충실한다. 에린과 잠자리를 원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좋아하는 선한 남자였다.

가정이 안정되자 에린은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한다. 수 백명 마을 주민의 동의를 받기 위해 집집마다 찾아다니고 재벌 본사와의 연결고리를 찾는데도 성공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증인도 나타난다.

선량하고 건전한 사람, 애를 잘 키우는 사람이 되겠다던 에린의 꿈은 이뤄졌다.

국가: 미국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줄리아 로버츠, 알버트 피니

평점:

: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개인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버겁고 외로운 투쟁가 역에 딱 어울리는 연기를 제대로 해냈다.

사실 영화는 감동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그런 엄청난 영감을 주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보고 나면 그래도 아직 까지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실망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을 하기도 한다.

힘의 막무가내라기보다는 여전히 상식의 일부가 통용되고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자막도 나오니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하니 세상은 더디지만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어야 옳다. 소수의 이런 사람들 덕분에 조금은 좋아진다고 그래야 한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누군가는 돈도 있고 시간도 많아 남은 인생을 즐기는데 탕진하는 사람이 있고 또 누군가는 인생의 환락보다는 다른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주는데 진력하기도 한다. 어떤 인생이 바람직한 것인지 관객은 각자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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