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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의료계가 주목한 화제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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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의료계가 주목한 화제의 판결
  •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 승인 2020.12.2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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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마리아인법에 따라 응급조치 취한 의사 무죄 판결
공보의 군사교육소집기간 복무기간 산정 제외 '합헌'
행정법원은 임세원 교수 의사자 불인정 취소
▲ 2020년에도 의료계의 관심을 끄는 다양한 판결이 이어졌다.
▲ 2020년에도 의료계의 관심을 끄는 다양한 판결이 이어졌다.

코로나19와 의사 총파업 등 그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해던 2020년, 법원에서도 의료계의 이목을 끈 다수의 판결이 이어졌다.

한의원에서 쇼크상태에 빠진 환자를 구호한 의사에게 적용된 선한 사마리아법과 고(故)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불인정 취소 처분 소송까지 2020년 의료계의 관심을 받았던 판결들을 되짚어봤다.

◇봉침 환자 구호 의사 무죄
올해 초 이른바 ‘선한 사마리아인법’이라 불리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의 2항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의원에서 봉침 시술을 받고 쇼크상태에 빠진 환자를 구호한 인근 병원 의사가 피소된 것.

이 사건은 30대 초등학교 교사 A씨가 부천 모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시작됐다.

A씨가 봉침 시술 후 상태가 나빠지자 시술한 한의사 B씨는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원장 C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C원장은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등 응급처치에 나섰지만 결국 A씨는 사망했다.

그로부터 한 달 여 뒤인 지난해 7월, A씨의 유족은 한의사 B씨에게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었고, 그와 동시에 응급처치를 도왔던 C원장에게도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족의 청구를 기각, C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C원장은 A씨의 자발호흡정지가 발생하자 119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심장마사지를 했으며, A씨에제 재차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고, 구급대원이 도착한 이후에도 에피네프린을 정맥주사하는 등 필요한 응급조치를 다했다”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씨에게 의료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설령 C씨에게 의료과실이 있더라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의하면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자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행위자는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C씨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니고, A씨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로, C씨가 A씨에게 한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로 인해 A씨가 사망했더라도 C씨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유족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C씨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기에 유족의 A씨에 대한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복지부의 고(故) 임세원 교수 의사자 불인정 처분 ‘취소’

▲ ▲ 서울행정법원은 복지부의 임세원 교수 의사자 불인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 ▲ 서울행정법원은 복지부의 임세원 교수 의사자 불인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8년 12월 31일, 흉기를 휘두르는 환자에 생명을 빼앗기는 순간까지 동료를 대피시키고자 했던 고(故) 임세원 교수의 의로운 죽음은 1년 넘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를 의사자로 기리려는 동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끝내 임 교수의 의사자 지정을 불허했다.

그러나 지난 9월 10일 서울행정법원은 임 교수에 대한 복지부의 의사자 불인정 처분을 취소, 2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2019년 9월 의사상자심의위원회에서 임 교수가 의사자 지정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임 교수가 동료 직원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친 행위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직접적 구제행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의사상자심의위의 판단이었다..

이에 유족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의사자 인정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CCTV 영상 및 관련 자료, 사건 재연 동영상 등을 토대로 임 교수가 위험한 동선을 의도적으로 선택했으며, 이는 명백하게 본인의 의지에 따른 희생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에 참여했던 김민우 변호사는 “임 교수는 가까운 거리에 본인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일부러 긴 복도 쪽으로 대피했다”면서 “복도 쪽으로 간 이유는 환자, 간호사가 있는 스테이션에 위험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러 스테이션 쪽으로 달려가서 손짓하는 장면이 CCTV에 나오는 것을 보면 임 교수는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더 위험한 동선을 선택한 것”이라며 “이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도망가라고 한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한 본인의 희생임이 충분히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 “공보의 군사교육소집 기간, 복무기간 미포함 합헌”
공중보건의들의 군사교육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한 병역법 제34조 제3항은 위헌 공방으로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병역법 제34조 제 3항에서는 ‘공중보건의사 또는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에 편입된 사람에 대하여는 제55조에 따른 군사교육소집을 하되, 군사교육소집 기간은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보의들은 지난 2019년 5월 “공중보건의사의 군사교육소집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한 병역법 제34조 제3항으로 인해 훈련소 입소일로부터 의무복무기간인 3년이 경과한 날에서 4주가 지난 후에야 실질적으로 복무기간이 만료하게 된다”면서 “이 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 직업의 자유, 거주ㆍ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공보의들의 군사교육소집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은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중보건의사는 임기제 공무원의 신분을 가지고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의 보건의료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며 “국가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기업부설 연구기관, 자연계 대학원 등과 개별적으로 채용계약을 체결해 연구업무에 종사하는 전문연구요원에 비해 수행업무의 공익적 기여도가 매우 크고 직접적”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공중보건의사의 군사교육소집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한다면, 해당 지역별로 공중보건의사의 소집해제일인 3월경부터 다른 공중보건의사가 통상 배치되는 4월경까지 약 1개월간 필연적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중보건의사는 진료 업무만이 아니라 지역 보건 사업 등 다방면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한 지역에 배치되는 공중보건의사의 인원이 매우 소수이므로, 공중보건의사의 부재가 매년 1개월씩 일부 지역에서 반복된다면, 보건의료 취약지역의 의료상황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김형갑 회장은 “군의관과 공보의는 비교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전 국민이 다 봤던 것처럼 군의관과 공보의 업무는 완전히 다르다”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반박했다.

그는 “공보의들은 지역보건사업을 하고 있고, 코로나19와 같은 큰일이 일어나면 즉각 현장에 투입되는 데 헌재에서 인정받지 못한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실망감은 표현하기 힘든 수준이며, 결정 취지에 따르면 병역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언제라도 군사훈련을 보낼 수 있게 되어 1개월 의료공백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은 위헌인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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