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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 시장원리 이해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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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 시장원리 이해 절대 안돼"
  • 의약뉴스
  • 승인 2006.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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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수기 최우수당선자 심면수 과장
자동차의 라디오에서는 법장스님이 사후시신을 기증해 한국불교최초의 시신없는 다비식이 치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황영감님도 시신을 기증했대요!”

복지사가 하는 말에 나는 당혹스러웠다.

“네?”

“황영감님이 대학병원에 사후시신을 기증해서 병원으로 모셔가는 거래요. 돌아가셔서야 남에게 베풀고 가시네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기모집에서 최우수로 당선된 심면수과장의 글 한 대목이다. 그를 가장 당혹스럽게 만들었고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된 동기를 준 사건이었다. 장기기증을 하려면 담배를 끊어야 된다며 독한 마음을 먹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다들 하는 봉사활동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조금 아는 것 뿐이다”며 인터뷰 내내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미 시인으로 등단한 적도 있고 이전에도 글을 인정받은 문인이기도 하다. 아직도 마음 한 쪽에는 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시인의 마음이 여려서 일가. 아니면 타고난 성품이 착해서 일까.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직업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됐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겠다는 생각에서 자원봉사를 통해 성취감도 느끼고 있어요. 전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죠."

그가 근무하는 공단 노원지사는 직원들의 거의 모두가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말이면 상계동 복지관에서 일하고 평일에는 팀별로 독거노인을 돌보고 있다.

“쉬는 날에는 시민단체의 자원봉사원들이 오지 않습니다. 가정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지요.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주말에 더 쓸쓸했는데 그 빈자리를 우리가 조금은 채워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요."

심과장은 그 곳에서 수기의 주인공인 황노인을 만났던 것이다.

2002년 노원지사로 오기 전에는 충남 아산에서 근무했다. 그곳에서 알게 된 한 지인을 통해 봉사의 참맛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음주 오토바이 사고를 낸 한 청년이 중도장애가 되고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되자 심과장이 나서서 모금하고 개인적으로도 도와주면서 남을 돕는다는 것의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그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도자기공장을 하는 친구에게 일자리를 주선했다. 그 공장마저도 문을 닫고 그도 서울로 전근하게 돼 이제는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이렇게 찬 바람이 부는 날에는 더욱더 그 청년이 생각난다.

평소에 사회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그 일 이후로 자원봉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자원봉사는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도자나 CEO의 마인드가 더 중요해요. 새로 공단 이사장이 누가 오더라도 이같은 봉사정신은 이어졌으면 해요."

하지만 그는 "자원봉사만으로는 한계를 느낍니다. 사회가 소외받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제도적으로 도와주는 방법을 보다 많이 확대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있어 이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라면서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는 건강보험의 재원마련이 어려워집니다”고 안타까워했다. 부유한 사람들이 건강보험료를 많이 내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데 민간보험으로 다 빠져 나가면 가난한 사람의 건강이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는 절대로 시장원리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의약뉴스 박현봉 기자(nicebong@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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