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단사 총 사퇴 초유의 사태...제약협 화합 ‘미궁’ 속으로
“결국 제약협회는 분열되고 말았다.”
이사장 선출을 둘러싼 제약협회내 갈등이 폭발했다.
23일 한국제약협회 대강당에서 개최된 제67차 정기총회는 대형 태풍을 예고하듯 무리없이 진행됐다.
이사장 후보로 나설 뜻을 분명히 한 윤석근 사장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다녔고, 류덕희 회장은 이사장의 자리에서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회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이미 태풍은 예고된 상황. 그들의 웃음 뒤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3시부터 시작된 총회는 이경호 회장의 개회사와 내빈들의 축사, 포상 등의 1부 순서에 이어 2011년 예결산 및 사업보고, 2012년 예산 및 사업계획 보고 등 원안들이 순조롭게 통과됐다.
각 심의안건들이 회원사들의 동의와 제청을 거쳐 하나둘 통과될 때마다 제약협회를 둘러싼 긴장감은 고조됐다.
그리고 운명의 시간은 그렇게 다가왔다.
이사장 선임안만을 남겨둔 오후 4시 10분경. 이경호 회장은 초도이사회를 통해 이사장 선임안을 진행하자며 회원들의 동의를 구하며 총회를 마무리했다.
이어 11개 이사장단사를 포함한 이사사들이 대강당옆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
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약 1시간여가 지난 후 잠시 정회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이내 이사사 대표들이 회의실에서 빠져나왔다.
열띤 공방이 오고간 듯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회의실에서 나온 각사 대표들은 현장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멋쩍은 웃음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한 인사는 “이대로는 밤을 세워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며 “2년을 준비해 온 사람들인데 쉽게 물러나겠나?”라며 난항을 겪고있는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류덕희 회장의 이사장 재추대를 관철하려는 측과 윤석근 사장과의 경선을 요구하는 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인사는 “추대를 하자면 양 쪽 모두 추대를 할 수 도 있고, 투표를 하자면 투표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진전이 하나도 없다.”고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이사장 선출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짧은 휴식을 마치고 속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각, 투표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류덕희 회장에 대한 재신임이냐 투표를 통한 선출이냐를 두고 투표를 진행한다는 것.
이윽고 투표함을 든 제약협회 직원들이 바삐 움직임이 포착됐고, 오후 6시경 류덕희 회장이 급작스레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회의장을 벗어난 류덕희 이사장은 이사회에 대리인을 보낼 뜻을 밝히며 “투표로 진행될 분위기인데 그렇다면 굳이 내가 저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 자리에 욕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통해 이사장을 선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류 회장이 회의장을 벗어나 기자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는 사이 명인제약 이행명 회장이 대강당 문을 열어젖히며 “이사장단사는 모두 퇴장합니다, 기사 쓰세요.”라고 소리쳤다.
일갈과 함께 협회를 빠져나가는 이사장들을 붙잡고 퇴장의 변을 물었다.
이에 이행명 회장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사장은 “추대가 아닌 경선으로 갈 경우 회무를 하지 않겠다는 결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사퇴와 함께 회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
아울러 “이사장단은 아침에 일찍 나와 도시락을 먹으며 열심히 회의를 하고, 누구는 그동안 선거운동을 했다.”며 이 자리에서 당장 선거에 나서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선을 하려면 선거법을 새로 개정해 자겨규정을 두고, 공약도 듣고 검증의 과정을 거치는 등 선거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선거관리 규정을 만들고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질 경우 회무에 복귀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사회를 통하지 않고 먼저 언론을 통해 공약을 발표하는 등 홀로 선거운동에 나선 윤석근 사장만을 단독후보로 찬반투표에 나서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강덕영 사장은 “제약협회가 룰도 없고 규칙도 없이 이사장이 된다면, 그에 대한 공신력이 약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살아남을 수기 없다.”고 강조했다.
강덕영 사장이 ‘이사장단 퇴임의 변’을 밝히는 동안 회의실 안에서는 남은 이사회 임원들의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사장단사들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이사장 선출안을 강행, 단독 후보로 나선 윤석근 사장에 대한 찬반투표를 통해 신임 이사장 선출을 가결한 것.
아울러 이사회는 이경호 현회장과 김연판 상근부회장, 갈원일 전무에 대한 연임안도 통과시켰다.
곧이어 윤 신임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자청, “저를 뽑아주신 회원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우선 혼란과 갈등의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스럽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마치 세대간의 대결구도처럼 분위기가 전해졌는데, 처음부터 그런 구도는 없었다.”며 “오늘 저를 뽑아주셨기 때문에 더욱 신중히 열정을 가지고 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윤 이사장은 당장 해야할 일 3가지와 이사장에 임하는 자세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우선 내일부터 업계 원로분들과 선배님들을 찾아 뵙고 경과를 설명드리고 용서를 빌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중인 중요한 회무는 차질이 없도록 사무국 및 이경호 회장님과 잘 상의해 한치의 오차없이 진행하겠다.”며 “아울러 빠른 시일 안에 부이사장을 선임해 이사장단을 구성, 이사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사장 임무에 임하는 3가지 자세와 관련 “새로운 각오로 제가 하는 일이 명예로운 일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앞으로는 의견을 내던 사람에서 내도록 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말도 많이 줄이겠다.”며 “또한 앞으로는 열린마음이 되겠다. 큰회사와 작은 회사단의 대결구도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어떤 이야기라도 듣고 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석근 신임 이사장의 선출과정과 사퇴를 선언한 이사장단사와의 갈등 해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먼저 선거의 과정과 의결 정족수 관련 현황, 찬반 투표수 등을 묻는 질문에 그는 “선거 과정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다만 모든 과정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갈등 해결에 대한 질문에는 “일일이 찾아 뵙고 설명을 드리면 모두 동참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혼란 속에서 윤석근 신임 이사장이 선출되기는 했으나 앞으로 깊어진 갈등을 해결해야할 숙제를 떠안게 됐다.
애당초 이사장 후보로 나설 당시부터 예상된 숙명일 수도 있으나, 크게 틀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장을 박차고 나선 이사장단사들 역시 현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없는 사이 찬반투표를 통해 선출된 윤석근 신임 이사장에 대해 이사장단사들이 불신임, 재선거 요구 등 강경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약협회 초유의 대 혼란 속에서 이사장의 자리에 오른 윤석근 신임 이사장이 갈등의 파고를 넘어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sjh1182@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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