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외래원무팀 이상교 부장, 20년간의 의료소송 노하우 집필
의료소송으로 신음하는 병원들이 늘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최근 한 병원 경영진 대상 강좌에서 한 교수는 '원장이 되기 전에 의료소송으로 나가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의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의료소송이 늘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20년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외래원무팀에서 근무하며 400여 차례 의료소송관련 강의를 진행해온 이상교 부장은 환자들의 권리의식 증가와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장은 "의료사고 자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었다고 보진 않는다, 의료기술 발전으로 오히려 줄었다고 생각되는데 현실적인 의료소송이나 사고건수는 훨씬 많다"며 "환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예전에는 사건화가 되지 않던 것이 최근에는 사건화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그는 "예전에는 병원에서 난동부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난동부리는 경우는 줄고, 법으로 소송을 제기한다던지 소비자보호원 등 제도적으로 문제제기 하는 경우 늘고 있으며, 인터넷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소송은 제기하면 기본은 빠진다는 생각들이 많다"면서 "환자의 병원 상대 소송 결과가 승소, 조정을 합하면 60%정도가 된다"며 "다른 소송과는 달리 소송제기만 하면 기본은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라고 밝혀 병원의 대응이 미흡함을 지적했다.
이 부장은 "따라서 병원도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최근엔 대형병원 뿐 아니라 작은 병원들도 법무팀 형식은 아니라도 법무담당자들은 다 갖추는 추세"라고 밝혔다.
의료소송이 날로 늘어가고 있어 대응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소송관련 전문가나 전문 서적 등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있는 전문서적들도 병원 현실을 잘 모르고 작성된 경우가 많아 병원 입장이 반영이 잘 안되어 있고, 일본 책을 그대로 번역해 우리나라 현실과 다른 것들도 많다.
이상교 부장은 이러한 환경에서 병원 원무팀 직원들에게 의료소송에 대한 도움을 주고자 최근 '의료소송과 병원법률 실무(황금연필)' 3판을 출간했다.
이책은 이상교 부장이 20여년간의 실무경험과 강의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999년에 발행했던 1판에서 내용을 대폭 보강해 다시 발행한 것이다.
올초 2판을 발행했으나 석달만에 매진이 되어 버려 추가 구입에 대한 문의가 계속되자 아예 최근 이슈가 되었던 연명치료 중단과, 뺑소니 사고 환자에 대한 치료비 문제 등을 추가해 3판을 발행했다.
이 부장은 "미국 병원 관련 법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현실 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다른 책에 없는 내용도 많이 수록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뺑소니 사고나 무보험차에 사고를 당한 경우 환자가 돈이 없을 경우 병원에서 손실이 날 수 밖에 없지만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을 통해 국가에서 일종의 사회보험 성격으로 보장을 해주고 있다"며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런것을 소개하면 병원에서도 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료소송에 대한 문제는 병원 원무과 직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상교 부장은 "한 15년 전 쯤에 세브란스병원에서 의사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의료소송과 관련한 교육을 한 적이 있다"며 "교육이후에 의료관련 소송으로 인한 비용지출이 절반이하로 줄었다"고 회상했다.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뿐 아니라 관계 개선 등을 통해 분쟁 자체도 줄었지만, 합의도 수월해지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장은 의사들도 의료소송과 관련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1차적으로 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선생님, 2차적으로는 원무과에서 실무하시는 분들이 의료소송이나 의료분쟁에 대한 기본 매커니즘과 법률관계를 알면 환자측과 합의를 할때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 했을때 초기 대처방안, 법으로 갔을 때 예상 판결금이 얼마인지, 또 결과를 어떻게 될지를 알면 환자 측과 합의를 할 때도 어느정도 선에서 어떻게 합의를 할지를 판단할 수 있어 원무과장이나 실무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저작권자 © 의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