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30 06:03 (화)
식약청 재조합의약품팀 손여원 팀장
상태바
식약청 재조합의약품팀 손여원 팀장
  • 의약뉴스
  • 승인 2005.12.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어요. 직장이나 가정, 모두에서 말이죠.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도움이 되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게 제 욕심입니다.”

이 세상에 웃는 얼굴처럼 아름다운 게 있을까. 웃는 얼굴은 상대방도 덩달아 기분 좋게 만드는 마약(?)이다.

식약청 생물의약품본부 재조합의약품팀 손여원 팀장은 인터뷰 내내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워주며 기자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기자가 동방예의지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례함을 무릅쓰고 “귀엽다는 말 많이 듣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질 정도였으니.(죄송)

손 팀장이 맡고 있는 재조합의약품팀은 쉽게 말해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생성된 의약품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부서다.

재조합의약품이란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인슐린, 인성장호르몬 등 생체 조직 내에 미량 존재하는 호르몬 등을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대량으로 만든 의약품을 말한다. 특히 빈혈치료제로 쓰이는 EPO(에포젠, 조혈 호르몬)의 경우 1g당 가격이 6억원에 이를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평가 받고 있다.

손 팀장은 이처럼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생산이 가능해 진 것에 대해 “세상을 뒤집어 놓는다는 표현이 적당하다”는 말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팀장이 연구직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건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1989년, 생화학 전공)를 받은, 바로 이듬해인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국립보건원 생물공학과 보건연구관을 시작으로 연구직 공무원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손 팀장은 1997년 과장(생물공학과)으로 승진한 이후 올해로 벌써 16년째 생물의약품 분야 전문가로서 내공을 쌓아오며, 국내·외적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처음 국립보건원 입사를 위해 면접을 볼 때, 당시 면접관께서 ‘왜 이곳에 오려고 하느냐’고 물으셨던 기억이 나네요. 네가 이곳에 와서 생활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셨던 것 같아요.”

당시까지만 해도 당연히 학교나 연구소를 생각했다는 손 팀장은 이 질문을 계기로 공무원 생활을 대해 원론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 당시 학교나 연구소는 제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좀 더 생각해보니, 똑같은 지식으로 더 가치 있고, 내 능력이 좀 더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 곳에서 일해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더군요. 그래서 무작정 시작했지요. 하하하.”

손 팀장은 이후 “일이 고되고 스스로 불만족스런 일도 있었지만, 당시의 선택에 대해 후회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때가지만 해도 ‘현모양처’가 꿈이었다며 밝게 웃던 손팀장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1년에 한번은 한솥밥을 먹는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며 1년 동안 쌓인 회포도 풀고,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갖는단다. (올해는 연말쯤 파티를 열 계획이라고. 하지만 메뉴는 아직 비밀. 설마 특별 요리를...)

손 팀장은 중간관리자로서 직원들에게 자기 가치를 인식시키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저 스스로도 소모품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사람의 가치는 그 활용에 따라 10배가 될 수도 있고, 그 이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바로 가치인식과 동기부여, 기회제공이 중요한 이유죠.”

‘9 TO 9.’ 9시에 출근해 9시에 퇴근한다는 식약청 직원들만(?)의 언어다. 그만큼 일이 많다는 의미. 실제로 식약청 직원들 대부분이 10~11시가 넘어 퇴근하기 일쑤다. 한때 식약청에서 ‘수요일은 일찍 귀가하는 날’로 정했을 정도.

식약청 공무원으로서 그의 유일한 불만(?)은 여기서 출발한다. 바로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다는 것.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연극, 사진 등 남부럽지 않게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했는데. 요즘은 제가 너무 피폐해져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그래도 이런 바쁜 업무 때문에 한편으론 위로의 말도 가끔 듣는다는 게 손 팀장의 자랑이다.

“일 때문에 친구들 모임에 못나가거나 늦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하루는 한 친구가 제게 그러더군요. ‘널 보니 내가 낸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요. 친구들에겐 미안했지만, 기분은 좋던걸요. 이거 칭찬 맞죠? 하하하.”

식약청 공무원들이 외부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전문성도 갖췄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 그에 미치지 못해 안타깝다는 손 팀장은 “연구직 공무원으로서 좀 더 전문성을 갖춰 일해 나가겠다”며 “대한민국의 식약청이 아닌 국제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식약청이 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고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사실 손 팀장은 지병(持病) 수술로 최근까지도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고, 복귀한지 채 1주일도 되지 않은 상태다. 아직도 몸조리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다. 끝내 병명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손 팀장님 일도 좋지만, 몸부터 챙기세요.” 기자가 지면으로 보내는 당부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