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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주장 반의사불벌죄 폐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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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주장 반의사불벌죄 폐지, 필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11.2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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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과정서 항상 배제...의협 “의료현장 보호 위해 반드시 폐지”

올해 초 故임세원 교수 사건부터 최근 을지병원 의사 손가락 절단 사건까지 환자에 의한 의료인 폭행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계에선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에선 ‘반의사불벌죄’ 폐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을지병원에서는 50대 남성이 진료에 불만을 품고 흉기를 휘둘러 이를 막던 의사의 지난 24일 서울 노원경찰서는 을지대병원에서 자신을 진료했던 의사와 간호사를 찌른 살인미수 혐의로 50대 후반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A씨는 오전 10시 30분부터 병원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렸고, 이에 의사와 간호사가 말리자 가지고 있던 과도를 꺼내 이들에게 상해를 입혔다. 이로 인해 의사는 손과 팔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엄지손가락이 절단돼 병원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고, 또 다른 피해자인 석고기사 역시 팔뚝 부위에 부상을 당해 치료받고 있다.

 

해당 환자는 이 병원에서 수술 받은 후 재활치료도 거부한 채 장애진단만 계속 요구해오다가 결국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해 패소하자, 해당 의사에게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삼성병원 故임세원 교수 사건이 발생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환자에 의한 의사 폭행이 이번을 포함, 여러 건이 발생하자 의료계에선 정부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실제로 故임세원 교수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는 ‘안전한 진료환경과 문화조성을 위한 TF’을 조직해 개선책을 발표했으며, 국회에서는 의료인 상해 피의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임세원 법’이 발의돼 지난 4월 통과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대책 중 하나는 바로 ‘반의사불벌죄’ 폐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조항으로, 의료계 내부에서는 해당 조항이 악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이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경미한 범죄로 인식시키는 문제가 있는데, 수사기관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합의를 유도해,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면 괜찮다는 인식을 갖도록 했다.

특히 지역 사회와 밀접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개원가나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지역 내 평판 실추 등의 이유로 가해자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게 의료계 내 의견이다.

또 의료진이 폭력 환자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싶어도 반의사불벌죄 때문에 쌍방폭행이 될 우려가 있어, 응급실 안전요원이 난동 상황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의료계는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계속해서 외쳤고, 지난해 7월 익산 소재 한 응급실에서 의료인 폭행사건이 발생하자, 그해 8월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로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를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끝내 심의가 보류됐다. 심의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반의사불벌죄를 유지하더라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는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다”며 “만약 폐지한다면 가해자-피해자 간 개인적 분쟁 해결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후 故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의 대표발의로 일명 ‘임세원 법’에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를 넣었지만 이 부분이 빠진 채 통과됐고, 입법 당사자인 윤 의원은 “원래의 취지가 대폭 빠진 공공질서 유지 법안에 불과하게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반의사불벌죄 폐지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환자가 의사를 폭행하거나 명예를 훼손했을 때 반의사불벌죄를 남겨두면 문제의 소지가 남는 걸 꺼려하는 병원에서는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지방과 같이 평판이 중요한 곳에서 의사가 감내해야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임세원법과 같이 가중처벌을 규정한 조항에서 반의사불벌죄가 단서로 포함돼 있으면 처벌 불원서를 낼 경우,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는 병원에서 합의를 종용하고 있기 때문에 임세원법은 무용지물일 수 있다. 법의 실질적인 적용을 원한다면 반의사불벌죄를 규정한 단서 부분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여러 의견을 받아들여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의협 박종혁 홍보이사겸대변인은 “의료인 상해 사건이 또 발생하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해야 하겠지만,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가장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병원에서 합의가 종용되면 의료인 입장에선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기관내 폭행을 강력히 처벌하는 것은 의료현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국민 건강과 생명에 대한 문제로 봐서 반의사불벌죄는 반드시 폐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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