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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19.10.16 수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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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그 섬에 가고 싶다(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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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9.02.24  1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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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의 인민군이 섬에 상륙한다. 그 이전에 수상한 배가 한 척 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나와 배의 정체를 확인하고 대한민국 만세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친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순박한 그들의 처신을 나무랄 수는 없다. 섬에 내린 그들은 총을 앞세우고 주민들을 마을 운동장에 집합시킨다. 그리고 불순분자를 색출한다.

지주, 경찰, 공무원 가족과 소작농으로 패가 갈린다. 이쪽, 저쪽으로 나뉜 사람 가운데 누가 희생자가 될지는 분명하다. 인민군들의 선택 기준은 간단하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그 사람에게 지목하게 만들면 끝이다. 어제까지 다정한 이웃이 한순간에 적이 된다. 그 일을 도맡아 한 사람이 덕배(문성근)라고 치자. 덕배가 지목한 사람은 그 순간 인민재판의 희생양이 됐다.

덕배는 죽은 부모의 철천지원수다. 자식들이 살아 있다면. 다행히 아이들은 다치지 않고 컸다. 그들은 이제 성년이 됐다. 그럴 만큼 세월이 흘렀다. 그렇다고 그 일을 상기 아니 잊을 수 있을까.

그런 덕배가 죽었다. 어디서, 왜 죽었는지는 모른다. 어느 날 상여를 실은 배가 섬에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이 발치에 서서 고함을 지른다.

꽹과릴 친다. 마이크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다. 구슬픈 상여꾼의 저승길 동행 노래도 이들의 완강한 거부에 밀린다. 배는 닿지 못한다.

덕배는 안돼. 절대 안돼.

상주인 덕배 아들은 분노한다. 상여를 막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나라에서 발급한 매장 허가서가 있다고 을러대지만 소용없다. 울화통이 터져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한다. 우리 아버지도 전쟁의 피해자라고 악다구니를 쓴다.

타향에서 죽은 사람이 고향 땅에 묻히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매장을 위해 땅도 샀고 그 땅에 내 아버지 모신다는데 이건 아니지 싶다.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는 철이( 안성기)도 섬사람들이 너무 한지 한마디 거들어 보지만 소용없다.

여기서 시계태엽을 뒤로돌려보자.

40년 전 한 날 한 시에 죽은 묘지가 가지런하다. 이 억울한 죽음이 엄연한 사실인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자리에 나란히 있을수는 없다.

자네 아버지만은 도저히 안 되겠다고 거절하는 심정도 이해할 만하다. 과연 덕배는 업보를 딛고 섬에 잠들수 있을까.

한편 철이는 어린아이가 되어 덕배가 행했던 그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알고 보니 인민군들은 국군이 위장한 가짜였다. 반동분자를 색출하기 위해 본래의 모습을 감췄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덕배의 연출이었다고 마을 사람들은 믿는다.

그럼 왜 덕배가 이런 몹쓸 짓을 했을까. 바람난 덕배는 마을로부터 멍석말이 타작을 받았다. 멀리 있는 법보다 가까이 있는 섬마을 법에 따라 그는 응징을 받고 쫓겨났다.

그도 바람 핀 이유가 있는데 너무했다. 그가 앙심을 품었다.

남해의 작은 섬마을.

규모는 작아도 있을 건 다 있었다. 몸은 처녀지만 정신지체인 옥님(심혜진)이 사방팔방으로 춤추며 날뛰고 색기를 참지 못해 옹기장수와 그 짓거리를 일삼는 이름도 고약한 벌떡녀(안소영)가 있다.

딸이 죽자 실성해 버린 아내를 패는 남편과 장애 딸을 키우는 과부 아닌 과부와 남편에게 얻어맞는 업순네. 그녀는 쳐맞다 무속인이 되는데 신내림 과정에서 남편을 보기 좋게 후려갈겨 관객의 속을 후련하게 만든다.

‘이놈, 내가 니 애비여. 이 년이 실성했나.’ 보는 관객은 이 장면에서 흐뭇하다.

철이는 이런 모습을 상기한다. 다시 한번 궁금증이 인다. 덕배는 섬에 내렸을까. 상여는 상여꾼의 노래에 맞춰 무사히 장사를 치렀을까. 그러지 못했다.

마지 못해 화해하려는 듯이 보였던 마을 사람과 덕배는 끝내 손을 잡지 못했다. 덕배는 화형당해 물귀신이 됐다. 죽고 나서 두 번 더 죽었다. 마을 사람이 던진 횃불이 배와 함께 상여를 태웠다.

국가: 한국

감독: 박광수

출연: 문성근, 안성기, 심혜진, 안소영

평점:

: 조감독으로 이창동 감독이 참여했고 각본을 썼다. 임철우 작품이 원작이다. 산자도 아니고 죽은 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정. 그만큼 원한이 깊기 때문이다.

후손들은 억울하게 죽은 조상 무덤 옆에 밀고자가 나란히 묻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강산이 서너번 지나도 가슴에 친 못은 그대로 있었다.

화해하지 못하고 불화하는 장면은 여전히 대치중인 남과 북을 연상시킨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얼어붙은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을 보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이 구슬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으로 시작하는 ‘봄날은 간다’ 역시 매한가지다. 두 노래는 처절하다. 눈물 콧물 빗물이 합쳐진다.

거적에 싸인 아이는 지게에 실려 산으로 간다. 어미는 지붕 위로 올라가 좋은데 가서 잘 살라고 목놓아 흐느낀다. 슬픔만 있지 않다. 혼례식도 있고 저녁에 신방을 구경하고 신나서 그네를 띈다.

그 모습이 아주 선정적이다. 토속적 에로티시즘이라고나 할까. 청춘남녀가 저런 모습 한 번 연출 하면 기억에 남을 거라고 조언해 주고 싶을 정도로 멋진 장면이다.

좌익이 뭔지 우익이 뭔지도 모르는 순박한 섬사람들이 전쟁통에 아수라장이 된 우리의 슬픈 역사는 이런 영화로 되새김질 되고 있다.

섬에 가고 싶을 때면 언제나 그런 우리 역사가 기억날 것 같다. 옥림이의 흰 저고리에 구멍이 뚫려 피가 흥건한 모습은 이제는 잊고 싶다. 죽어서가 아닌 살아서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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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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