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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에 의료계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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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에 의료계 ‘공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1.03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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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등 추모성명…국민청원 시작·政, 대책마련 나서
▲ 온라인상에 공유되고 있는 고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원작자 늘봄재활병원 문준 원장)

강북삼성병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사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의료계에서 ‘예견된 비극’이라며 성토에 나섰다.

앞서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환자 A씨는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과에서 진료 상담을 받던 중 故임세원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상담실에서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故임세원 교수가 도망치자 뒤쫓아 복도에서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흉부를 찔려 중상을 입은 故임세원 교수는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7시 30분께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간호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됐고, 경찰은 현재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故임세원 교수의 빈소는 2일 부검이 끝나고, 적십자병원에 꾸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또한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사건에 대해 13만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이번 사건은 ‘예정된 비극’으로, 의료인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폭행은 수시로 이뤄져 왔고, 살인사건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진료현장에서 분명한 폭행의 의도를 가진 사람의 접근에 대해서 의료진은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의협은 “최근 상류층의 자녀 교육을 주제로 한 한 드라마에서는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칼을 들고 의사의 뒤를 쫓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바 있다”며 “피의자가 방송을 보고 모방한 게 아니더라도 방송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진에게 욕설을 하거나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써서 항의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 같은 방송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이 피의자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며 “섣부른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소셜미디어 상의 잘못된 정보의 무분별한 공유가 대중의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것을 경계한다. 수사당국에 철저한 수사와 정신건강의학적 감정을 함께 요구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의협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과 범행의 계기, 환자의 정신질환과의 연관성 여부 등이 모두 밝혀지고 일벌백계로 삼을 수 있는 처벌과 함께, 의료인 대상 폭력사건에 대한 사회 전체의 문제인식 제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임영진)도 성명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했다.

병협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을 위한 응급실 폭행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응급실 내 폭력에 대해서는 가중처벌 할 수 있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번 사건처럼 의료기관 전체의 폭력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중인 의료법 개정안이 의료기관 내 폭력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담고 있으나, 이 또한 사후적 조치에 불과해 이러한 사건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데는 미흡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병협은 “앞으로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의료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전 사회적인 관심, 정책 당국의 보다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병협은 “현재의 의료기관들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추기에는 여력이 없다”면서 “의료기관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정책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병협은 “지금이라도 의료법 개정을 통한 법률적 보완 조치와 정부와 민간 공동 주관하에 범사회적인 ‘안전한 병원만들기’ 캠페인을 벌여 의료기관 내 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홍준)도 성명을 통해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故 ‘임세원 법’ 제정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진료와 연구활동에 매진하던 유능한 젊은 교수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에 동료 의료인으로서 슬픔과 분노에 앞서 망연자실할 뿐”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의료인들은 진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나 보호자, 주취자들이 휘두르는 폭력 앞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지난해 응급실 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응급실에서 의료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전체 의료기관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여전히 심각하다‘며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도를 넘은 폭행 사태에 대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이미 정부와 정치권에 누차 지적해왔으나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 안타까운 본 사건은 그동안 숱하게 예견돼 왔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회는 “평생 환자를 위해 헌신하다 순직하신 임세원 교수님의 명복을 기리며, 2019년은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을 위한 ‘임세원 법’ 제정의 원년이 돼야 할 것”이라며 “전체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폭력은 예외 없이 처벌돼야 하며 이와 함께 폭력 환자가 근절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도 강북삼성병원 故 임세원 교수에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유족들의 의견을 담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학회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에 애통하고 비통한 감정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면서 유족, 동료들과 고통을 함께 하겠다”며 “고인 스스로가 우울증의 고통을 경험한 치유자로서, 본인에게는 한없이 엄격하면서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고 그들의 회복을 함께 기뻐했던 훌륭한 의사이자 치유자였다”고 밝혔다.

이어 학회는 “다시 한 번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드리는 바이며 별도의 추모과정을 통해 고인을 뜻을 애도하고 기억하는데 마땅한 일을 하겠다‘며 ”정신과 환자를 위해 일하는 모든 이들이 겪을 수도 있는 비극으로, 이러한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섣부른 논의를 지양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완전하고도 안전한 치료 시스템 마련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학회는 앞으로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유족은 학회 측에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달라면서 동시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도 부탁했기 때문이다.

학회는 “현 이사장(서울대 권준수 교수)과 차기 이사장(한양대 박용천 교수)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며 “학회 홈페이지에 추모의 공간을 개설하여 전 회원이 임 교수를 애도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안전하고 완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현황 조사 및 정책방안들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이상훈)도 성명을 통해 ‘입법부, 행정당국은 뒷짐지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30대의 젊은 환자가 왜 주치의를 해치게 되었는지의 동기와 범행과정 및 정신상태에 대한 세부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며 “다만 양극성 정동장애의 진단명과 과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해당 의사가 담당했었다는 기사만 전해지며 확실히 그 환자가 의사에게 원한을 갖고 계획된 위해를 가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형종합병원의 진료현장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회는 “의료진에 대한 폭행, 폭언이 심해지고 급기야 살인까지 벌이는 현실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정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성에 대해 경비인력을 지원해주는 등 안전하고 소신있는 진료를 위한 정부차원의 의료진 보호 정책을 강구해야한다”고 전했다.

의사회는 “무엇보다 먼저 진료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임세원 교수와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며, 다시는 이러한 끔찍한 참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원보호에 앞장설 것”이라며 “행정당국과 입법부에 의사들이 외래에서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도록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을 접한 많은 의료계 인사들이 페이스북에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며칠 전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에 새해부터 마음이 너무 무겁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겪게 된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정신건강의학과를 수련하고 있는 한 명의 전공의로서 스승을 잃은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이 회장은 “정신건강의학과로 전공을 택했을 때,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 지인들은 환자로 인해 위험한 일이 초래되지 않을지 늘 걱정했다”며 “하지만 우리 환자들도 다른 과와 다를 바 없는 똑같은 한 명의 환자일 뿐임에도, 그들에게 잘못된 편견을 갖는 사회 인식이 싫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며 의사-환자 간의 치료적 관계가 가능하다 믿고 수련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믿음이 무너지는 절망적인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전하지 못한 우리나라 진료 환경에 한없이 무기력해진다”고 토로했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도 “환자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최선을 다해 진료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2019년의 해를 가족과 함께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비극이 일어난 후에 알려진 그가 살아온 행적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온 삶을 바쳐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를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전 회장은 “그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그만큼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나는 부끄럽다”며 “그를 추모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기력이 더욱 괴롭다”고 안타까워했다.

▲ 이번 사건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여기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피의자의 처벌 강화와 의료의 안정성을 담보하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현재까지 4만 1059명(2일 20시 21분 기준)이 동의했다.

이 국민청원 게시자는 “지난해 응급실에서 의사가 폭행당한 사건이 너무 많이 벌어져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고, 마침내 한 의사가 목숨을 잃었다”라며 “병원에 종사자와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구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의료계와 함께 진료 중인 의료인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난 1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회의를 열고,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먼저 일선 정신과 진료현장의 안전실태(진료실 내 대피통로(후문) 마련, 비상벨 설치, 보안요원 배치, 폐쇄병동 내 적정 간호인력 유지 여부 등) 파악을 추진하고, 학회와 함께 진료환경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 이에 필요한 제도적·재정적 지원방안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다.

또한 복지부는 지난 8월 치료를 중단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원방안(‘중증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지원 강화 방안)을 수립·발표했는데, 지원방안의 주요 내용은 ▲퇴원환자 방문 관리 시범사업 도입 ▲정신과적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 발간 ▲지역사회 정신질환자 보건-복지 서비스 연계 강화 등이다.

또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하는 환자의 정보를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고, 지역사회 정신질환자에 대한 외래치료명령제도도 강화한다.

외래치료명령제도란 시·군·구청장이 정신의료기관의 장의 청구를 받아 비자의입원 환자에 대해 퇴원의 조건으로 1년의 범위 내에서 외래치료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명하는 제도다.

현재 퇴원 정신질환자 정보 연계 관련 법안(강석호 의원안ㆍ곽상도 의원안)이 국회 발의됐고, 외래치료명령제 활성화 법안은 발의 예정으로 국회 협의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같은 법적 장치 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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