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민단체 힘겨루기…피해는 제약사 몫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힘겨루기에 제약업계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최근 들어 시민단체의 의약품 및 식품(기능성음료 등)과 관련, 정부의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정작 피해는 제약업체가 고스란히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 한 관계자는 “국제기준과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감안해 결정된 규정에 대해 의약지식이 부족한 환경단체가 국민안전을 볼모로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구체적 논거도 없이 ‘아니면 말고’식 주장으로 당사자인 업체에게 피해만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서울환경연합이 엄연히 국내 기준에 맞춰 생산되고 있는 제품에 대해, 발표 때마다 다른 잣대를 적용해 이슈화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여기에 관할 관청인 식약청의 늑장 대응이 더해져 업체의 피해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서울환경연합의 기능성 음료에 대한 1차 방부제 과다 함유 주장 이후, 직접 대상이 된 비타500은 3일간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광동제약은 곧바로 예전 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했다고 주장했지만, 당분간 어느 정도의 매출감소는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이와 함께 지난 22일 2차 발표 대상이 됐던 마시는 자양강장제와 소화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향후 여론의 향방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뿐, 손해배상 등 이렇다 할 반응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어차피 이를 공론화시켜 시민단체의 부당함을 증명한다 해도 업체 입장에서는 득 될 게 전혀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에 관련업체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목표가 진짜 국민의 안전과 정부의 규제 강화라면 구체적으로 제품명을 언급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하면서도 “이 문제가 조용히 덮어지기를 바랄 뿐, 언론 등을 통해 다시 이슈화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여론이 업체측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고, 일 매출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등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안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반박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손해배상 등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방부제 논란을 야기했던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1차 발표 이전인 지난달 말 식약청에 공문을 보내, 사용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이 없어 부득이 1, 2차에 걸쳐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이라며 “일부의 지적대로 우리의 주장은 정부의 기준 강화일 뿐, 업체에 피해를 줄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업체 자발적으로도 방부제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면서 “식약청의 답변에 따라 향후 추진 계획이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설명자료에서 밝힌 대로 국내 기준이 외국 기준에 비해 결코 높은 게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대응책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안식향산의 경우 체내에 빠르게 흡수돼 뇨로 배설되는 만큼, 인체에 대한 축적 독성효과는 없다는 게 공식 입장”고 잘라 말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의 주장에 식약청이 형식적인 대응에만 그치면서 향후 이번 문제가 어디로 불똥이 튈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이들 대립에 애꿎은 업체만 피해를 입게 됐다”고 전망했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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