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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규제혁신, 산업보다 환자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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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규제혁신, 산업보다 환자 먼저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8.07.20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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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 분야에서의 규제혁신을 선언하자 업계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의료기기는 그 다양성 만큼이나 과도한 규제에 발목을 잡혀왔다.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신기술 사용에 따른 비용부담 적지 않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 했던 것.

이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는 세계적인 의료 수준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는 낙후된 기기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된 첨단 의료기기를 우리나라에서는 구형이 되어서야 쓸 수 있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대한부정맥학회 김영훈 회장(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해외에서 영향력 있는 최신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수 년 전 해외에서 발표됐던 데이터가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더라는 케이스 리포트만 쓰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일부 의료기기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첨단 기능을 끄고 사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개원 이후 꾸준히 헬스케어 ICT 수출 성과를 이룩해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의료기기 규제혁신’을 선언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현 정부의 규제혁신 신호탄으로 ‘의료기기’를 선택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의료분야를 차세대 먹거리 산업 중 가장 중요한 분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의료기기 규제혁신을 지나치게 ‘산업’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 규제혁신을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의 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최근 논란 속에 속도조절에 나선 최저임금 인상에서 무게 중심을 옮겨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의료분야의 규제혁신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규제 혁신 이전에, 기존의 규제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고, 정책적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 가, 그리고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아오기는 했지만, 기존의 규제 역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들이었다.

실제로는 환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의료기기들이 무분별하게 시장에 난립하는 것을 막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실례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급여 적용을 두고 우리나라가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면서 환영하는 목소리들이 많았지만, 일부에서는 근거가 부족한 NGS들이 쏟아질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의료기기 규제혁신을 단순히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의 측면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의료기기 규제로 고통을 받았던 환자 가족들 앞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헬스케어혁신파크라는 장소만큼이나 의미가 있다.

의료기기 규제혁신의 근본적인 이유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있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의료기기 규제혁신은 전 정부의 규제 기요틴만큼 의료계에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의료기기 규제혁신은 규제를 단순화하면서도 실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의료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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