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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0 06:03 (토)
의료인 정보공개와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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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정보공개와 주홍글씨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8.07.19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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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대니얼 호손의 장편 <주홍글씨>에는 간통을 한 여인이 평생 그것을 뜻하는 영문 앞 글자 ‘A’를 가슴에 달고 산다.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살아가라는 뜻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주홍글자를 들고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가 논의 중인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가 그 배경이다.

의협은 정보 공개에 대해 의료업을 계속할 수 없게 만드는 의료판 주홍글씨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보공개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의료인에게 남긴 다는 의미를 소설의 제목에 빗댄 것이다. 의료계는 그동안 징계 정보가 없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피해 예방이 미흡했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가 매우 중요해진 이 시대에, 유독 의료인만 개인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기본권이 박탈되고 정보보호의 권리가 유린돼야하는가라고 울분을 토로 하고 있다. 이는 의료인을 타깃으로 마녀사냥하려는 의도라는 것.

의협에 따르면 현행법상 의료인을 포함해 성범죄자의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신상공개와 함께 취업을 제한토록 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와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

또 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한 의료인에 대해서는 면허취소 또는 자격정지를 통해 의료업 수행을 제한하는 충분한 장치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인 정보공개는 이중처벌에 해당한다는 것.

의협은 어느 직역도 적용하지 않는 징계정보를 의료인만 공개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의 위반은 물론 의사와 환자 간 신용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정부가 공개한 의료인은 자칫 사회적으로 추방되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의협은 소비자의 권리도 보호돼야하지만 의료인의 개인정보와 내밀한 징계정보 또한 보호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 기본권 보호에 관한 헌법적 원리를 무시하면서까지 이러한 제도를 시행해야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의료인은 불가항력적 과실에 대해서도 형벌만 가혹해지고 있는 실정이기에 억울한 상황을 감내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런 현실에서 의료과실과 관련한 징계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다면 본업을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거듭 제도 도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개원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개원가는 이미 의사들은 검진의사 실명제, 명찰 패용 의무화 등 각종 신상공개 정책으로 충분히 신분이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무시한 유사한 법인데 여기에 징계정보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다는 것.

의사들의 정보공개 요구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다. 또 이미 기존의 법으로도 정보공개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나서서 도입을 주장 하는 데에도 그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사라고 해서 일반인에 비해 편파적으로 대우 받아서도 안 되고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안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앞서 말한 <주홍글씨>의 여주인공은 처음에는 그것을 매우 부끄러워했지만 나중에는 정신적인 승리의 순간을 맞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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