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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법에 의협이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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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법에 의협이 반대하는 이유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8.07.17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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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병원의 입원실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같은 사고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대비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희생을 최소화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가운데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소방시설법)이 최근 입법예고됐다.

이 법은 입원실이 있는 병·의원이 스프링클러 설비를 갖추지 않은 경우 폐쇄까지 명령할 수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당연하고 지당한 것처럼 보이는 법에 의협이 반발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30병상 이상 입원실이 있는 중소병원은 물론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스프링클러 설비를 의무도록 갖추도록 소방시설 설치기준을 강화하는 소방시설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소방법에 따르면 스프링클러는 6층 이상 또는 4층 이상으로 바닥면적 1000㎡ 이상 종합병원·병원과 바닥면적 600㎡ 이상 요양병원·정신의료기관이 설치를 의무화 하고 바닥면적 600㎡ 이하 요양병원·정신의료기관은 간이스프링클러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 병원 급 의료기관은 스프링클러를,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하 병원 급 의료기관과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간이 스프링클러를 갖춰야 한다.

이 같은 법안은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고 기존 의료기관의 경우 건물의 구조 및 안전성 등의 문제로 간이스프링클러설치를 인정하되 3년 유예기간을 갖도록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의협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의협은 의료기관의 현실은 도외시 하고 규제만 강화하려는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맹비난 하면서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개설 당시에 시설설비 상태를 허가해 놓고 이제 와서 소급 적용하는 것은 영세한 의원, 중소병원에서는 감당할 수가 없는 현실이라는 것.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면 1주일 이상 병원을 폐쇄해야 하는데, 당장의 손실은 감수하더라도 환자들에게 불편함과 건강상 피해가 유발될 수 있고, 환자와의 신뢰가 떨어지는 의료기관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병·의원 대부분이 소규모 상가의 세입자로, 스프링클러는 단순히 의료기기와 같이 단독물품을 설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수압계, 배관, 비상전원, 배수구, 나아가 물탱크 등 건물 차원의 공사가 수반돼야 할 사항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임차인인 의료기관의 의무로 돌린다면 임대인 또는 건물주와의 마찰뿐만 아니라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돌아갈 우려가 있고 병·의원을 폐쇄하거나 입원실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실효성을 생각하는 것이라면 병·의원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건물 전체를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으로 적용시키는 것이 맞다는 것.

여러 사업 직종이 세입자로 들어와 있는 상가 집합건물 조건에서 병·의원에만 소방시설을 별개로 설치하는 것이 과연 화재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 의협의 판단이다.

따라서 의협은 소방 시설법 입법예고를 당장 취소하고, 설치비용과 공사로 인한 진료공백에 따른 손해비용을 100% 정부에서 지원하고 설치에 따른 행정절차 대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협의 이 같은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애초 허가사항에 스프링클러에 관한 내용을 넣지 못한 것은 행정의 잘못이다.

그리고 그것을 설치하기 위해서 드는 비용문제와 적어도 1주일 정도의 공사 기간을 문제삼은 것도 타당해 보인다.

병원이 폐쇄된 상태에서 1주일의 공백은 크다. 환자들은 병원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그 사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 될 수도 있다.

문제가 된다면 병의원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근거가 있다.

건물이 문제가 생기면 건물에 들어 있는 병의원들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 타 업종도 이와 유사한 소방 시설법을 소급적용하고 있는지 문제를 제기한 것도 맞다.

병의원이라고 해서 차별대우를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청의 이번 개정안은 거부할 수 없는 법안으로 보인다.

거동이 불편해 입원한 환자들은 화재나 기타 위험 상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국은 단순히 유예기간의 설정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하기보다는 의협의 요구 사항 가운데 들 어줄 것은 들어주면서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앞서 주장한 것처럼 의협의 반대 이유에 합당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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