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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히 개선해야 할 중환자실의 열악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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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히 개선해야 할 중환자실의 열악한 환경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8.06.01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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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환자 관리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딱 잡아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분주하고 엄중한 중환자실의 허술한 구석이 눈에 종종 들어온다.

이런 생각은 비단 보호자뿐만이 아니다.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의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최근 중환자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고쳐야 할 부분을 말한 것은 이 상태로 더는 안 된다는 자각 때문일 것이다.

의학회 관계자는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사망 직전이라고 중환자실의 실태를 밝혔다. 부끄러운 곳을 밝힌 것은 이래야만 소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환자실은 일반 환자들에 비해 고도의 집중적인 치료와 그에 따른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다. 인력 역시 전문화돼야 하고 시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둘 다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의학회에 따르면 중환자실의 적정성 평가결과는 낙제점이다.

지난 2014년 시행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는 충격적이다. 조사대상 263개 병원 중 1등급을 받은 곳은 11개소(4.2%)에 불과했으며, 심지어 일부 권역은 1등급 중환자실이 하나도 없었다.

전담의 부재는 더욱 심각했다. 전담 전문의 1인이 담당해야 하는 병상 수는 평균 44.7 곳에 달했고 종합병원 중 무려 80.2%(178/222)는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가 전무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전담전문의 혼자 160병상까지 담당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간호 인력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간호사 1인이 3~4명의 환자를 보는 것이 예사여서 외국의 경우 환자 1명당 1명의 간호사가 돌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났다.

이처럼 중환자실의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낮은 수가 때문으로 의학회는 판단하고 있다.

2015년에 처음으로 전담전문의 수가가 신설됐지만, 책정된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

중환자실을 운영 할수록 적자가 나는 비정상적인 수가 체계로 인해 업무량의 증가에 한계를 느낀 인력이 떠나고 신규로 지원자는 감소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환자실의 수준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호주와 비교했을 때 수준이 너무 낮아 비교 대상조차 부끄럽다는 것이다.

막바지에 달했다는 중환자실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저수가를 적정수가로 바꾸는 것이다. 모든 의료기관이 호주처럼 중환자실을 운영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로 따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것.

알다시피 중환자실은 환자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곳이다. 우수 의료진과 시설이 뛰어나면 죽을 수 있는 환자가 살아서 나올 수도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밝힌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참담한 실정은 관계당국이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런 일은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하며 빠를수록 좋다. 정확한 실태파학과 함께 과감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생명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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