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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고교 얄개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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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고교 얄개 (1976)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5.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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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래명 감독의 <고개 얄개>는 주제가 단순 명료하다. 복잡할 것이 하나 없고 또렷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해랄 것도 없이 그냥 보고 웃기만 하면 된다.

웃다가 지칠 때쯤이면 마음 한 구석에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살라는 외침이 들려온다.

구름 속에 갇힌 태양이 언젠가는 밝게 드러나듯이 어두운 시간은 가고 밝은 날이 온다는 것. 그러니 결코 좌절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면 머지않아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가난 정도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단지 불편할 뿐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부자가 하나도 부럽지 않고 되레 가난을 추구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꿈이 가득한 청소년들에게 이런 영화는 매우 교훈적이다. 가슴이 뭉클하게 무언가가 저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라 이런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주 잘 된 것이라고 확신한다.

설령 부모가 안 계시고 공장에 다니는 누나와 단칸방에 살면서 새벽 우유배달을 나가더라도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자신 만만하다. 이 순간만큼은 돈도 공부도 친구도 다 내 것이 된다.

긴 사설은 이쯤에서 접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고등학생이고 무대는 학교와 집이다. 그러니 내용만큼이나 배경도 군더더기가 있을 이유가 없다.

낙제생 두수(이승현)는 기독교 학교의 고2 남학생이다. 교장은 외국인이나 한국말이 능수능란하다. 그는 학생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밥 먹듯이 설교를 하는데 두수나 두수의 친구 영호(진유영)는 별 시답잖은 소리라고 치부한다.

하잘 것 없어 들을 가치가 없으므로 코 골면서 잠이나 자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하는 행동은 얄밉고 되바라졌으니 ‘얄개’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 학교 그 반에 소설을 쓰는 국어 선생( 하명중)이 전근 온다. 그렇다고 두수의 장난질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고개를 삐딱하게 왼쪽으로 돌려 6시 5분전 시보를 울리는가 하면 자신의 낙제는 대기만성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움츠렸다 뛰는 개구리가 더 멀리 가고 뒤로 당겼다가 내지르는 주먹이 더 강하다는 것. 학교에서만 말썽을 부리는 게 아니다. 집에 와서는 누나 두주(정윤희)의 코 밑에 콧수염을 그려 놓는다. 학교를 오갈 때 드는 가방은 어깨에 둘러매는데 그 안에 책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1등을 하는 호철이는 낙동강과 낙동강 전투를 연결하는 반공정신이 뚜철한 학생인데 두수는 유행가 가사를 읆 조린다. 북괴 야욕을 때려 부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자( 유신정권의 독대가 극에 달하던 시기를 상기하자.) 고 하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데이트’(아, 기다리던 데이트라는 뜻의 이 말, 유행했다.) 라고 딴청을 부린다.

 

선생은 두수의 가정교사 노릇까지 한다. 어느 날 선생은 서류를 놓고 왔다며 두수에게 하숙집에 가서 그것을 가져오라고 시킨다.

한옥을 개조해 1층을 근대화 연쇄점으로 쓰는 하숙집에는 여고 2학년 인숙(강주희)이 산다. 두수와 인숙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된다. 인숙의 자전거 서클 팀에 두수가 가입하고 떼로 하이킹을 하고 쉴 때는 기타를 치며 논다. 아주 흥겹다.

공부는 여전히 뒷전인 두수를 걱정하는 선생은 인숙에게 앞으로 매정하게 대해 달라고 주문한다. 영문도 모르는 두수는 인숙이 '낙제생하고는 말하지 않겠다'며 애써 외면하자 시무룩해진다.

그렇다고 학교생활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고자질한 호철의 안경에 붉은 칠을 해 불이 난 것처럼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교장은 학생에게 악마가 붙었다며 머리에 손을 얹고 주문처럼 성경구절을 외는데 그 새를 참지 못하고 머리대신 의자를 들이밀고 빠져 나온다.

학교는 그의 제적을 논하는데 선생은 청춘의 반항심을 내세워 반대한다. 그런 내막도 모르는 여전히 천방지축 제멋 대로인 두수에게 선생은 언젠가는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면서 참아왔던 손찌검을 한다.

때리기 좋은 공터로 불러내 일장 훈시를 하다 두수가 들어주지 않자 싸대기를 보기 좋게 올려붙인다. 그리고는 나도 네 집에 가지 않을 테니 너도 하숙집에 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어느 날 호철이 결석한다. 걱정이 된 두수가 주소를 들고 찾아간다.

허름한 옥탑방에 호철과 누나가 단 둘이 살고 있다. 누나는 공장에 나가고 호철은 새벽 우유 배달을 하다 다리가 부러졌다. 그 모습을 보고 두수가 철들기 시작한다.

수업시간에 장난하기 보다는 필기를 꼼꼼히 해 호철에게 갔다주는가 하면 대신 우유배달을 하기도 한다. 두수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호철은 호전되지 않고 다리를 잘라야 하는 위기를 맞는다.

자신 때문에 부러진 안경인데도 사내라는 것을 거부했던 두수는 병실로 안경을 가지고 호철을 찾아간다. 그리고 배달해서 번 돈을 치료비로 쓰라고 건네는 우정을 과시한다.

두수는 호철을 위해 난생 처음으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하면서 하느님을 찾는다. 두수는 더 열심히 우유배달을 하는데 그만 굽이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의사아들인 영호네 집에서 치료를 받는 두수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 호철의 다리도 치료가 잘 돼 자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을 가족도 알고 학교도 안다. 교장선생은 우리학교에 경사가 났다고 좋아하고 아버지도 흡족해 한다. 인숙은 꽃다발을 두수에게 주고 두수는 그 것을 받아 호철에게 준다. 두수의 누나 두주와 선생은 결혼한다.

국가: 한국

감독: 석래명

출연: 이승현, 강주희

평점:

 

: 이 영화의 원작은 조흔파의 소설 <얄개전>이다. 소설도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영화는 더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이승현과 강주희는 하이틴 스타로 일약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수많은 아류작을 낳았으며 2009년에는 재개봉하기도 했다. 수업시간에 볼펜 돌리기, 청백 체육대회, 교복을 입고 빵집에서 우유를 앞에 놓고 하는 데이트, 붉은 스웨터에 나팔바지, 등산용 양말을 바지 위에 신은 모습 등이 그 때 그 시절, 향수에 젖게 한다.

주인공 두수는 요새로 치면 재벌 2세 정도라고나 할까. 거대한 2층 양옥집에 살고 담임선생의 단독 과외를 받고 생일날이나 먹을 수 있었던 콜라를 마음대로 먹고 원하는 무엇을 사는데 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 상류층 자제의 모습이다.

그와 한패인 영수는 아버지가 병원을 소유한 의사다. 그러니 학교나 선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행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잘못을 깨닫고 고친 점은 지금의 재벌 자식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돈 많고 말썽부리는 자식과 가난하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을 대비시켜 희망을 이야기 하면서 해피 앤딩으로 끝난 영화에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래서 다들 보고나서 기분 좋은 영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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