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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05.10  1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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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날리는 요즈음 하길종 감독의 <화분>을 보는 재미는 은은하기 보다는 투박하다. 부드럽기 보다는 거칠고 이해되기 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실험실에 와 있는 기분이다.

그런 마음으로 보듯이 비슷한 감정으로 평을 써보는 심정은 흐뭇하기보다는 식전처럼 허전하다.

커다란 집을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푸른 집으로 부른다. 그 집의 주인은 풍채가 좋은 현마(남궁원)다. (이름에 색마처럼 마자가 들어간 것을 관객들은 관심두기 바란다.)

현마는 젊고 돈이 많아 첩 세란(최지희)을 5년째 그 집에 두고 있다. 세란의 동생 미란(윤소라)은 형부의 집에 얹혀산다.

이 사람들 외에 하녀로 불린 가정부(여운계)가 있다.

어느 날 현마가 젊은 비서 단주(하명중)을 데리고 온다. 현마와 단주는 서로 사귀는 사이로 짐작된다. 현마는 단주에게 널 통해 새로운 내 인생을 설계하고 싶다고 말한다. (둘은 사귄 다기 보다는 현마의 일방적인 사랑 같다. 놀랍게도 당시 동성애 코드를 그렸다. )

그 날은 미란의 월경이 시작된 날이다. 미란을 보는 현마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마주 서서 뺨을 비비는 폼이 꼭 연인사이 같다. 미란도 세란처럼 현마의 첩처럼 보인다.

세란은 미란을 놀린다. 현마는 이제 미란이 숙녀가 됐다고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미란은 부끄러움 때문인지 시나리오 상 어쩔 수 없어서 인지 울면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표정이 달라진 현마는 단주에게 어서 찾아오라고 고함을 지른다.

피아노 유학을 보내주려는 계획을 세울 만큼 아끼는 처제이니 그럴 만도 하다. 쫒아온 단주에게 미란은 하인 운운하면서 단주를 무시한다. 그러더니 어느 새 택시를 같이 타고 군밤을 사고 반말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럴 만한 동기는 생략되고 쉽게 친해진다. 친한 정도가 아니라 내일 결혼할 사람처럼 둘은 사랑하는 관계다.)

어디인지 모를 곳으로 둘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갑작스런 폭풍우를 만난다. (음악소리 굉장히 요란하다. 대신 대사 녹음은 아쉬워 잘 전달되지 않는다. 자막을 넣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불도저 안에서 둘은 이런 저런 말을 섞다가 미란이 단주가 사는 곳을 보고 싶다고 한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단주는 마지못해 수긍한다. (빗속에서 순식간에 둘은 공간이동이라도 한 듯 어느 새 단주의 단칸 방안에 있다.)

천둥소리가 요란하고 번개가 치는지 번쩍 거림이 눈에 거슬릴 정도로 현란하다. 일기예보는 서울 중동부 지방에 강풍과 비바람이 부니 주의하라고 다급하게 전한다.

다음날은 거짓말처럼 개고 미란은 집으로 돌아온다. 현마는 왜 나하나로 만족하지 못하느냐고 단주를 몰아세운다. 옛날 양아치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윽박지른다.

미란과 단주는 다시 집을 나와 터미널을 서성인다.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둘은 사랑을 속삭인다. 어디로 갔는지 아는지 현마는 굉음소리를 울리며 차를 몰고 두 사람을 좆는다.

차가 멈춘 곳에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두 사람이 함께 있다. 해변으로 차가 달려온다. 치어 죽일 작정인가 보다. 피한다. 바다속으로 뛰어든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온다.

화면이 바뀌면 현마와 미란과 단주가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자 가정부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처음부터 무언가 숨기거나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움직임을 보였지만 지금 확실히 그런 모습이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치뜨니 무슨 괴기영화에 나오는 유령같은 인상이고 분위기다. 집에 도착한 현마는 단주를 마구 친다. 홈런을 날리듯 뭉둥이로 단주의 온 몸을 사정없이 패는데 맞는 그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는다.

지칠 때까지 때린 현마는 단주를 창고 같은 곳에 가둔다. 갇힌 그는 탈출할 생각도 없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태평이다. ( 속으로 분을 삭이고 있는지 아니면 달관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런 단주에게 하녀가 옷 벗고 달려든다. 그는 미란이 대시할 때처럼 저항하지 않는다. 매우 수동적인 태세다. 정원에서는 한 바탕 파티가 벌어진다. 쌍쌍이 춤을 추고 즐겁다. 그 때 전화가 오고 현마는 세란이 건네주는 전화를 받고는 표정이 변한다. 현마는 일본으로 도망간다. 회사가 부도났기 때문이다.

채권자들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세간을 가져가고 한바탕 난리다. 그 와중에 남자들이 세란을 순서댛로 겁탈한다. 단주는 연신 딸꾹질을 해댄다.

국가: 한국

감독: 하길종

출연: 남궁원, 하명중,윤소라, 최지희

평점:

: 하길종 감독은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그가 한국으로 올 때 독재정권의 성화는 극에 달하고 있었다. 검열은 일상화됐다.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하 감독은 한국에 들어와 영화를 만들었다. 화면 초기에 귀국 작품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은 한국영화를 부활시키겠다는 감독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표현하려는 방식은 좌절에 직면했다. 여기저기 잘리고 끊긴 흔적이 눈에 선하다.그래서 매끈하거나 세련됐다기보다는 화면의 이음새가 엉성해 보이고 짜임새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잘린 필름이 복구되면 감독의 의도와 영상의 완성도를 가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으로 <화분>을 꼽았다. 일부에서는 미스터리 영화로 '괴작'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어도 감독은 <화분>에 대한 애착을 강하고 표현했다.

한편 <화분>은 1968년에 나온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테오레마>를 표절했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캐릭터나 내러티브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그 해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검열로 난도질당하고 표절의 오명을 뒤집어 쓴것이다.그러나 감독은 가면 속에서 당시 한국사회의 숨 막히는 독재체제에 대한 무언의 저항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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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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