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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서 장난감 팔기전 생각해 봐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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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서 장난감 팔기전 생각해 봐야 할 것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8.05.08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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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담배를 팔 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담배를 약국에서 사고팔던 모습은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나 몸에 해로운 물건을 건강을 생각하는 약국에서 파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런 일화가 생각난다. 오래전에 담배를 팔던 한 약사는 매대에 진열된 담배를 들어 보이면서 이것을 팔면 1명의 인건비는 건진다고 담배 판매가 가져오는 이윤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약국 내 카운터의 잘 보이는 곳에 여러 종류의 담배를 쌓아 놓고 손님을 맞던 그 약사 역시 지금은 담배를 팔 지 않을 것이다. 환자들은 담배가 사라진 약국에 더 많은 신뢰와 믿음을 보내고 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복약상담을 하는 약사 옆에 담배가 쌓여 있다면 그 약사의 말에 신뢰가 쌓이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에는 담배가 사라진 자리에 어린이들 장난감이 놓여 있는 약국이 간혹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약국 경영을 위한 아이디어라는 생각과 하나라도 더 팔려는 마케팅의 새로운 기법이라는 점에서 신선하기도 하다. 처방전을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하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장난감을 보는 환자들의 마음은 심란하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약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파는 곳이 세상의 아무 곳 에서나 팔 수 있는 장난감과 나란히 진열돼 있다는 것에 약간은 당황하는 기색이 나타나는 것이다. 장난감 자리에 새로운 형태의 담배가 놓여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물론 담배와 장난감은 다르지만 말이다.

약국이외의 장소에서 약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약의 중요성과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에 대한 사회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독점적 지위는 그것이 의미하는 단어만큼이나 아무나 차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 시민이 약국에서 장난감 판매를 금지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시민은 청와대 신문고에 소아과에서 받은 처방전을 갖고 간 약국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참지 못하고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썼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장난감이나 비타민이라 써 있는 캔디 류에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감기약 복용 후 비타민 섭취는 발암물질을 일으키는 반응이 있는데도 약국에서는 오직 물건 팔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언성을 높였다.

약국 내 장난감 취급 및 판매를 금지함으로써 육아에 지친 부모가 약국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기약과 비타민의 동시 복용 방지를 통해 아이들의 건강증진 효과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가 답변에 나섰다. 복지부는 약사법령에 따르면 약국은 의약품 조제나 판매를 할 수 있는 장소로 정하고 있을 뿐, 장난감 등 그 외 물품의 취급 및 판매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고 운을 뗐다.

약사법 제2조에 따라 약국이란 약사나 한약사가 수여할 목적으로 의약품 조제 업무를 하는 장소를 말하며, 약국개설자가 의약품 판매업을 겸하는 경우에는 그 판매업에 필요한 장소를 포함한다고 약국의 의미를 부연 설명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국민의 약국에 대한 인식과 약사법 제21조제3항에 따라 약국을 관리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약국 관리를 위해 보건위생에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물건을 약국에 두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약국의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은 범위 내에서 ( 장난감 등을 ) 취급·관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

제안 내용은 일반 약국 환자 또는 소비자의 불편 민원사항이기도 하므로 일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약사회 등과 협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판단이다. 장난감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보건 위생상에 해를 끼질 염려가 있는지 한 번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이런 답변에 앞서 약국은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앞서 말한대로 약국이라는 장소가 갖는 공공성과 그 속에서 근무하는 약사의 위상에 대한 것이다.

약국과 약사만이 의약품을 팔 수 있도록 정한 것은 약에 대한 위험성과 그것을 다루는 약사의 신성함 때문이다. 장난감 등에 한 눈을 팔기 보다는 약의 전문가 답게 약에만 신경을 쓰라는 의미는 아닐까. 지금 같은 불신의 시대에 환자에 대한 약사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뢰가 쌓여야 약사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복약지도나 건강 상담에 환자가 귀를 기울이게 된다. 복지부의 규정을 살펴보기 전에 약사와 약국이 갖는 의미를 '장난감 약국'은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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