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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 신생아 사망과 근조리본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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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 신생아 사망과 근조리본 달기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8.04.06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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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사회에 근조 리본 달기가 번지고 있다. 근조는 다 알다시피 죽음에 대한 애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죽은 자에 대한 슬픈 마음을 산자들이 표시하는 행동이다. 최근에는 어떤 정책이나 문제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도 근조 리본을 사용하고 있다.

의사들의 검은 리본은 죽은 자에 대한 넋의 위로도 있지만 항의의 뜻이 더 커 보인다. 다름 아닌 이대목동병원 조수진 교수 등 의료진 3명의 구속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

이들은 의료진 구속은 부당하다며 정부와 사법당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비록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다하더라도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위험이 없으므로 불구속 재판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있다. 청원인은 이번 일이 일선 의료진들의 처벌로만 끝난다면 어느 의사도 어떤 상태이던지 중증환자를 보지 않으려 할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신생아중환자, 성인 중환자, 모든 중증환자들의 진료에 대한 사망선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원인은 이대목동병원 일선의료진의 구속영장청구를 중지하고 교통사고특례법처럼 중과실이 없다면 의료진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정부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5일 현재 5586명이 청원에 참여하고 있다.

근조리본 달기를 앞장서 실시하고 있는 충북대의대 한정호 교수는 중환자치료의 명목을 비는 의미로 근조 리본을 달았다. ‘중환자 치료’가 죽었으니 이의 명복을 빈다는 것이다. 중환자 치료를 명복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동료 의사들은 이 소식을 듣고 하나 둘 동참하고 있다. SNS 메신저 프로필 사진 등을 근조 리본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한 교수는 더 나아가 근조 리본을 실제로 제작해 진료실·진료가운 등에 부착했고, 리본을 원하는 동료 의사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정부와 사법기관이 중환자실 진료를 하지 말라고 선언했으니 앞으로 능력을 벗어나는 환자 진료는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근조리본을 단 의미를 분명히 전했다.

의학회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대한의학회는 수사당국이 개인 의료인의 구속수사를 결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의료인 개인의 구속은 사건 본질을 흐리는 형태이며, 구속 없이도 철저한 수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해당 의료인 및 병원 전반에 걸친 수사를 통해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중환자 의료 및 감염관리 체계 개선 대책을 충실히 세워야 함은 깊이 인식하지만 이번 사건은 의료인 개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계 전반에 축적된 구조적 문제점이 모여 발생한 사태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개인의 구속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위가 중환자 의료행위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186개 회원학회의 뜻을 물어 강력히 대처할 것임을 정부에 경고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도 비슷한 의견을 펴고 있다.

대한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나섰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고 위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응책이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의사단체 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이번 사망 사건은 의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감염관리 체계의 근원적인 문제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다수 의사들은 지금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진료에 임하면서 국민 건강을 지키는 첨병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터진 의료진 구속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복지부가 이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어떤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일로 어렵고 위험한 의료행위를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의료진들도 아픈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의술은 인술이라는 사명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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