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19 01:53 (금)
의약품 4개 중 1개는 장내 세균에 영향
상태바
의약품 4개 중 1개는 장내 세균에 영향
  • 의약뉴스 이한기 기자
  • 승인 2018.03.20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 4개 중 1개가 장내 세균 성장을 억제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제기됐다.

유럽분자생물실험실(EMBL, European Molecular Biology Laboratory)의 연구진은 이러한 의약품들이 항생제와 유사한 부작용을 유발하고 항생제 내성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현재 시판되고 있는 약 1000여개의 의약품이 40종의 대표적인 장내 세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비-항생제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내 세균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아냈다.

사람의 장에는 다수의 세균이 존재하는데 근래의 연구들에 의하면 이러한 미생물 전체를 일컫는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항생제는 마이크로바이옴에 큰 영향을 미쳐 위장계 부작용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흔하게 사용되는 일부 비-항생제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에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규명된 바는 없었다. EMBL의 이 논문은 시판 중인 의약품과 장내 세균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에 대해 체계적으로 윤곽을 그린 첫 연구다. 연구진은 항-감염증약뿐만 아니라 모든 계열의 치료제가 각기 다른 장내 미생물 성장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MBL의 그룹 리더 중 한 명인 피어 보크 박사는 “관련 없는 의약품이 장내 세균에 부수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의 수가 놀라운 수준”이라며 “이러한 장내 세균 구성의 변화는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것뿐만 아니라 의약품이 지닌 유익한 작용의 일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EMBL 그룹 리더인 키란 파틸 박사는 “이 연구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아직 이러한 의약품이 어떻게 세균에 영향을 미치고 어떤 징후가 나타나고 임상적 결과가 어떤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관계를 신중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하며 “이러한 지식은 기존 의약품에 대한 이해와 치료 효능을 크게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에서는 비-항생제 사용이 항생제 내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 이유는 인체의약품에 대한 세균의 일반적인 저항성 기전이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 기전과 크게 중복되기 때문이다.

EMBL의 나소스 타이패스 박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비-항생제 의약품을 복용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서운 결과”라고 하면서 “다만 모든 의약품이 장내 세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례에서는 특정 비-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특정 항생제에 대한 민감성을 촉발했다며 이는 최적의 약물 조합 설계를 위한 길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연구 저자 중 한 명인 게오르그 젤러 박사는 “복잡한 장내 세균 군집 내 의약품과 세균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진전시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히며 “이러한 연구는 어떻게 동일한 의약품에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장내 세균을 보유하기 때문에 의약품과 미생물 간 상호작용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고 전하며 이는 맞춤형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길을 열어준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19일(현지시간) 게재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