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16:37 (금)
300병상 이하 병원 퇴출 공론 필요하다
상태바
300병상 이하 병원 퇴출 공론 필요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3.16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취임 이후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잠깐 동안 정중동 했으나 예상대로 자신의 소신 있는 주장을 과감하게 펼치기 시작했다.

그의 주장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300병상 이하 병원 정리에 모아지고 있다. 이른바 '좀비 병원 퇴출'이 그것이다. 이것이 현실화 되면 의약분업에 버금가는 업계의 충격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만큼 폭발력이 있는 사안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좀비 병원은 병원들 가운데 일부이지만 겨우 생명만 유지하는, 죽은 것과 같은 신세인 경영이 부실한 병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이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문케어로 불리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실시하는데 이런 병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한 이들 병원을 순차적으로 퇴출시키고 새로 진입하는 병원들의 경우 문턱을 높여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주제로 병원장들 앞에서 진행한 연설의 제목이 '병원의료산업 희망포럼'인 것을 감안하면 퇴출하고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 병원의 미래 희망일 수 있다는 속내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이사장의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지난 연말 이후 공사석에서 간혹 나온 것이어서 일회성 주장이 아닌 임기 내에 어느 정도 실효를 봐야 하는 중요 현안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는 찬성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다는 것이 병원계의 여론이다. 따라서 김 이사장이 300병상 이하 병원을 자연스럽게 퇴출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병원장들을 어떻게 설득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병원은 규모가 작을수록 투입되는 비용이 올라가는 구조로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부득이 의료 인력은 줄이고 의료의 양은 늘려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병원도 영리를 위해 존재하는 만큼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원가대비 효율성이 높아야 하는데 제반 여건이 그렇지 못한 병원일수록 의료과잉이나 의료사고 같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다.

김이사장은 이같은 문제의 결과로 최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참사를 들고 있다. 참사의 원인이 이 것말고도 다른 것이 있을 수 있지만 김 이사장의 판단은 이런 구조적인 병원의 문제점도 하나의 이유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당 병상 수는 과거 80년대 초의 부족현상과는 달리 지금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상황에 달해 있다는 것.

이는 도시는 물론 시골에서도 비슷하게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 같은 병상 수 과다는 문 케어 실행에 앞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피해보는 병원은 생겨나게 마련이라서 현재 운영 중인 중소병원에 손해를 주지 않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 김 이사장이 복안인데 구체적인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어 궁금증이 일고 있다.

300병상 이하 병원을 피해 없이 퇴출하고 일반병원을 그 이상의 유망한 병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의료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아직은 의료법인 병원의 퇴출 경로조차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투자한 돈을 찾아서 병원을 정리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고 해도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진입장벽만 높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인수합병을 장려 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병원 같은 기이한 형태가 생겨 날 수 있다. 무엇보다 병원계에 불고 있는 반감 여론을 잠재우고 찬성 여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이사장이 히든카드로 꺼내든 300병상 이하 퇴출 시나리오가 좀비 기업 퇴출처럼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은 두고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다만 중소병원의 공급 과잉이 의료 과잉을 낳고 이는 결국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의 불성실을 가져오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300병상 이하의 병상 수 비중이 72.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1년 이후 증가한 병상의 약 80%가 120병상 내외의 소규모 병원들인데 이들 병원들이 대형병원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종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300병상 이하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설립하지 않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는 작은 병원들이 넘쳐나고 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들 병원의 신규 진입을 높이는 것은 타당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의료의 질은 저하되고 의료의 양은 많아지는 악순환은 더는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이 야심차게 펼치고 있는 300병상 이하 좀비 병원 퇴출 작전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 지 두보 볼 일이다.

많은 공청회와 전문가의 견해 등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