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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과실 있더라도 치료비는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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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과실 있더라도 치료비는 내야 한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1.20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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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주의의무 다했다면 지불해야”
 

자궁근종을 제거하다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후유증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에게 배상을 명령했다.

다만, 악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환자 역시 치료비를 지불해야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본소)에서 2852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동시에 B대학병원이 A씨를 상대로 낸 치료비 소송(반소)에서는 손해배상 책임비율을 50%로 인정, 절반인 609만 원을 내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8월경 자궁 근종으로 인한 과다 월경과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 B대학병원에 입원, 산부인과 의료진에게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후, 복부 CT검사에서 상부 자궁 후벽 결손 과 직장 천공으로 인한 범발성 복막염 소견이 의심되자 대장항문외과 의료진에게 협진을 요청했다.

대장항문외과 의료진은 직장절제술 및 장류수술을 시행했고, A씨는 그로부터 두 달 이상 입원 후 2013년 11월 퇴원했으나 퇴원 이후에도 구토·설사·장폐색증 증세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에 A씨는 “의료진은 해부학적 구조에 주의하고, 수술 도중 수술기구에 의한 인접 장기가 손상되지 않도록 수술 과정에서 최선의 주의를 다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해 자궁근종 절제술 과정에서 인접 장기인 직장을 손상했다”며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하고 활력징후가 불안정한 상황이었는데도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4일이 지나서야 범발성 복막염, 장 천공을 진단하고 응급수술을 하는 등 주의를 게을리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의료진은 장천공의 부위와 정도 등을 주의 깊게 살펴, 가급적 조직을 보존하고 불필요하게 직장을 절제하지 않아야 함에도 직장을 절제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며 과실을 인정했지만 병원에 치료비를 지불하라고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자궁근종 절제술 과정 및 이후 경과관찰 과정에서 직장 천공 및 범발성 복막염의 합병증은 당연히 발생하는 합병증이라거나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합병증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에 대한 복부 및 골반 CT 검사결과 ‘후방상부자궁에 벽 결손’ 소견, ‘인접한 직장 전벽에 천공’ 및 ‘직장 천공으로 인한 범발성복막염’ 소견이 관찰되거나 의심된 사실은 있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의료진이 천공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지연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거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응급수술 중 직장을 절제한 데 대해 가급적 조직을 보존하고, 불필요하게 직장을 절제하지 않아야 함에도 이를 간과해 A씨의 증상이 악화된 원인이 됐다”며 “B병원은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모든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신체침해를 수반하고, 모든 주의를 다한다 하더라도 예상 밖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한 행위”라며 “A씨의 내원 경위·상태·수술 목적·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모든 손해를 피고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 배상책임의 범위를 50%로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가 지급하지 않은 치료비에 대해 관련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당시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질병의 치료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채무, 즉 수단채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그 진료 결과 질병이 치료되지 않았더라도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될 경우 그로인한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치료행위는, 당해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에 불과해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그 수술비 내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2013년 8월 19일부터 2013년 11월 8일까지 치료를 했고, 그 비용으로 1219만 원이 소요됐다”며 “치료비 채무의 발생에 있어서 의료진의 과실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책임비율은 50%이므로 이를 넘어서는 609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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