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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수혈 의료과실 판단 달라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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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수혈 의료과실 판단 달라진 이유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1.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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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호흡기능부전 원인은 척수ㆍ횡경신경 손상"
 

척수수술 도중 발생한 호흡기능부전과 과다수혈의 인과관계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와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에서 명령한 배상액을 조정했다.

A씨는 뒷목 및 양 어깨가 뻐근하고, 양 다리가 전체적으로 뻣뻣하고 힘없는 느낌이 있어 지난 2013년 10월경 C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심해지자 B씨가 운영하는 D병원에 내원했다.

C병원 의료진은 A씨의 증상을 척수병증을 동반한 경추 3, 4, 5, 6번 후종인대골화증으로 진단했다. 후종인대골화증이란 척추체의 뒤쪽과 척추관의 앞쪽에서 지지하는 후종인대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뼈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는 골화를 일으켜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을 압박함으로써 신경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의료진은 1차적으로 3-4번, 4-5번, 5-6번 간 전방 경유 경추체절제술 및 유합술을 시행한 후 2차적으로 후방유합술을 시행하기로 계획했다. 의료진은 2013년 12월경 당초 계획한 경추 3-6번 경추체절제술 및 유합술을 시행했고, 경추 2-7번 간 척추궁절제술을 추가해 시행했다.

수술 중 A씨의 총 출혈량은 5130cc, 수혈량은 농축적혈구 등 총 24pint, 총 투여된 수액량은 1만 7000cc, 총 배출된 액체량은 1만 560cc로, 투여량과 배설량의 차이는 1만 2000cc였다.

A씨는 수술 직후부터 전신부종을 동반한 폐부종이 있는 상태로 호흡기능부전이 발생해, 기관내 삽관을 한 상태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지속했다.

의료진은 A씨에 대해 기관절개술 및 경추 3-7번 후방유합술을 추가로 시행했는데, 두 번째 수술 이후부턴 호흡기를 제거하기 위한 훈련을 반복했고, 장치들을 제거해 자가호흡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A씨에게 청색증이 발견됐는데, 의식 및 외부 자극에 반응이 없는 상태로 혈압이 측정되지 않고 양측 동공반사가 없는 상태로 산소포화도마저 떨어졌다. 의료진은 즉시 A씨에게 심폐소생술과 기관내삽관을 시행했는데, A씨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인근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된 A씨는 저산소성 뇌손상 및 다장기 손상으로 인한 기능부전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의료진이 무리하게 전방접근방에 의한 수술을 선택한 과실이 있고, 대량출혈을 유발해 과다 수혈 및 수액 투여로 폐부종 및 심장울혈을 발생시켰다”면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1심 재판부는 “전방접근법에 의한 시술시 신경손상 위험의 문제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수술 방법의 선택상에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는 첫번째 수술 이전에 호흡곤란이나 폐부종, 심장울혈의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며 “수술이 당초보다 지연되면서 대량출혈이 발생하자 A씨에게 수액 및 혈액을 주입했는데, 총 배출된 액체 총량보다 약 1만 2000cc 정도 많았다. 이러한 경우 다량 주입된 수액 및 혈액으로 인해 폐부종 및 심장울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의 후종인대골화증에 의한 척수 병증은 매우 심했는데, 이 같은 경우 골화된 후종 인대와 경막이 유착되는데, 수술 당시 골화증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붙어있던 경막이 같이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며 “첫번째 수술 당시 척수부종이 발생했는데, 이는 척수의 손상이나 수술 중 조작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바, A씨에게 척수부종이 발생한 원인은 후종인대골환증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기계적 척수손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의료진은 A씨에 대해 무리한 기관 절개관 제거 및 첫번째 수술 후 나타난 호흡곤란 증상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강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양 측은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1심에서 인정한 과다수혈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한 과다수혈에 대해 “후종인대골화증 치료를 위해 다분절 추체 제거술을 시행하는 경우 대량 출혈과 수혈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첫번째 수술 중 A씨에게 발생할 출혈이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대량출혈 및 수혈로 인해 폐부종과 심장울혈이 발생하는 경우 이뇨제를 사용해 체내 순환하는 액체량을 감소해 심장 및 폐기능을 호전시킬 수 있는데, 의료진은 1차 수술 후 A씨에게 이뇨제를 주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에게 발생한 호흡기능부전은 척수 및 횡경신경의 손상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고, 의료진이 첫번째 수술 과정에서 과실로 대량출혈을 발생시켰다거나 과다수혈로 인해 호흡기능부전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는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의 후종인대와 경막의 유착이 심했고, 경추부 수술의 경우 중요한 신경 및 구조물들이 모여있어 수술의 난이도가 높았다”며 “과실로 인해 A씨에게 부전호흡 및 마비로 인한 저산소증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의료진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 배상책임의 범위를 3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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