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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가면 미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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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가면 미래가 됩니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7.12.08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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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BO리그(한국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의 캐치프레이즈는 ‘동행’이었다.

선수와 코치, 선수단과 프런트, 구단과 팬이 함께 하겠다는 ‘동행’은 결국 KIA에게 8년만의 통합우승이라는 영예를 안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KIA의 김기태 감독은 동행 리더십에 대한 끝없는 조롱을 견뎌야 했다. 부진한 선수에게도 끝없이 기회를 주다보니 경기를 그릇친다는 힐난이었다.

그렇게 매 경기, 매 순간 결과에 따라 ‘동행’은 ‘김기태 감독이 아니었으면 불가능 했을 일’이라며 찬사를 받기도 했고, ‘그 놈의 동행이 만든 참사’라는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파업에 돌입한 8일, 서울대병원 곳곳은 이들과는 조금 다른 색다른 모습으로 노사간의 ‘치열한(?)’ 동행의 현장이 되어 있었다.

노조는 병원측이 정부의 지침을 부정하고 있다고, 병원측은 노조가 정부의 지침을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경쟁적으로 상대의 대자보 옆에 나란히 자신들의 대자보를 붙여가고 있는 것.

 

노조 대자보의 핵심 내용은 서울대병원이 문재인 정부가 선포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는 반대로 오히려 비정규직을 해고하려 하고 있으며, 전 정권하에서 진행된 성과급제를 폐지 약속도 거부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병원측에서는 노조측이 월 정액 23만 9000원 및 명절지원비 확대 등 정부정책을 초과하는 과도한 임금인상과 정부 지침을 벗어나는 비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또 다시 파업을 강행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자존심 싸움이라도 하듯 곳곳에 대자보를 붙인 탓에, 서울대병원 복도는 온통 대자보 전시회장이 되어버렸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붙여댄 대자보 사이, 서울대병원 후원회가 후원자들을 향해 전하는 동행의 목소리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함께 걸어가면 미래가 됩니다.’

오늘 이들의 치열한 다툼은 서울대병원에 자산이 되어 보다 바람직한 미래를 제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장 오늘, 희망을 찾고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애타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한 치 앞의 미래조차 깜깜한 절벽과 같을 터다.

부디 노사 모두 대자보 안에 담은 ‘필수인력 유지’와 ‘환자의 불편함 최소화’라는 약속의 무게를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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