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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양성평등, 조직문화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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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양성평등, 조직문화 개선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9.2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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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회 심포지엄...성폭력 피해자 구제 시스템도 필요
▲ 신현영 이사.

의료기관 내에서 양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해선 권력구조 등 조직문화 개선뿐만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여자의사회(회장 김봉옥)은 지난 28일 ‘2017 대한민국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에서 ‘의료기관에서 양성평등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의료기관 내 양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언과 함께 성폭력과 관련된 의견들도 제기됐다.

먼저 여의사회 신현영 국제이사는 ‘최근 의료계의 양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이슈들’이란 발제를 통해 ‘2980년 12.4%에서 2014년 23.9%로 여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보수적 분위기의 의료계 내에서 여의사가 남성의사와 동등하게 경쟁하고 공정하게 평가받는데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건들이 산재해 있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1768명의 전공의 중 28.7%가 성희롱을, 10.2%가 성추행을 경험했으며, 성희롱/성추행 가해자는 환자, 교수, 상급전공의 등으로 조사됐다.

신 이사는 여러 성추행 사례를 소개했는데 “이러한 성추행으로 전체 의사들의 이미지나 국민 신뢰도 하락에 큰 문제가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2011년 고려대 의대생 남학생 2명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을 한 사건이 있었는데 가해자들은 2년 6개월, 1년 6개월 등의 실형 및 출교처분을 받았으나 현재 의대에 재입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발생하고 아직 조사 중인 사건이지만 한양대에서도 의예과 남학생이 의예과 남학생이 단체 식사자리에서 여학생의 신체에 손을 올려놓아 성추행 의혹 등 사건이 발생했다.

전공의 성폭력 사건도 있었는데 올해 3월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남성 교수가 전공의 대상 수년간 성추행, 성희롱을 했고, 피해자들이 병원, 대학, 노조에 익명투서로 언론화됐다. 그런데 병원 측에서는 이 사건을 은폐하려다가 비난을 받았고, 결국 해당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전문의 성폭력 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서울대병원에서 선배교수가 후배 여교수를 회식 후 성추행했는데, 이로 인해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해당 교수는 6개월 직무정지에 의과대학 겸임교수 직위 해제되는 징계를 받았다.

신현영 이사는 “드러난 성폭력 사건은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보다 더 많다”며 “의료계 성폭력은 사회적 낙인, 2차 피해의 가능성 등 평생 의료인으로서 살아가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신 이사는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피해자는 피해를 당하고도 그 사실을 세상에 말하기 어렵다”며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사건발생시 익명을 보장한 피해구제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차지영 교수.

한국여성변호사회 김현아 이사는 ‘최근 의료계의 양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이슈들-법조인의 시각에서’라는 발제를 통해 “의료인 간 발생하는 성폭력의 경우 대부분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위계적 관계로 법정공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해자의 경우 의료기관 내부 징계 자체의 한계로 다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와 함께 근무하는 상황이 발생함으로써 피해자는 조직 구성원으로써 2차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는 것.

김 이사는 “의과대학 뿐 아니라 일반 대학에서도 가해자들은 성폭력이나 성희롱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물증이 없으면 전면 부인하기 마련”이라며 “또 물증이 있어도 선한 의도를 증명하려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2차적 피해를 준다”고 전했다.

내부 징계의 허술함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역전된다는 것. 즉, 사회적으로 피해자는 위축되고 가해자는 오히려 당당하게 사회활동을 이어간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대부분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지인이나 위계적 권력 신분으로 형사와 민사 재판에 어려움이 있다”며 “가해자가 지위를 이용한 주변인 진술서를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제공하는 등 증거와 증언 확보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현아 이사는 “의과대학, 의료기관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은 물론 징계위원회의 위원 구성 성비와 외부전문가 도입을 의무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성교육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정작 교육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받지 않고 있다. 아마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결국 성희롱 예방교육 대상에 대한 실질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간호대학 차지영 교수는 ‘간호사가 바라본 양성평등과 성폭력 이슈’란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기관 내 성폭력 실태와 예방 및 대처시스템에 대해 진단했다.

차 교수는 “세계적으로 많은 간호사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는지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일본에는 56%, 인도는 64%, 이스라엘은 90%이었다”며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 영국은 69%, 미국은 76%의 간호사가 성폭력 피해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간호사에게 있어서도 성폭력은 직장내에서 많이 경험하는 일”이라며 “200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내 의료기관 종사자 13.8%가 성희롱 피해를 겪었고, 간호사 68.1%, 간호조무사 7.4%, 사무행정 4.6%, 방사선사 3.3%, 기타 2%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성차별적 문화가 있는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낙인을 찍는다”며 “대만에서 간호사 성별에 따른 성폭력 피해 유형과 가해자 차이를 조사했는데, 남자간호사는 주로 동료들에게 원치 않은 포르노 시각적 공유 등의 피해를 당하지만, 여자간호사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적언어를 환자나 보호자에게 당하는 등 서로 다른 성폭력을 경험한다”고 지적했다.

또 병원내 성폭력은 권력관계에 의해 이뤄지는데 국내의료기관 성폭력 가해자는 의사/교수(27.6%), 환자/보호자가 7.4%였다는 것. 이에 대해 차 교수는 “성폭력은 성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고 하는데 여기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성폭력 문제에 대한 병원 내 인식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폭력예방훈련은 18.1%, 성희롱 예방교육은 62.7% 수준이었고, 성폭력 피해시 보고시스템도 미비하다는 게 차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세계간호사연맹 의료기관 폭력대응지침을 살펴보면 위험한 환경/폭력유발 요인 확인->예방적 행동 취하기->폭력발생 시 사건 관리 기전 적용->피해자 지원을 위한 자원 확보->reliable record 확보-> 사건 관리에 대한 평가->평가결과에 기반한 제안으로 되어있다”며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 성폭력 예방/관리에 대해선 60% 이상이 관련 조직이 없다고 응답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차지영 교수는 의료인 성폭력 예방/관리를 위해 “정기적인 의료기관 내 성폭력 실태조사와 함께 전문직 단체가 협업을 통한 의료인 성폭력/폭력 정책을 개발해야한다”며 “의료인 성폭력 예방/관리 지침과 함께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감시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차 교수는 “의료기관에서는 안전한 조직문화 창출과 함께 의료인 성폭력/폭력 전담전문가를 배치해야한다”며 “직원대상 정기적인 성폭력 교육을 실시하고, 환자 입원 시 성폭력 안내문을 배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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