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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고등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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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고등어의 꿈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7.09.27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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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푸른 생선 고등어다. 회쳐 먹고 소금에 구워 먹으면 맛있다.

꿈의 물질인  DHA, EPA가 많아 영양의 보고이기도 하다.

맛과 영양 두 마리를 다 잡았으니 이제 더는 잡아서는 안되겠다.

빛나는 낚시로 유혹해 한꺼번에 여러마리 걸려들면 환호성을 치지만 미안하다, 한마디 나오지 않는다.

거친 동해거쳐 흐린 서해까지 와서 하필 왜 낚시에 걸리니, 이 바보야.

더 살찌고 더 오래살아 식구들과 좋은 곳 구경도 해야 하는데.

너는 주둥이에 혹은 대가리에 혹은 배에 걸린 미늘을 털어내지 못하고 끝내 도마위에 놓였구나.

퍼더퍼덕 죽음의 행진을 하더니 피를 흘리고 마침내 사람의 입속으로 풍덩.

생명의 원천인 내장이 발라지고 전속력 질주할 때 언제나 앞장서서 물살을 가르던 머리는 단칼에 싹둑 잘라진다.

배의 날카로운 가시를 도려내고 너는 싱싱한 횟감이 된다.(붉은 살과 지방질이 많은 고등어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피를 뺀 후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게 좋다.)

접시 가득 담기고도 남은 것은 두 쪽으로 갈린배에 소금을 잔뜩 먹고 뜨거운 불판에 드러눕는다.

꿈속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 들린다.

참말로 맛있다, 역시 회는 고등어야, 등푸른 생선 봐! 봐! 말로만 등 푸른게 아니고 정말 등이 푸르다고, 한 마디씩한다.

그리고 잔 부딪히는 소리.

영원한 잠속으로 빨려 드는데 그렇게 나쁜 기분은 아니다. 장수를 바라는 인간의 꿈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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