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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법대로 하자’는 조찬휘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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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법대로 하자’는 조찬휘의 착각
  • 의약뉴스 정흥준 기자
  • 승인 2017.08.25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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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의 비정상적 회무가 드러나면서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약사회원들이 과반을 넘긴지 오래다.

결국 두 차례의 검찰 고발과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이어졌지만 조 회장은 민의를 외면했다. 조 회장은 오로지 ‘절차적 정당성’을 운운하며, 사법적 판단 뒤에 몸을 감췄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려주시면, 그 결과에 따라 진퇴를 결정하겠다’는 담화문 속 문장에 그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에게 있어 ‘사법적 판단’은 대의원 및 회원들의 결정과 충돌할 수 있으며, 비록 정관에 따른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사법적 판단을 우위에 두고 있다.

따라서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임시총회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던 당초의 입장을 달리할 수도 있다.

사퇴권고안과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라는 대의원들의 원성에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엄포를 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조 회장을 옹호하는 주장들도 맥락을 같이한다. 법적 판단도 나오지 않았는데 왜 들쑤시며 내분을 만드냐는 것. 법적 판단을 앞두고 모든 결정을 유보하자는 것은 언뜻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와 관련 미국의 법관 보덴 하이머는 “법이 그에게 미치게 될 실질적인 결과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악인의 관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금은 법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이냐가 아니라, 왜 회원들이 법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하다. 

설령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라는 판단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약사회 대의원 180명의 불신임 찬성, 191명의 사퇴권고안 찬성, 170명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찬성이라는 결정이 공중으로 휘발해버리는 것은 아니다.

사법적 판단이 정관에 따른 대의원들의 판단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둘 중 하나가 무효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죄의 유무’가 판결되기 전에 국민들로부터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매주 광화문에 모인 국민들은 ‘문제를 바로잡는 민주적·윤리적 결정’이 법(질서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외쳤다. 죄의 경중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일찌감치 중요치 않았다.   

탄핵심판 결과 발표에 앞서 이정미 헌법재판관은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헌법을 부정하는 것은 곧 국민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국민을 부정하는 것이 곧 헌법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기도 하다.

‘법대로 하자’면서, 정관에 따른 결정을 부정하는 ‘탈약사회’적인 조 회장의 태도는 약사회원과 약사회 전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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