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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흑색종 양성 오판 의료진 ‘과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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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흑색종 양성 오판 의료진 ‘과실 인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7.2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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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1차 조직검사 판독 잘못”
 

악성흑색종을 양성혈관종으로 잘못 진단한 의료진에 대해 법원이 과실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가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에서 인용한 5679만 원에, 1747만 원을 더한, 7427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09년 7월 B법인이 운영하는 B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사랑니 통증과 잇몸 질환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1년가량 지난 후인 2010년 4월경, A씨는 다시 B대학병원에 왼쪽 이마, 안명, 볼, 목 아래쪽에 입을 움직일 때 찌릿한 통증이 있고, 오른쪽 어금니 부위 잇몸이 불편하다는 증상으로 내원했다.

의료진은 오른쪽 위 14, 15, 16번 치아 부분 잇몸 비대를 관찰하고 삼차신경통에 대해 약물을 처방한 뒤, 경과를 관찰했으며 한 달 후인 5월 내원시에는 치주과에서 치대관리 후 경과를 관찰하되 잇몸 과증식을 의심해 조직검사를 할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했다.

2010년 8월 B대학병원 병리의사는 1차 조직검사 결과, 비정형 상피세포 비슷한 세포로 구성된 종양이 관찰돼 악성 흑색종·방추상 세포암종·타액선 종양·치원성 종양·상피 모양 혈관종 등이 의심되나 면역화학적 염색 검사 결과, CD(+)·HMB45(-)·MelanA(-)·ABVAE3(-)인 점을 참조, 양성 종양인 상피모양 혈관종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회신했다. 목 부분 CT 검사 결과, 골절이나 림프절 전이 등 악송 소견은 없었다.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는 검사 결과를 종합, A씨의 병소를 양성인 것으로 판단하고 삼차신경통 약물을 계속 처방했으며, 뇌종양 감별을 위해 신경과 진료를 권유했다.

2010년 11월 내원한 A씨는 C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뇌종양이 아니며, 잇몸 부위 통증은 없다고 말했다. 구강악안면외과 의료진은 3개월 간격으로 체크할 것과 필요시 조직검사를 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듬해 2월 진료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나 그해 9월 진료에서 치아 잇몸에 2.5mm×0.8mm 종양이 관찰됐으나 C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겠다고 밝힌 뒤 내원하지 않았다.

A씨는 2012년 6월 C대학병원을 방문, 6월 20일 종양절제 생검을 통해 2차 조직검사를 받았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면역화학적 염색 검사 결과, 비정형적 멜라닌 세포증식으로 악성 흑색종으로 진단했다.

B대학병원의 1차 조직검사 결과를 재판독한 결과, 비정형성 에피셀리오이드 및 방추상 세포의 증식으로 악성 흑색종에 상응하며, 2차 조직검사와 조직학적 형태가 동일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C대학병원은 7월 상악골 절제술에 이어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시행했다. 재발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2013년 2월 언어장애(음성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A씨는 “B병원 의료진이 1차 조직검사 판독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악성흑색종임에도 양성 혈관종으로 오진했고, 조직검사 결과 악성흑색종을 의심할 수 있다는 소견이 있었음에도 재판독 및 추가적 조직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1차 조직검사 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삼차신경통으로 간주해 통증 완화 약물만 처방하며 방치해 악성흑색종의 병기를 악화시킨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B대학병원 측은 “C대학병원은 조직검사 이외에 CT 검사 등 다른 검사 결과를 함께 고려해 2차 조직검사에 대해 최종 진단을 하고, 이를 고려해 1차 조직 검사에 대해서도 악성흑색종이라고 진단한 것에 불과하다”며 “1차 조직검사 판독상 악성흑색종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오진한 것이 아니고, 조직검사 부위를 추적관찰을 했으니 과실이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정확한 조직검사 판독과 진단을 위해 적절한 면역조직화학적 염색 등 추가 검사를 시행해야 함에도 1차 조직검사 당시 불충분한 자료를 토대로 양성 혈관종으로 속단해 조기에 악성 흑생종에 대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 판결에 불복한 양 측은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1차 조직검사 결과에서 CD31 검사를 양성으로 잘못 판독하고, 이를 기초로 악성 흑색종 가능성을 배제한 채 상피모양 혈관종으로 진단했다”며 “구강안면외과 의료진도 잘못된 1차 조직검사를 기초로 상피모양 혈관종으로 진단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다거나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이 2011년 조직검사 부위의 색깔과 조직증식 여부를 관찰했고, 이후 A씨는 7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B병원으로 내원했는데 의료진은 A씨의 검사부위에 종양이 자란 것을 확인했다”며 “A씨는 C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하며, B병원의 의무기록을 복사해줄 것을 요청한 뒤, 다시 내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차 조직검사 이후 2011년 9월까지 A씨의 구강 내 조직을 제거한 부위는 잘 치유되고 있었고, 2011년 2월 진료당시 잇몸 색깔도 주변과 비교해 정상이었는데 이런 상태에선 조직검사를 실시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어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이 A씨의 종양을 상피모양 혈관족으로 잘못 진단했으나, 이후 진료과정에서 A씨에게 추적관찰의 필요성, 추가적인 조직검사 및 치조골 절제술의 가능성을 안내해 A씨의 종양이 악성에 해당할 수도 있어 추적관찰이 필요한 상태임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악성 흑색종은 비색소성이고, 종양의 증식 속도가 빠르지 않아 육안 관찰이 어려운데다 1차 HMB45·MelanA 검사에 모두 반응하지 않아 진단이 어렵다”며 “2011년 9월 14일∼2012년 5월경까지 별다른 검사나 진료를 받지 않은 점, 1차 조직검사 이후 바로 악성 흑생종에 대한 치료를 시행했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 광범위 절제술 시행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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