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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결정해도 이송될 때까지는 치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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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결정해도 이송될 때까지는 치료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7.2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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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환자 사망에 의료진 과실 인정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한 응급환자에 대해 실제 이송할 때까지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은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7월경 술에 취한 상태로 머리를 다쳐 119구조대에 의해 C병원으로 이송됐다. C병원에서 뇌CT촬영 결과, 경뇌막하 혈종,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이 발견됐다는 사유로 B대학병원으로 진료의뢰를 했고, 내원하게 됐다.

B병원은 A씨의 활력징후를 확인하고, 혈액검사와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했다. 이후 뇌CT촬영을 했는데, 이를 토대로 두 개내 열린 상처가 없는 외상성 거미막밑 출혈, 두 개내 열린 상처가 없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의 진단을 했다.

B병원은 신경외과 중환자실의 여유가 없고 예정된 수술이 많아서 A씨에 대한 치료가 어렵다는 사유로 A씨의 아내에게 D병원 내기 E병원으로 전원시킬 것을 권유했다. A씨의 아내는 주거지 인근의 F병원으로 전원하기를 희망했고, B병원은 A씨를 F병원으로 전원하기로 결정, 응급구조사가 동승한 구급차를 통해 이송됐다.

F병원에서 A씨에 대해 뇌CT 촬영을 진행했는데 출혈량 증가, 정중선 편위 등 응급수술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다시 B병원으로 전원했다. B병원은 A씨의 뇌CT촬영을 해 외상성 경막하 출혈 진단을 했으나, 그 시점에 이르러서는 응급수술을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응급수술을 하지 않고 보존적 치료만 하기로 했다.

A씨는 다시 F병원으로 전원했고, 뇌부종 및 외상성 뇌출혈로 인한 뇌간압박으로 사망했다.

경막하 출혈은 뇌를 싸고 있는 뇌경막 아래쪽으로 혈종이 고인 것을 말하고, 보통 급성 경막하 출혈과 만성 경막하 출혈로 구분된다. 급성 경막하 출혈은 외상성 뇌출혈 가운데 가장 위중한 경우로 보통 사망률이 60%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A씨의 유족들은 “C병원에서 촬영한 뇌CT촬영 내역에는 정중성 편위가 없었는데, B병원에 전원한 후, 뇌CT촬영 내역에는 정중선 편위가 4mm로 나타나는 등 뇌 출혈량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며 “B병원은 바로 응급 개두술을 실시했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들은 “보존적 치료를 통해 경과관찰을 하기로 했다면, 추가적인 뇌CT촬영 등을 통해 응급 개두술의 필요성을 판단했어야 함에도 단 1차례의 신경학적 검사와 뇌CT 촬영을 한 상태에서 전원을 결정했고, 실제 전원이 이뤄질 때까지 약 45분간 A씨를 방치한 과실이 있다”며 “전원을 결정했더라도 F병원이 응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A씨의 상태를 제대로 고지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여서 의식상태가 불명한 것이 두부 손상으로 인한 출혈 때문인지 아니면 음주로 인한 것인지를 경과관찰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정중선 편위가 10mm이상이면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정중선 편위의 수치가 수술 필요성을 판단할 절대적 수치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당시 A씨에 대한 뇌CT촬영 내역으로는 이후 출혈이 멈출지 더 증가할 지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A씨에 대해 즉각적인 응급수술을 보류하고 보존적 치료를 택한 B병원의 조치에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전했다.

A씨가 B병원에 내원할 무렵 신경외과 중환자실 병상 15석 중 14석이 차 있었고, 응급수술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6건의 수술이 예약돼 있어 A씨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B병원의 주장을 고려하면 A씨에 대한 전원결정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에 대한 뇌CT 촬영 결과 외상성 뇌출혈로 혈종이 증가하고 정중선 편위가 나타난 상태여서 신경학적 상태의 변화가 있는 경우, 응급 개두술을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B병원으로서는 전원결정을 했더라도 실제 이송 전까지는 환자의 활력징후를 확인하고 신경학적 검사를 했어야 함에도 전원 결정 후 신경학적 검사를 재차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실제 F병원은 이송 직후 뇌CT를 촬영해 응급수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B병원으로 다시 환자를 이송한 점 등을 고려하면 B병원에게는 전원 결정 후, 실제 이송될 때까지 적절하고 필요한 치료를 다하지 못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F병원 의료진에게 A씨와 관련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확인했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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