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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일색전술 후 뇌동맥류 파열, 의료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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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일색전술 후 뇌동맥류 파열, 의료과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7.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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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미세안내철선·카테터... 위치 조정 없이 진입

코일색전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뇌동맥류가 파열된 환자에 대해 의료과실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하고 8061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어지러움을 호소하던 중 지난 2010년 3월경 인근 병원에서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중대뇌동맥 분지부의 동맥류 진단을 받은 후, B대학병원에 전원됐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양측 중대뇌동맥 분지부의 비파열성 뇌동맥류에 대한 스텐트 보조기법의 코일색전술을 시술했는데 이 과정에서 뇌동맥류가 파열돼 뇌지주막하출혈이 발생했다.

A씨의 뇌동맥류가 파열되자 의료진은 지혈제를 정맥주사하고, 풍선을 중대뇌동맥 기시부로 이동시킨 후 풍선폐색술을 반복시행하면서 미세도관을 이용, 동맥류에 코일을 삽입해 시술을 종료했다.

그러나 A씨에겐 우측 전두-측두-두정엽의 급성 뇌경색이 발생했고, 의료진은 우측 전두-두정-측두 감압성 두개골절제술과 경막성형술을 했으나 뇌부종이 악화돼 결국 사망했다.

뇌동맥류란 뇌혈관 벽의 일부가 늘어나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튀어나온 것으로 뇌동맥 분지에 가해지는 혈역학적 부담과 죽상경화성 변성에 기인한 내탄력층의 손상과 중막의 결손이 발생의 주된 원인이다.

이러한 뇌동맥류에 대한 치료방법은 개두술 및 뇌동맥류 결찰술과 혈관 내 코일색전술이 있다. 개두술 및 뇌동맥류 결찰술은 두개골편을 제거하고 뇌 조직 사이에 있는 뇌동맥류를 확보한 뒤 작은 클립으로 기시부를 결찰하는 것이고, 혈관 내 코일색전술은 보통 다리 쪽의 대퇴동맥을 천자하고 미세유도철사를 이용해 미세도관을 집어넣어 뇌동맥에 접근한 뒤 뇌동맥류에 백금으로 된 코일을 넣어 막는 방법이다.

A씨의 유족들은 “의료진은 코일색전술 중 미세도관, 미세유도철사의 끝 부분이 뇌동맥류를 찌르지 않도록 방향을 조절하고, 뇌동맥류에 삽입한 미세도관, 미세유도철사가 뇌동맥류 벽에 닿으면 억지로 밀어 넣지 않는 등 뇌동맥류가 파열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의료진은 미세유도철사가 뇌동맥류의 벽을 뚫고 나가게 해 뇌동맥류를 파열시킴으로써 A씨에게 뇌지주막하출혈을 일으킨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들은 “A씨의 뇌동맥류가 파열되자 뇌출혈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풍선을 부풀렸는데 이 경우에도 혈류의 차단으로 인한 허혈성 뇌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풍선 확장을 짧은 시간에 반복해야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오랜시간 풍선 확장을 유지해 혈전 형성 및 뇌경색을 유발한 과실이 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비파열성 뇌동맥류의 경우 뇌동맥류 일부가 경막 및 지주막과 유착된 경우 혈관이 미세유도철사나 미세도관으로 인해 펴지면서 유착된 부분이 파열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뇌동맥류 수술은 개두술을 하거나 코일색전술을 하거나 수술 중 파열의 가능성이 항상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미세도관의 끝 부분이 아무리 부드럽게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뇌동맥류의 벽에 아주 얇은 부분이 있으면 스치면서 파열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한편 미세도관의 끝 부분은 뇌에 있지만 조정은 대퇴부에서 하므로 아주 미세하게 조정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뇌동맥류 파열 시의 원칙은 가능한 빨리 뇌동맥류 색전술을 진행해 출혈을 멈추는 것이며, 색전술을 시행해 출혈을 멈춘 후 뇌 CT 및 신경학적 상태를 고려해 뇌압 강하를 위해 약물치료를 할 것인지, 아니면 수술적 치료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한다”며 “의료진은 더 신속하게 지혈시키고 동시에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손상을 줄일 수 있는 풍선을 이용한 일시적 혈류차단 방법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A씨에 대한 혈관 내 수술 종료 시 마지막으로 시행된 뇌혈관 조형술에서는 이 사건 코일색전술 시술이 적절히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복적인 풍선 확장으로 뇌동맥류 파열은 해결했으나 불가피하게 혈류차단 시간이 길어져 뇌경색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코일색전술을 시행하면서 동맥류가 파열되지 않도록 미세안내철선과 미세카테터를 동맥류 내부로 깊게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위치를 조정하지 않고 미세카테터를 밀어 넣어 미세안내철선 또는 미세철선 및 미세카테터로 동맥류 벽에 자극을 주거나 힘을 가해 동맥류를 파열시킨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미세카테터의 끝은 뇌혈관 안에 있지만 조정은 대퇴부에서 하기 때문에 조정에 주의해야 하고, 미세카테터가 압력을 받아 팽팽해지는 경우 조금만 움직여도 끝부분이 많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동맥류가 파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우측 중대뇌동맥 분지의 동맥류는 매끈한 둥근 모양이 아니고, 외연이 소엽성의 골곡을 가지고 있는 형태로 파열에 취약한 얇은 동맥류 벽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미세안내철선이 S자 굴곡을 지난 후에는 탄력적으로 곧게 퍼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동맥류에 모양의 변화가 생기게 돼 파열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미세안내철선과 미세카테터가 동맥류 벽에 너무 가깝게 깊숙이 위치하지 않도록 위치를 조정해야 함에도 그러한 위치조정없이 미세카테터를 진입시켜 미세안내철선 단독으로 또는 미세카테터와 함께 동맥류 벽에 자극을 주거나 힘을 가해 동맥류를 파열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한 재판부는 “미세카테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동맥류를 파열, 뇌출혈·뇌압상승·뇌 부종·급성 뇌경색을 연쇄적으로 발생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뇌동맥류는 혈관벽의 일부가 늘어나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튀어나온 것으로 벽이 얇고 약해 이를 방치하는 경우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뇌동맥류 수술은 개두술을 하거나 코일색전술을 하거나 동맥류 또는 혈관이 파열될 위험이 있다”며 “A씨의 우측 중대뇌동맥 분지의 동맥류는 소엽성의 굴곡을 가지고 있는 형태로 얇은 벽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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