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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거절해도 ‘진단·치료의무’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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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거절해도 ‘진단·치료의무’는 존재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7.2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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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조기 진단·처치 지연 등 과실 인정

환자가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이나 추가검사에 대한 의료진의 권유를 거절했어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의무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C와 B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D씨, E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2억 4498만 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 2009년 8월경 발열·설사·전신 근육통·복통·구역감 등을 호소하며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혈액검사 결과 BUN 27mg/dl(참고치 6∼23), 크레아티닌 3.4mg/dl(참고치 0.6∼1.2), 혈압 110/60mmHg였다. 의료진은 5∼6년 전 같은 증상으로 장염 진단 하에 입원한 과거력을 고려, 급성 위장염·급성 신부전 의증으로 진단, 수액 투여 등의 처치를 시행했다.

복부초음파 검사 결과, 간·신장에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고, 혈액검사에서 BUN 25mg/dl, 크레아티닌 3.2mg/dl였다. 입원 이틀째부터 A씨가 배에 가스를 동반한 복통과 두통 등을 호소하자 진경제 알기론 1앰플을 정맥주사하고, 심한 두통과 혈압이 200/120으로 상승하자 혈압강하제 라베신 20mg을 정맥투여했다. 이후 혈압은 140/80으로 떨어졌으며, 23:30분경 목쪽으로 내려오는 통증을 호소했다.

다음날에는 수축기 혈압이 150이상으로 지속되고, 목의 뒷부분이 뻣뻣해져 누워 있기 어렵다고 호소하자 디크놀을 주사했다.

이후, A씨는 두통 및 구토 증세를 보이다가 두통과 함께 의식을 상실했다. 혈압은 220/120에서 130/70으로 하강했으며, 사지강직 증상도 나타났다. 뇌CT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측 뇌지주막하 출혈과 앞 교통동맥 동맥류 파열 의증으로 진단, E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E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당시 기면 상태였고, 혈압은 170/90이었다. E대학병원 의료진은 뇌CT를 촬영한 결과, 다리뇌앞 수조·소뇌다리뇌각 수조·기저 수조·위소뇌수조·사구 수조 등에서 많은 양의 지주막하출혈을 관찰하고, 오른쪽 추골동맥에 길게 확장된 뇌동맥류를 확인했다.

의료진은 뇌실창냄술을 실시, 뇌척수액과 출혈된 피를 배약하고 뇌혈관조영술을 실시했다.

혈관촬영에서 박리동맥류가 의심됐으나 정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자, A씨를 7일 동안 진정시킨 다음 혈관촬영을 계획했다. 이때 A씨의 보호자에게는 뇌부종이 심해 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수술부위 삼출은 없으나 뇌척수액 배액양상에 비추어 재출혈이 의심됐다. 뇌CT검사를 실시한 결과, 뇌의 종창이 더 심해진 상태였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이틀 후, 뇌혈관조영술을 다시 실시하기로 했으나 A씨의 보호자들은 서울에 있는 F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요구했다. F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A씨는 뇌혈관조영술을 받은 결과 광범위 지주막하 출혈·우측 척추동맥 부위에 6×8cm 동맥류가 관찰됐다.

F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은 2009년 8월 24일 코링을 이용한 색전술을 시행했다. A씨는 F상급종합병원 퇴원 후 G병원·H요양병원·I병원·J요양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2011년 5월 15일 폐렴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B병원 의료진은 A씨의 혈압이 220/120으로 상승하고 지속적으로 두통을 호소한 시점에서 지주막하출혈을 의심하고 이를 진단 및 치료를 했어야 하지만 이를 게을리했다”고 주장했다.

또 C대학병원 의료진에 대해서도 “뇌혈관조영술 당시 A씨의 상태가 좋지 않아 부득이하게 우측 척추동맥에 대한 혈관조영술을 하지 못했다는 기재가 없다”며 “우측 척추동맥에 대한 뇌혈관조영술 및 이후 처치에 성공했더라면 A씨의 상태가 호전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소를 제기했다.

이에 B병원 측은 “두통·혈압상승·목의 강직 증상은 치료제 투여 후 호전된 점에 비추어 지주막하출혈의 전구증상으로 볼 수 없고, 우측 척추동맥의 박리성 동맥류는 매우 희귀한 질환으로 진단이 어렵다”며 “의료진이 보호자에게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권유했으나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C대학병원 측도 “A씨에게 뇌CT 검사를 실시한 결과, 우측 척추동맥 부분의 동맥류를 인지했으나 A씨의 활력징후가 불안정하고 A씨가 흥분상태에서 심하게 움직여 우측 척추동맥의 선별이 어려웠다”며 “A씨에게 혈관자극으로 인한 재출혈, 조영제로 인한 급성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우측 척추동맥 부위에 대한 조영술을 중단한 것”이라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A씨가 심한 두통, 목의 통증, 혈압 상승 등의 증상을 호소한 시점에 A씨에게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확진하기 위해 뇌CT 거사를 실시해 출혈여부를 확인하거나 신경외과에 협진을 의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이를 게을리해 A씨가 의식을 잃은 다음에야 뇌CT 검사 등의 조치를 취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C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뇌혈관조영술을 실시할 때 우측 척추동맥 부위에 대해서도 촬영을 실시해 출혈부위를 확인한 다음 혈관 내 코일색전술 등의 치료를 실시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측 척추동맥 부위에 대해 뇌혈관 조영술을 실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당사자들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적어도 입원 이틀째부터 뇌부분 이상을 의심하고 뇌CT를 촬영하거나 신경과 협진을 요청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뇌지주막하출혈 진단과 처치를 지연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이 대학병원 전원이나 추가검사를 권유했으나 A씨가 거절한 것에 대해서는 “거절한 사실은 인정되기는 하지만 거절의사가 진료거부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에게는 A씨가 호소하는 증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의무가 여전히 존재함에도 안이하게 판단해 추가검사를 지연한 것은 과실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C대학병원에 대해 “전원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기는 했으나 이송 중에 재출혈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우측 척추동맥 부위에 대해 뇌혈관조영술을 실시하지 않은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B병원 의료진이 두통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두 차례나 검사를 권유한 이상 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1심 판결에 정한 위자료 액수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체질적 소인도 발병에 원인으로 볼 수 있고, 박리성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에는 진단이 어렵고, 파열 후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후에는 예후가 좋지 않다”며 “B병원 의료진이 전원이나 추가 검사를 권유했으나 A씨가 거부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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