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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상한선 문제 없나 면밀히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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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상한선 문제 없나 면밀히 검토해야
  • 의약뉴스
  • 승인 2017.06.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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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의사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명찰패용의무법이나 설명의무법에 이어 진단서 등 제증명서 수수료의 상한선을 제한하는 행정 예고안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 예고안은 의료법 제45조(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의 개정이 발판이 됐다. 전 정부 때인 지난해 3월에 한 차례 개정됐고 지난해 12월 이미 고시를 통해 개정된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로드맵에 따라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마련해 지난 27일 행정 예고한 한 것이다. 이달 21일 까지 25일 간의 행정예고 절차를 통해 의견 수렴을 하면 9월 중 확정된다.

예고안이 확정되면 현재 10만 수준인 일반진단서와 최고 5만원에 달하는 ‘MRI 등 진단기록영상 CD 발급’ 수수료의 경우 1만원을 넘지 못한다. 입퇴원 확인서 발급 수수료의 경우도 현재 최고 2만원 수준인데 상한금액이 1000원으로 묶인다.

의료기관은 각 항목별 상한금액을 초과해 징수할 수 없으며, 상한금액 범위 내에서 금액을 정해 환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고지·게시해야 한다.

제증명수수료 금액을 변경하려는 경우 변경일 14일 전에 변경 내역을 의료기관 내에 게시해야 한다. 이는 고시 시행 후 최초로 제증명수수료 금액을 변경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환자의 부담은 줄어 들고 병원의 수입이 감소할 것은 명약관하다. 이런 내용을 의료계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증명 수수료의 상한선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정명령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차분하게 준비된 것을 절차에 따라 시행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발등의 불인 행정예고안을 정부에서 발표하자 의료계는 뒤늦게나마 이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저지를 위한 강력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투쟁의 선봉에는 대한의사협회가 있다. 의협은 이번 고시안에 대해 소통 부재로 악명이 높았던 전 정권의 잔재라고 주장하면서 이의 폐지를 위해 전 회원과 함께 행동을 같이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헌법소원은 물론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복지부 앞에서 시위하는 등의 집단행동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협의 산하 기관인 서울시의사회나 전라남도의사회등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협의 반발 이론의 근거는 이렇다.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진단서를 포함한 각종 증명서는 단순한 서류가 아닌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을 통해 얻은 의학적 판단은 물론 의사의 지식이 담겨져 있는 전문적 서류라는 것. 따라서 진단서를 잘못 발행한 의사는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까지 지는데, 이를 단순하게 가격 상한선을 정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뒷북 대응에 대해서는 회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이 같은 사실이 예고 됐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제 와서야 호들갑을 떠는 것은 회원 면피용 회무가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지난해 12월 비급여진료비용과 제증명수수료에 대한 의료법이 통과될 때는 병원급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안이하게 처리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또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의 경우 보통 2~3년이 걸리고 헌법소원 역시 빠른 결정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대응이 과연 진정성 있는지, 효과적인지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회원들의 목소리다.

진단서는 자신이 진료 받은 검사 결과를 기록해 놓은 것으로 환자 개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서다. 법적 효력이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 제출용이나 각종 민형사상 소송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단서는 진료한 의사 외에는 누구도 기록할 수 없고 해당 의사는 사실만을 기록해야 하며 반드시 담당의사의 사인이 들어가야 한다.

이처럼 진단서는 진료의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종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단서 발급비용은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는 병원의 수입과도 직결될 수 있고 병원은 진단서 발급비용으로 얻은 수익을 다른 부분의 손실을 만회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정부 당국은 비록 전 정권하에서 이뤄진 일이라 하더라도 심도 있게 의협과 대화에 나서고 설득을 해볼 필요가 있다. 시행해 보고 나서 문제점이 있으면 고치는 것보다 시행 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나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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