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밖 과수원길이 아닌 고층 빌딩 사이로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다.
하이얀 눈송이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실처럼 가는 바람이 불어오자 향긋한 꽃냄새가 코 끝을 자극한다.
5월이 가기 전에 아카시아 꽃을 본 것은 행운이다. 꽃은 향기 뿐만 아니라 꿀을 주고 튀김을 주고 연인들이 얼굴 마주 보고 웃게 만든다. 잎파리는 아이들의 가위바위 장난감이다.
한 때 이 나무는 천덕꾸러기였다. 다른 나무를 파괴하는 생태계의 원흉이라고 지탄을 받기도 했다. 허나 나무가 무슨 잘못이 있으랴. 세상의 모든 나무는 세상의 모든 어린이처럼 아무런 잘못도 책임도 없다.
홀로 있기를 좋아해 이미 숲이 무성진 곳에서는 자라기 어렵고 반대로 아카시가 먼저 자리잡은 곳에서는 다른 나무들이 들어오기 어려울 뿐이다.
굳이 관리 하지 않아도 잘 자라고 생장속도도 빨라 민둥산을 녹색으로 빠르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흰 꽃이 지르는 소리없는 함성이 깊어지면 여름은 어느 새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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