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5 08:54 (목)
비싼 약 대체조제 약사, 업무정지 ‘정당’
상태바
비싼 약 대체조제 약사, 업무정지 ‘정당’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5.26 0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정법원...‘현지조사 과정 잘못 없다’ 판결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에게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처방한 의약품보다 더 비싼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한 약사에게 내려진 업무정지 및 환수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최근 약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의 업무정지처분 및 부당이득금부과처분 취소, 요양급여비환수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 2000년 10월경부터 약국을 운영해오던 A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현지조사를 받았다. 심평원은 A씨가 약국을 운영하면서 특정의약품의 보유량보다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의약품 수량이 많은 것을 인지하고, 2013년 2월 19일부터 21일까지 2009년 5월경부터 2012년 4월경까지 요양급여내역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현지조사 결과, A씨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적은 의약품을 ‘실제 조제 약제’로 대체해 조제했는데, 대체조제를 할 경우 생물학적 약효 동등성이 인정된 의약품 간에는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등에게 사후통보를 해야하고, 인정되지 않은 의약품 간에는 의사 등에게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건보공단에 대체 의약품보다 가격이 더 비싼 처방 의약품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 부당하게 1491만 3930원을 지급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복지부는 2015년 12월 A씨에 대해 현지조사 결과에 따라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및 기타 요양급여비용의 산정 규정을 위반해 보험자·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이유로, 요양기관 업무정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건보공단도 2016년 2월, A씨에 대해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의거해 요양급여비용 1491만 3930원의 환수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약국의 조사대상 기간 이전의 의약품 재고량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정기간의 구입 의약품 수량과 요양급여비용 청구 의약품 수량을 비고해 대체조제 행위를 했다고 단정했다”며 “의약품을 임의로 대체조체하거나 거짓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적이 없고, 이를 인정하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는 소명기회를 갖지 못하는 등 작성 경위에 비춰 신빙성이 없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심평원은 현지조사를 통해 A씨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 구입 자료와 의약품 제조·판매업자, 도매업자 등이 의약품관리종합센터에 약국에 공급했다고 신고한 의약품목과 수량을 근거로 2008년 말까지의 의약품 재고량과 조사대상기간을 포함한 2009년 1월경부터 2012년 4월까지의 의약품 구입량을 파악했다(보유량)”며 “A씨가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면서 전산상 등록한 의약품목과 수량을 토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의약품의 수량을 파악했다(청구량)”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심평원은 조사대상기간 A씨의 의약품 보유량과 청구량을 조사해 비교한 결과, 처방전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의약품은 보유량에 비해 청구량이 많은 반면, 보유량에 비해 청구량이 적은 의약품이 전재하는데, 그 의약품들은 이 사건 처방 의약품을 대체해 조제가 가능한 의약품인 사실과 처방 의약품이 대체 의약품보다 가격이 높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플루코나졸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제의 경우, 조사대상 기간 보유량 1278정이 소비됐는데, 청구량은 2724정이나 됐고, 이 약제와 성분·함량 및 제형 등이 같이 대체조제가 가능한 약품의 경우 같은 기간 보유량 1060정이 소비됐는데도, 그 기간 청구량이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A씨는 2013년 2월경 ‘약국에서 거래한 의약품 거래처로 구분란에 ‘제출함’으로 표기된 거래처 외 의약품 거래 내역은 의약품관리종합센터의 신고한 내용과 같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와 대체조제 투약 의약품 내역은 원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의 사전·사후 동의 없이 약을 대체조제 투약하고 원외 처방전대로 본인 일부 부담금을 징수한 후 원외처방전대로 청구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서명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심평원은 의약품 구입 자료와 의약품관리종합센터에 신고된 내용에 따라 2008년까지의 재고량과 조사대상 기간의 구입략을 파악했는데, 양자를 합한 보유량보다 청구량이 더 많은 의약품의 경우 A씨가 그 차이만큼 대체 가능한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해 판매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사건 처방 의약품의 가격이 이 사건 대체 의약품의 가격보다 높아 A씨가 의약품을 대체조제할 경제적 동기 또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현지조사 당시 제출한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A씨는 임의 대체조제 사실을 인정했다”며 “심평원이 현지조사 당시 조사 과정이나 방법이 잘못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사실확인서가 A씨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작성됐다거나 내용의 미비 등으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증명자료로 삼기 어렵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복지부가 부당이득금액을 산정한 것은 A씨가 가장 유리한 산정방식이므로 A씨가 적어도 1491만 3930원의 부당이득금액을 취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씨는 이 사건 관련 약사법위반죄 혐의사실에 대해 ‘혐의없음’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처분사유의 존재를 인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며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 가하는 제재조치로서의 행정처분은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해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해 가하는 제재이므로, 증명의 정도가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할 때와 같이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까지 이르지 못해도 적어도 처분사유의 적법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정도로 증명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A씨의 불기소처분의 이유에 부당이득금 징수처분 등 행정처분에 대해 별개의 논의가 가능하다는 취지가 적시돼 있다”며 “불기소처분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사유의 존재에 관해 앞서 본 추단을 뒤집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대체조제라기보다는 사기에 가까운 ‘약 바꿔치기’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기획이사겸대변인은 “현재 대체조제가 만연해있고, 이를 더욱 간편히 하기 위해 팩스, 전화로만 대체조제를 통보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이번 사건처럼 약국에서 대체조제를 하고 거짓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게 협회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번 사건처럼 1490만원이라는 요양급여비용을 거짓 청구한 것 자체는 국민들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체조제에 대한 법적인 조치를 강화해 대체조제가 쉽게 허용되는 걸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대체조제와 관련된 법적 조치 강화에 있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