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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경련제 투여 지연 후 장애 “과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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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경련제 투여 지연 후 장애 “과실 아니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5.25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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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파기 환송...“조기 투약했어도 악결과 회피 단정 못해”

신생아 경련을 조기에 발견해 항경련제를 조기에 투여했어도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는 최근 사지마비성 아기 A와 그의 부모 B, C씨가 의사 D, E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B씨는 지난 2009년 12월경 D씨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임신진당을 받고 정기적인 산전진찰을 받아왔다.

2010년 7월경 임신 경과(36주 2일)에 비추어 태아의 머리 크기(33주)가 작았고, 2010년 8월경 임신 경과(40주 3일)에 비춰볼 때 태아의 머리 크기(34주)가 작고 예상 체중(2.8kg)이 적었다. 이에 피고 D씨은 B씨의 골반이 작았음에도 자연분만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B씨는 유도분만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고, 의료진은 유도분만제인 프로페스를 투여한 후 분만촉진제를 투여했는데 B씨에게 분만 진통이 없자 재차 옥시토신을 투여했다.

이후 B씨의 자궁이 4cm가량 개대되면서 양막이 파열됐고, 의료진은 무통분만을 위한 진통제를 투여했다.

의료진은 B씨 자궁개대가 원활하지 않고 태아 머리 선진부 하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유도분만 진행을 중지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제왕수술을 통해 의료진은 A아기를 분만시켰는데, 아기는 분만 당시 울음소리가 약하고 청색증의 소견이 있었으나, 의료진이 양압환기법을 통해 산소공급을 시행하며 자극을 주자 울음소리가 돌아오고 청색증의 소견도 호전되면서 자가호흡이 돌아오고 활동성도 비교적 활발해졌다.

당시 아기의 아프가점수는 1분에 7점, 5분에 9점으로 양호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분만 이후, 아기에 대해 활력징후를 측정한 결과, 심박동수 163회/분, 호흡 49회/분, 체온 36.9℃로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반응검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는 모로반사, 바빈스키반사, 파악반사, 흡철반사 등이 모두 정상이었고 특이사항이 없었다.

이후, 아기는 아무런 자극이 없음에도 양손과 양발 특히 양손을 까닥거리고 입을 계속 오물거리는 경련 증상을 보였는데, 이 무렵 촬영된 동영상에 대해 고등법원 진료기록 감정의는, 위 원고가 당시 다국소성 간대경련(multifocal clonic seizure) 및 비정형 양상(subtle seizure)을 보인 것으로 판단했다.

의료진은 병실을 순회하던 중, 아기의 청색증 소견을 발견하고 위 병원 소아과 의사에게 연락했다.

소아과 의사는 아기의 울음이 약하고 활동성이 처지며 빠는 힘이 저하된 것을 확인한 후 당검사를 시행하는 한편, 자극을 주자 울음소리가 돌아와 아기를 인큐베이터로 옮겼다.

당시 경과기록지상 아기의 산소포화도는 산소공급 없이 97%를 유지하고, 활력징후는 심박동수 110회/분, 호흡수 50회/분이었다.

당검사 결과, 아기의 당수치가 92로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활동성 처지는 양상을 보이고 수유 진행이 느려 의료진은 아기를 인근 F병원으로 전원했다.

F병원 의료진은 아기를 인큐베이터에 넣었는데 아기가 갑자기 청색증을 보여 자극을 주고 앰부배깅을 하자 산소포화도가 72%에서 94%로 상승하고, 활력징후가 심박동수 110회/분, 호흡수 74회/분로 측정됐다.

이와 더불어 의료진은 아기에 대해 동맥혈가스분석검사, 간기능검사, 전해질검사, 신기능검사, 소변검사, 혈액배양검사 등을 각 시행했는데, 당시 아기의 칼슘(Ca) 수치는 7.8로 정상이었다.

F병원 의료진은 아기의 경련 증상을 확인하고 항경련제를 투약하고 칼슘을 정맥주사하는 등의 항경련제 치료를 비롯해 산소와 수액을 공급하면서 경련 증상의 유무, 산소포화도 및 활력징후를 모니터링하였는데, 아기에게 무호흡 및 청색증 소견이 확인왰으나 자극을 주자 회복됐다.

결국 F병원 의료진은 아기를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아기에 대해 수액치료를 하면서 경련의 발생 유무를 관찰하고 필요시 항경련제를 사용하기로 했으며, 저칼슘혈증에 대하여 칼슘을 계속 보충하는 한편, 혈액검사 등을 시행했다.

그 결과, 혈액응고병증이나 기타 혈액검사상 이상 소견이 없었고, 혈관기형(AVM) 등 선천성 혈관 질환도 발견되지 않았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아기에 대해 뇌 MRI 검사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 양측 대뇌에 아급성 단계의 다발성 뇌실질출혈 및 우측 뇌실내출혈이 관찰됐다. 이에 의료진은 신경외과 의료진과 협의 진료했고, 아기의 경련이 지속돼 미다졸람(midazolam)과 페노바비탈을 투약하고, 칼슘을 보충하는 등의 치료를 했다.

현재 아기는 인지 및 언어발달 지연으로 의사표현을 원활하게 할 수 없는 등 모든 영역에서 발달지연이 현저한 상태이다.

이에 아기의 부모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재판부는 의료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아기의 분만방법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과실이 없었지만 분만 직후, 아기에 대한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신생아 경련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의는 저산소성 뇌손상의 가능성을 고려해 신생아 반사의 정상 여부, 의식의 변화, 경련 등을 자세하게 관찰하고, 흉부 X-ray, 뇌 초음파, 동맥혈가스분석검사 등을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의료진은 분만 직후, 아기에 대해 단 4차례의 활력징후 검사(심박동수, 체온, 호흡수)만을 확인한 외에 약 24시간 동안 담당의사가 대면진료를 하였다거나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신생아 경련의 경우 단순한 흡철반사와 구별이 쉽지는 않으나, 흡철반사는 신생아의 입 끝을 건들면 자극하는 쪽으로 머리와 입술을 돌리고 자극하는 손가락을 빨려고 하는 먹이찾기 반사와 실제 손을 입에 넣으면 빠는 반사로서, 실제 손을 아기의 입에 넣는 방법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기는 주변의 아무런 자극이 없었음에도 양손과 양발 특히 손을 지속적으로 까닥거리고, 입을 오물거리는 양상의 경련을 보여 흡철반사와는 육안상 차이가 있었는데, 의료진은 활력징후를 확인한 시점부터 아기에게 청색증 소견이 발견된 시점까지 경련 발생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한 재판부는 “아기의 경련 원인은 뇌실내출혈로 보는 것이 상당한데, 이미 발생한 뇌실내출혈 자체에 관한 응급조치 방법이 없다 하더라도 신생아 경련을 치료하지 않으면 경련이 지속돼 2차 병인이 유발되므로 항경련제로 이를 조절해주는 것이 2차적인 뇌손상을 줄일 수 있다”며 “의료진이 원고 정예준의 경련 발생을 즉각적으로 인지해 항경련제를 투약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더라면 발달 지연 등의 증상이 발생하지는 않았거나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2심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한 이번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에서는 의료과실과 아기의 장애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의료진이 아기의 출생 후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것이 과실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아기에게 발생한 악결과에 기여한 인과관계 있는 과실이 된다고 하려면, 원심에서 조기에 경련을 인지했더라면 항경련제를 투약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고, 장애라는 악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심리·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신생아 경련이 2차 병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의학적 가능성만을 근거로 아기의 경련과 악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바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신생아 경련을 치료하지 않아 경련이 지속되는 경우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 저혈당증, 저칼슘혈증 등과 같은 2차 병인이 유발될 수 있다”며 “의료진이 아기의 경련 발생이 최초 확인되는 시점에 실시한 당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고, F병원으로 전원된 후, 검사 결과에 의하면 칼슘 수치도 정상이었으므로 아기의 경련이 2차 병인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하게 지속되었던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법원은 “신체감정톡탁결과에 의하면 아기의 현 상태는 다발성 뇌실질내출혈 및 뇌실내출혈, 저산소성 뇌손상(의증) 등에 의한 뇌성마비 및 레녹스증후군”이라며 “아기의 악결과를 초래한 주된 원인은 뇌실질 및 뇌실내 출혈이고, 그 다음으로는 이에 합병된 뇌경색과 이로 인한 증상으로 나타난 경련 및 무호흡의 순”이라고 전했다.

저산소성 뇌손상도 아기의 악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이는 부차적 원인에 불과한 것으로 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한, 대법원은 “저산소성 뇌손상은 뇌실내출혈로 합병된 뇌경색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데 이미 발생한 뇌실내출혈 자체에 관한 응급조치 방법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아기에게 발생한 저산소성 뇌손상은 결국 뇌실내출혈 자체의 합병증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아기의 출생 이후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의료진의 과실과 아기의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는데, 이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며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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