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에 지방을 이식하는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가 왼쪽 눈을 실명하게 되자 법원이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와 C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A씨에게 9923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선고했다. 다만, C보험사가 B씨와 연대해 배상해야하는 금액 중 일부를 감경해줬다.
A씨는 지난 2013년 6월경 B씨가 운영하는 성형외과 의원에 내원해 코 지방이식술과 쌍꺼풀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고 2달 후인 8월경 1차 코 지방이식술 및 쌍꺼풀 수술을 시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달에 시행한 2차 코 지방이식술. 시술 직후 A씨는 왼쪽 눈이 보이지 않아 아프다고 호소했고 이에 B씨는 안구마사지를 하면서 A씨를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했다.
대학병원은 A씨에 대해 CT와 MRI 검사를 실시했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이에 B씨는 또 다른 대학병원 안과전문의에게 연락한 뒤, A씨를 그 병원으로 전원시켰다. 새로 전원된 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의 증상에 대해 안동맥 폐색 의심 하에 급성 신경손상에 대한 치료인 고농도스테로이드 치료를 했다.
A씨는 전원된 병원에서 9월부터 11월까지 입원치료를 받았고, 퇴원 후에는 B씨의 의원에서 8차례에 걸쳐 지방을 녹이는 혈간주사를 맞았지만 시력은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왼쪽 눈을 실명했다.
A씨는 “B씨가 코 지방이식술 과정에서 주사를 깊이 주입해 시력을 잃게 됐고, 코 지방이식술로 인한 실명 가능성이나 후유증,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안면혈관의 분지들이 코주변을 지나며 외비동맥, 각동맥을 형성하는데 이 동맥에 지방조직이 유입되면 색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사건 시술 직후 A씨에게 발생한 증상을 볼 때 B씨가 주입한 자가지방이 눈동맥 분지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B씨가 시술 과정에서 지방색전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이 같은 과실이 A씨의 실명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의료상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않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지을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인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라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시술 시 지방색전 등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주의사항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B씨의 주장대로 불가항력적으로 지방색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더라도 이 사건 시술에 의료과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B씨의 주장대로라면 지방이식술로 인해 지방색전이 발생한 경우, 환자가 의사의 수술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입증해야 과실이 인정된다고 할 것인데, 이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설명의무에 대해 “지방이 혈관 내 주입되는 경우 혈관 폐쇄와 시력상실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사는 시술 전 환자에게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을 설명하고 강조해야 한다”며 “B씨가 A씨로부터 받은 수술승낙서에는 일반적 미용성형수술에서 발생하는 부종, 감염, 혈종 등의 부작용만 있을 뿐 지방이식술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다”며 “B씨가 시술을 함에 있어 지방이식술과 관련한 부작용을 적극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양 측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C보험사가 B씨와 연대해 배상할 4800만원을 4320만원으로 감경한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지방색전은 시술자가 아무리 주의하고 회피하려고 해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B씨의 책임”이라며 “B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번 사고가 불가항력적 사고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C보험사가 배상할 금액과 관련해선 “B씨와 C보험사가 체결한 보험 계약에 따르면 C보험사의 책임 범위는 보상한도금 5000만원에서 자기부담금 200만원을 공제하고 피보험자 분담비율 10%를 추가로 공제한 4320만원이 타당하다”며 “이를 초과한 1심 법원 판결은 취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