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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효과 못 본 ’Develop Heavy User’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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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효과 못 본 ’Develop Heavy User’ 작전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7.04.1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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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심문 공방...“순환기사업부만의 사건” 몰아붙이기
 

한국노바티스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한 형사공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장기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5단독(판사 홍득관)은 18일 오후 308호 법정에서 한국노바티스 리베이트 사건 관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공판 개시 후 처음으로 범죄 사실을 인정한 전직 임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으로도 재판부는 관련 피의자들의 공통 증인에 대한 심문을 진행한 후 개별 증인들에 대한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첫 증인심문에서부터 심야시간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공방이 펼쳐진 터라 관련 증인들이 모두 출석할 경우 장기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범죄사실 인정한 증인과 선 긋는 피고들
이번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한국노바티스 순환기사업부의 전 부서장으로 주요 피고인 가운데 가장 먼저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이 증인의 증언을 토대로 검사측에서는 노바티스가 사전에 환자수와 영향력 등을 기준으로 의사들의 등급을 정한 후 전문지를 통해 소규모 미팅(좌담회, Round Table Meeting)이나 학술지 편집위원 위촉, 해외학술대회 지원 등의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심문을 이어나갔다.

2009년부터 시작된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베이트 조사 이후 더이상 회사에서 직접 좌담회 등의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워지면서 합법적인 틀을 갖추기 위해 전문지를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전문지에 광고비를 지불하면 노바티스의 계획에 따라 선정된 의사들에게 강연료나 자문료를 제공하고, 때로는 식사나 숙박은 물론 골프 접대까지 진행한 후 그에 따른 수수료를 더해 이미 지출된 광고비에서 차감하는 형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것.

다시 말해 공정위가 좌담회를 통한 금전적 편익 제공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직접하던 방식에서 전문지를 통해 진행하는 것으로 방법만 바꾼, 눈가림이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문지를 활용한 좌담회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2011년 이후 광고비가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고, 이러한 방식의 위험을 감지한 2014년부터 광고비 지출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검사측의 설명이다.

증인 역시 이 같은 검사측의 주장을 인정했다. 전부라고는 할 수 없어도 그런 의도로 진행된 경우들이 있었으며, 다른 부서장들도 좌담회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기에 알고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특히 이 증인은 2011년 당시 부서장들이 모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문지를 활용해서라도 좌담회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시 대표(피터 야거)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전문지를 활용한 좌담회가 용역의 대가라 판단,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2014년 CP담당 변호사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실리적으로도 비용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이러한 행위를 줄여나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증인 외의 피고인들은 이 같은 행위가 증인이 속한 순환기사업부만의 행위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순환기사업부 외의 부서장들은 이와 같은 영업방식을 몰랐다는 항변으로,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들을 열거했다.

마케팅 직원들이 그러한 목적으로 광고비 결제 서류를 올리더라도 세부내역을 보고하지도 않고, 세세하게 확인하는 경우도 드문만큼 다른 부서장들은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며, 사업부별로 경쟁구도가 되어있어 순환기사업부의 영업방식이 다른 사업부에는 적용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노바티스와 항암제사업부는 다른 회사?
가장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한국노바티스의 사업구조에 따른 의사결정 과정이다. 문학선 전 대표가 속해 있던 항암제사업부나 특수질환 사업부는 사실상 따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이 변론 요지다.

겉으로는 한국노바티스주식회사 아래 순환기사업부 등의 일반의약품 사업부와 항암제사업부가 함께 있지만 각자 대표가 있고 본사와의 조직도에서도 별도로 나뉘어 있다는 것.

사무실 역시 항암제 사업부와 순환기 사업부가 층이 달라 서로간에 소통이 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부서간의 실적 경쟁으로 인해 영업사례에 대한 공유가 되지 않고 있다는 배경은 현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대표의 진술내용도 공개했다.

전문지를 활용한 리베이트 제공 사례가 한국노바티스의 전 사업부에 걸쳐 진행된 것이 아니라 순환기사업부에 국한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부서장들이 전문지를 활용한 좌담회 등의 판촉방식에 의견을 같이했다는 증인의 주장에 맞서 문학선 대표 측에서는 그 자리 문 대표가 없었을 가능성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검사는 증인으로부터 비록 항암제사업부와 순환기사업부의 보고 체계가 다르다 하더라도 매월 개최되는 부서장 회의에는 항암제사업부도 참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변호사들의 주장에 힘을 뺏다.

나아가 노바티스의 영업지원부서 직원의 메일 내용을 토대로 지원부서에서 조차 알고 있는 내용을 부서장이나 회사 대표가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Develop Heavy User’가 스모킹 건?
또한 검사측에서는 회사에서 영업전략을 마련할 때 이미 문 전대표를 포함한 항암제 사업부와 특수질환 사업부 인사들도 함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관련 영업전략 회의에서는 좌담회 등의 대상이 될 의사를 선정하는 과정이나 주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증인을 제외한 부서장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금액에 따라서는 PM들도 광고비 집행의 전결 권한이 있으며, 광고비 집행을 위해 부서장에게 보고했더라도 일반적으로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변호했다.

하지만 검사는 이 같은 변호사들의 주장을 영업전략 회의 주제 하나로 일축했다. 회의 주제 자체가 ‘Develop Heavy User’로 다시 말해 ‘처방을 많이 할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데 의사선정 과정을 모른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이러한 검사의 주장에 대해 변호인 측에서는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검사는 전문지나 학술지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이 관련 의사를 상대로 처방을 증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 것인지 다른 부서장들은  몰랐다는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해 ‘Develop Heavy User’라는 타이틀로 압박했다.

심지어는 판사가 증거자료를 제시하러 나서는 검사를 향해 "또 Develop Heavy User냐"고 물어 장시간의 증인심문으로 지친 기색이 감돌던 법정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Develop Heavy User’ 타이틀 뿐 아니라 검사측에서는 영업사원이나 PM들이 무리하게 퇴사를 각오하며 부서장 모르게 불법행위를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했고, 증인 역시 부서장 모르게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은 없다고 답해 부서장들은 불법행위를 몰랐다는 변호사들의 주장을 탄핵했다.

◇좌담회, 비용만큼 효과는 있었나?
복잡한 방법으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가며 진행한 좌담회의 비용효과성도 공방의 대상이 됐다. 처방량이 많은 의사를 대상으로 좌담회를 진행해봐야 그 비용만큼의 처방량 증대가 가능하냐는 것.

증인 역시 비율로 따졌을 때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한 경우는 40%정도라며, 2014년 이후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아서 좌담회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사는 한국노바티스의 순이익을 언급하며 좌담회를 통한 성과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비용의 측면이 아니라 학술적인 성과의 측면에서 좌담회나 설문조사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상적인 좌담회나 학술행사였다면 그 성과들이 회사에서 활용됐어야 하는데, 압수수색 결과 비싼 비용을 들여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가 회사가 아닌 전문지 마케팅 직원의 창고에서 곰팡이가 섞인 채 발견된 것은 설문조사나 좌담회의 목적 자체가 그 결과물을 회사에서 활용하는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라진 정산서는 어떤 의미?
좌담회나 학술지 발간 전후로 작성된 견적서나 정산서가 회사에서 발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렸다.

변호인들은 정상적인 광고비 집행이었기 때문에 의료인 초청이나 식사접대 비용, 행사 진행 비용 등에 대한 정산서가 회사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측에서는 광고비로 집행한 것이기에 그에 대한 세금계산서만 있을 뿐 그 금액이 전문지에 전달 된 후 어떻게 활용됐는지 확인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

반면, 검사측에서는 영업사원이 의료인들을 만나러 다닐 때 사용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10원단위까지 철저하게 증빙자료를 요구하면서 좌담회에 대한 정산서가 회사에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증인이 좌담회를 개최하는데 있어 의사선정이나 식사접대 등의 전 과정을 영업사원들이 결정했다고 밝힌 만큼, 마땅히 그에 대한 정산서를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2011년 이후 광고비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에서 진행한 감사 당시 그에 대한 증빙자료를 요청하지 않은 것은 본사에서도 묵인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학술지 광고도 판매촉진 목적이면 리베이트?
해외 우수 논문을 번역해 발간된 학술지에 집행된 광고비에 대해서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의사의 영향력과 무관하게 원고료가 일정하게 지급됐을 뿐 아니라, 그렇게 제작된 학술지를 다른 의사들에게 소개하며 영업에 활용한 만큼 같은 판촉목적이라 하더라도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 변호사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학술지에서 우수 자료를 선정해 학술지를 만들었고, 여기에 노바티스가 광고를 한 후 발행된 학술지를 바탕으로 최신지견을 소개하면서 자사 제품을 소개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원고료의 수혜자와 처방을 하는 의사들이 다른 만큼 리베이트의 목적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검사는 학술지 역시 ‘Develop Heavy User’라는 플랜 하에 진행된 것으로 처방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들이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편집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판촉행위에도 학술지를 활용했지만, 학술지 편집에 참여한 의사들을 역시 처방 증대 목적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

특히 편집과정에서의 편집회의 역시 금전적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합법적인 형태를 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고료가 모든 의사들에게 동일하게 책정된 것은 학술지에 게재된 내용이 직접 연구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발표된 원고를 번역한 용역의 대가였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검사는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던 모 교수가 편집장에게 학술지 편찬의 기회를 제공한 노바티스측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다며 의사들도 제약사가 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압수사 논란까지 불거지며 치열해진 공방
여기에 더해 한 변호인은 순환기 사업부에서 진행한 좌담회 횟수가 1년에 300여 차례에 이르는 반면, 항암제 사업부는 수차례에 불과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증인은 “순환기 사업부의 대상 선생님은 전국에 1만 명 정도인 반면, 항암제 사업부 대상 선생님은 주로 대학병원 교수님들로 그렇게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순환기사업부에서 이처럼 횟수가 많으니 검사가 강압적으로 허위자백을 요구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검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증인을 향해 “꼭 답하셔야 한다”고 채근했고 증인은 “그렇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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