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된 한국노바티스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보험 급여 중단 여부를 두고 환자단체와 시민단체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노바티스의 리베이트 품목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 등을 내린 후 추가 제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따라 일부 의약품에 대해 보험급여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검토 대상 중 글리벡의 급여 중단 여부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글리벡은 지난 2001년 출시된 국내 최초의 표적항암제로, 이전까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지 않으면 5~6년 이내에 대부분 사망했지만, 글리벡만으로 환자의 90% 이상이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글리벡의 급여가 중단될 상황에 놓이자 환자들은 급여 중단을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급여가 중단될 경우 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환자들은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글리벡을 다른 대체 신약이나 복제약으로 교체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글리벡으로 암세포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환자들이 글리벡 대신 성분이 동일한 복제약보다 성분이 다른 효능이 더 좋은 대체 신약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돌연변이 유전자 발생으로 내성이 생기는 환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글리벡 치료 시 없었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환자의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백혈병환우회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요양급여 적용 정지 처분을 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약제를 요양급여에서 적용 정지 또는 제외하는 경우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 예상되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 글리벡이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대해 복지부가 신중히 결정해 줄 것을 당부했다.
환우회가 환자의 안전에 비중을 뒀다면 시민단체들은 리베이트에 대해 엄중한 처벌에 무게를 실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글리벡의 대체의약품이 마련돼있고 이들은 오리지널과 동일한 주성분과 양을 함유해 효능·효과가 동등하며, 제조와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해 안전성도 동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만큼 대체의약품의 안전성 등은 복지부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글리벡의 제네릭 제품이 이미 시장에 출시돼있는 만큼 글리벡에 대한 급여 정지 처분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가 납득할 수 없는 사유를 들어 노바티스에 이중적인 잣대로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형사고발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복지부에 경고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제네릭을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약은 11일 성명을 통해 “노바티스가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일부러 출시하지 않았던 400mg 용량의 제네릭도 출시돼있어 오히려 제네릭이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바티스가 자사 홈페이지에 ‘철 중독 부작용’을 언급하며 400mg 이상 복용 시 100mg 정제가 아닌 400mg 정제를 복용하고 있으면서도 국내에서 더 높은 약가 고수를 이유로 공급을 거부하고 있는 형국이며, 이때문에 환자들은 100mg 정제를 4정에서 최대 8정까지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약은 “글리벡에 대한 보험급여 중단으로 오히려 환자들은 동일한 성분의 약을 더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면서 “노바티스의 불법행위에 대한 올바른 처벌은 환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